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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귀환석의 파편

지은이 자유 · 2026-10-27

10화 귀환석의 파편

“그 이야기는 빼도 되지 않을까?”

“안 돼요.”

아이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면 지금 노는 것도 돌아갈 때 가져가는 이야기가 되잖아요.”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엄마에게 가져갈 것은 기억의 영약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의 말대로라면 이 바다와 조개, 오늘의 웃음도 가져갈 수 있었다.

“그래.”

나는 바닷물을 손으로 떠 아이 쪽으로 뿌렸다.

“그럼 이야기 하나 더 만들자.”

아이가 비명을 지르며 웃었다.

곧바로 두 손으로 더 큰 물을 퍼 나에게 되갚았다.

그날만큼은 귀환석도, 칠천 골드도 생각하지 않았다.

해가 질 때까지 우리는 바다에서 놀았다.

*

쉬는 것과 멈추는 것은 달랐다.

다음 날 아침 나는 루메라의 정보상 거리에 갔다.

카지노에서 딴 돈은 금화 백 닢.

옷과 지팡이, 세이버와 방패, 숙소와 놀이에 돈을 쓰고도 금화 예순한 닢이 남아 있었다.

칠천 골드에 비하면 여전히 적었지만, 이제는 정보를 사는 데 몇 골드를 쓰는 것을 아까워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귀환문과 귀환석에 관한 기록을 가진 사람을 찾았다.

여섯 번째 가게에서 늙은 정보상 레만이 문을 잠갔다.

그는 금화 세 닢을 받은 뒤에야 낡은 지도와 문서 뭉치를 탁자 위에 펼쳤다.

“귀환 의식을 아무 곳에서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먼저 죽는다.”

레만은 지도 위의 세 지점을 짚었다.

“세계의 경계가 얇아진 곳이 필요해. 지금도 안정적으로 쓸 수 있다고 알려진 곳은 마도도시 카르디아 외곽의 경계탑뿐이다.”

도렌의 말과 같았다.

“문지기 상회가 가진 귀환석도 그곳에 있습니까?”

“탑 지하 금고에 완전한 귀환석 하나가 있다고 하지. 성국의 허가가 없으면 꺼내지도 못하고.”

“다른 귀환석은요?”

레만의 손가락이 루메라 북동쪽의 오래된 길을 따라 움직였다.

숲과 산이 만나는 곳에 무너진 탑 하나가 그려져 있었다.

“에르가 관측소. 별의 움직임이 아니라 다른 세계의 흔적을 관측하던 곳이라는 기록이 있어. 삼십 년 전 조사단이 지하 제단에서 귀환석 조각을 발견했지.”

“조각은 어디 있습니까?”

“조사단은 돌아오지 못했어. 조각도 사라졌고.”

레만은 별 모양의 표식이 찍힌 얇은 장부를 내게 건넸다.

“다만 귀환석 조각은 완전한 본체 가까이에서 공명한다고 적혀 있네. 하나만 손에 넣어도 나머지를 찾는 나침반으로 쓸 수 있다는 뜻이지.”

나는 종이와 잉크를 살폈다.

[직업 선택: 감정사 A]

종이는 적어도 이십 년 이상 됐다.

상인평의회에서 쓰던 공식 조사 표식도 진짜였다.

문서 자체는 위조가 아니었다.

그 안의 정보가 지금도 옳은지는 다른 문제였다.

“카르디아로 가는 길에 들를 수 있습니까?”

“옛길로 하루 반쯤 돌아가면 되네.”

레만은 지도에 새로운 선을 그었다.

“하지만 돈이 있어도 목숨은 하나야. 귀환석을 찾으러 갔다가 돌아온 사람은 드물지.”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은 원래 무리하게 됩니다.”

나는 지도와 문서를 챙겼다.

아이에게 돌아가자 그녀는 이미 여행복을 입고 지팡이를 등에 멘 채 기다리고 있었다.

침대 위에는 흰 고래 인형과 전날 챙겨 둔 빵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어디로 가요?”

나는 지도를 펼쳐 에르가 관측소를 가리켰다.

“카르디아로 가기 전에 들를 곳이 생겼어.”

“귀환석이 있어요?”

“있을 수도 있어.”

아이는 빵을 새 천으로 다시 싸서 가방에 넣었다.

“그럼 가요.”

“바다에 더 있고 싶으면 하루쯤 더 있어도 돼.”

아이는 발코니 너머의 푸른 물을 바라봤다.

조금 아쉬운 얼굴이었다.

그래도 스스로 고개를 저었다.

“다음에 또 오면 돼요.”

다음이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된 아이가 좋았다.

우리는 정오 전에 루메라를 떠났다.

도시의 성문을 빠져나온 뒤에도 아이는 몇 번이나 뒤를 돌아봤다.

