도구라마구라 (47/47)
지은이 夢野久作
한 달 뒤인 오늘, 나는 또다시 그 거리의 암시를 따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몽유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니, 어쩌면 오늘 아침, 그 이른 시간에 시계 소리에 눈을 뜬 것 자체가 어떤 암시에 지배당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와카바야시 박사가 문득 떠올려 말했던 ‘한 달 뒤’라는 말을 내 잠재의식이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가, 오늘 아침, 바로 그 한 달 뒤에 나를 깨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오늘 오전, 내가 여러 서류에 몰두하는 동안 와카바야시 박사는 슬그머니 자리를 떴고, 이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사키 박사도, 대머리 사환도, 카스텔라도, 차도, 그림 두루마리도, 조사 서류도, 시가 연기도, 모든 것은 나의 한 달 전 기억의 재현에 불과했다. 나는 그저 혼자서 몽유 속에서 몽유를 반복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내 머리는 거기까지 회복되었는데도 같은 곳을 뱅글뱅글 돌고 있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려 해도, 눈앞에 펼쳐진 수많은 기이한 사실들이 나를 덮쳐오는 것을 어찌할 도리가 없다.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와카바야시 박사는 내 머리를 실험하기 위해 한 달 전과 같은 절차를 반복하여 나를 이 방으로 데려왔음에 틀림없다. 그리고 분명 한 달 전에도 그랬듯이 어딘가에서 나를 감시하며, 나의 몽유 상태의 일거수일투족을 세밀하게 기록하고 있을 것이다. 아니, 그렇지 않다면 오늘이 다이쇼 15년 11월 20일이라는 와카바야시 박사의 말도 거짓이라면, 나는 더 이전부터 진정한 ‘다이쇼 15년 10월 20일’ 이래로 여러 번 같은 몽유 상태를 반복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일거수일투족이 기록으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와카바야시 박사야말로 세상에 둘도 없는 무서운 학문의 화신이다. 정신 과학 실험과 법의학 연구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극악인과 명탐정을 겸비한 존재다.
마사키 박사와 오 가문의 운명, 후쿠오카현 사법 당국, 규슈 대학의 명예 등 이 사건에 관한 모든 것을 혼자서 남몰래 지배하고 농락하고 있다.
그리고 시치미를 떼고 있는 괴마인…….
나는 형언할 수 없는 전율이 온몸을 기어 다니며 휘몰아치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가 딱딱 부딪치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 방 전체가 어딘가 크게 벌어진 와카바야시 박사의 입처럼 느껴졌다. 그 한가운데에 우두커니 서서, 선풍기처럼 회전하는 내 머릿속을, 눈 깊숙한 곳에서 응시하면서…….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나는 반드시 고 이치로여야만 한다.
아아, 내가…… 그 고 이치로…….
그 마사키 박사가 내 아버지였고…….
그 치요코가 내 어머니였고…….
그리고 그 미친 미소녀…… 모요코…… 모요코는…….
아아…… 오오…….
나는 부모를 저주하고, 연인을 저주하고, 결국에는 생면부지의 남녀 몇 명의 목숨마저 빼앗을 운명에 처한, 희귀한 미친 청년이었던가…….
죽은 아버지의 죄를 대낮에 공공연히 들춰내는 냉혹하고 무참한 정신병자였던가…….
“아아…… 아버지…… 어머니……”
라고 외쳤지만, 그 목소리는 내 귀에 닿지 않았다. 그저 비웃는 듯한 반향이 방 구석구석에 울려 퍼질 뿐이었다.
나는 그대로 턱을 굳게 다물고, 고요히 흔들리는 전등 불빛을 돌아보았다. 크게 한숨을 내쉰 뒤처럼 고요해진 실내를 둘러보았다.
의식은 또렷한 채, 현실인지 꿈인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내 눈앞의 바닥이 저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느끼면서, 반쯤 열린 입구 방향을 응시하며 비틀거리며 걷기 시작했다.
“출입 엄금”이라고 쓰인 백지를 문 밖에서 돌아보았다.
정신을 차려야 해…… 어디까지나 이성을 발휘해야 해……라고 생각하면서, 하얀 달빛이 비치는 창문이 있는 복도를 좌우로 기울어지며 걸었다.
현관 좌우에 늘어선 캄캄한 계단의 왼쪽을, 막대기처럼 뻣뻣하게 굳은 채…… 쿵―― 쿵―― 하는 내 발소리를 들으면서, 한 계단 한 계단 내려갔다. 마지막 계단에 도착했다고 생각한 순간, 내 발은 허공을 밟았고, 온몸이 가볍게 한 바퀴 돈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어떻게 일어섰는지, 어디를 어떻게 걸어갔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어느새 자연스럽게 7호실 문 앞에 서 있었고, 나 자신이 석상처럼 꼿꼿이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무언가 기억나지 않는 것을 열심히 생각한 끝에, 과감히 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 아침 그대로인 침대 위에 신발을 신은 채 기어 올라가, 똑바로 누워 털썩 쓰러졌다. 그 머리맡에서 문이 저절로 닫히며, 무겁고 음울한 반향을 방 안팎에 울려 퍼지게 했다.
그러자 거의 동시에, 두꺼운 콘크리트 벽을 사이에 둔 옆방 6호실에서 혼을 찢는 듯한 날카로운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 오빠…… 오빠를 만나게 해주세요. 지금 돌아오신 것 같아요. 저 문 소리가 그래요. 오빠를 만나게 해주세요…… 아니요, 아니요…… 저는 미친 여자가 아니에요…… 오빠의 여동생이에요. 여동생이에요, 여동생이에요…… 오빠, 오빠. 대답해주세요…… 저는 여동생이에요, 여동생이에요, 여동생이에요……”
이것이 태아의 꿈이구나…… 나는 눈을 크게 뜬 채 침대 위에 반듯이 누워 생각했다.
모든 것이 태아의 꿈이구나…… 저 소녀의 비명도…… 이 어두운 천장도…… 저 창문의 햇빛도…… 아니, 오늘 일어난 일은 모두 그렇구나……
나는 아직 어머니의 태내에 있는 것이다. 이런 무서운 ‘태아의 꿈’을 꾸며 발버둥 치며 괴로워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태어남과 동시에, 많은 사람들을 저주하여 죽이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른다. 단지 나의 격렬한 태동을 어머니가 느끼고 있을 뿐이다.
내 옆에 있는 콘크리트 벽이 저쪽에서 두드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오빠, 오빠. 이치로 오빠. 당신은 아직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건가요. 나예요, 나예요…… 모요코예요…… 모요코예요. 대답해 주세요…… 대답해 줘……”
몇 번 두드린 후, 그녀의 목소리는 고통스러운 울음소리로 변했고, 무언가 위에 엎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침대 위에 길게 똑바로 누워 죽은 사람처럼 숨을 죽이고 있었다. 눈만 크게 뜨고…….
……부…………으으으으응……
복도 안쪽에서 시계 소리가 들려왔다. 옆방의 울음소리가 딱 멈춘다. 그에 맞춰 또 하나……
……부――――응……
하는 소리가 들렸다. 전보다 조금 더 긴 것 같은…… 나는 더욱 눈을 크게 떴다.
……부――――응……
그 소리에 맞춰 마사키 박사의 해골 같은 얼굴이 식은땀을 흘리며 코안경을 쓰고 나타났다. 그러더니 목례를 하듯 눈을 내리깔고 힘없이 씨익 웃으며 사라졌다.
……부――――응……
머리가 흐트러지고 아랫입술이 피투성이가 된 치요코의 고통스러운 표정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가는 끈으로 목이 졸린 채 핏발 선 눈을 크게 뜨고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있는 힘껏 무언가를 말하려 입술을 떨 새도 없이 슬프게 눈을 감고 눈물을 흘렸다. 아랫입술을 깨무는 동안 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파랗게 질렸고, 흰 눈을 살짝 뜨는가 싶더니 털썩 뒤로 넘어갔다.
……부――――응……
소녀 아사다 시노의 엉망이 된 뒤통수가 검은 액체를 토해내며 고개를 숙이고…….
……부――――응……
야치요의 피투성이 얼굴이 눈을 경련하며…….
……부웅부웅부웅부웅부웅……
뺨이 찢어진 밤송이 머리가…… 미간이 부서진 오스베라카시 머리 딸이…… 이마 피부가 벗겨진 수염투성이 얼굴이…….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대로 침대에서 뛰어내려 일직선으로 달려 나갔다.
그러자 내 이마가 무언가 단단한 것에 부딪혔고, 눈앞이 번쩍 밝아졌다. ……라고 생각하자마자 다시 곧바로 캄캄해졌다.
그 순간, 나와 똑같이 생긴 얼굴이 머리카락과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채 움푹 들어간 눈을 번뜩이며 어둠 속에 떠올랐다. 나와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갑자기 붉고 커다란 입을 벌려 껄껄 웃었다……가……
“……앗…… 오청수……”
하고 내가 소리 지를 틈도 없이 그 모습은 사라지듯 보이지 않게 되었다.
……부우우우…………응응…………응응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