멀어지는 흰 성벽 너머로 바다의 푸른빛이 조금씩 작아졌다.

“아쉬워?”

“조금요.”

아이는 솔직하게 대답한 뒤 앞을 봤다.

“그래도 돌아올 곳이 하나 더 생겼어요.”

“루메라가?”

“바다가요.”

아이가 웃었다.

점심 무렵, 우리는 길가의 큰 나무 아래에서 잠시 쉬었다.

아이는 빵보다 먼저 달빛나무 지팡이를 꺼냈다.

“정말 제가 결계를 만들 수 있을까요?”

“지팡이가 대신 만들어 주는 게 아니야. 네 힘이 흩어지지 않게 길을 잡아 주는 거지.”

나는 마법사 A급의 감각으로 지팡이 끝에 새겨진 회로를 짚어 줬다.

“누군가 널 잡으려 하면, 밀어내고 싶은 곳에 손바닥이 하나 더 생긴다고 생각해 봐.”

아이는 눈을 감고 지팡이를 들었다.

푸른 마석에 모인 흰빛이 손바닥만 한 막을 만들려다 사라졌다.

“됐어요?”

“응. 하지만 진짜 위험할 때는 다른 사람보다 너부터 지켜.”

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둘 다 지키면 되잖아요.”

“욕심이 큰데.”

“금화 여덟 닢짜리 지팡이니까요.”

아이의 대답이 제법 당당했다.

나도 세이버를 뽑아 가볍게 휘둘렀다.

떨어지던 나뭇잎 하나가 소리도 없이 반으로 갈라졌다.

방패를 들어 자세를 바꿔 봐도 팔에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멋있어요.”

“검이?”

“검도요.”

“그럼 또 뭐가?”

아이가 내 손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까부터 계속 뽑았다 넣었다 하는 게요.”

나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세이버를 칼집에 넣었다.

“장비 점검이야.”

“네.”

대답하는 얼굴은 전혀 믿지 않는 것 같았다.

새 옷에 새 지팡이.

새 세이버와 새 방패.

금화 쉰여덟 닢.

그리고 귀환석의 위치가 표시된 지도.

이세계에 떨어진 뒤 처음으로 모든 것이 잘 풀린 기분이었다.

그 기분은 도시의 흰 성벽이 보이지 않게 된 지 반나절 만에 끝났다.

길 한가운데 쓰러진 마차가 있었다.

바퀴는 멀쩡했고 말도 보이지 않았다.

[직업 선택: 사냥꾼 A]

숲 양쪽에 열두 명.

앞쪽 바위 뒤에 둘.

뒤쪽 언덕에 석궁을 든 자가 셋.

매복이었다.

“아이, 내 뒤로.”

이번에는 아이가 겁에 질려 굳지 않았다.

지팡이를 두 손으로 잡고 내 등 뒤에 섰다.

두건을 쓴 남자가 마차 뒤에서 걸어 나왔다.

“좋은 옷이군.”

그의 시선이 내 허리의 세이버와 아이의 지팡이, 묵직한 짐가방을 차례로 훑었다.

“목숨까지 내놓으라고 하진 않겠다. 가진 것만 두고 가.”

“거절하면?”

“새 방패가 화살을 몇 발이나 막는지 알게 되겠지.”

남자가 손을 들었다.

숲에서 석궁 시위가 튕기는 소리가 연달아 났다.

나는 새 방패를 들어 올렸다.

카앙!

첫 화살이 방패 중심에 맞고 옆으로 튕겼다.

충격은 손목까지 오지도 않았다.

두 번째와 세 번째 화살도 방패의 곡면을 타고 흙바닥에 박혔다.

[직업 선택: 검사 A]

나는 세이버를 뽑았다.

바람 문양이 푸르게 빛났다.

칼날이 공기를 가르는데 저항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앞에서 달려든 강도의 창대를 비스듬히 베었다.

딱.

마른 나뭇가지처럼 창이 잘렸다.

손목을 뒤집어 세이버의 옆면으로 남자의 턱을 때렸다.

한 명이 쓰러지기 전에 다음 사람이 도끼를 휘둘렀다.

새 방패로 도끼를 받아 옆으로 흘렸다.

몸이 열린 순간 방패 가장자리로 그의 가슴을 밀었다.

남자는 두 걸음이 아니라 두 사람을 넘어뜨리며 날아갔다.

A급 기술은 처음부터 내게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기술을 방해하지 않는 장비도 있었다.

싸움은 전투라기보다 확인에 가까웠다.

세이버는 원하는 곳에서 정확히 멈췄다.

손목을 자르는 대신 무기를 놓치게 했고, 목을 베는 대신 옷깃을 잘라 나무에 박았다.

방패는 날아오는 칼과 화살을 막으면서도 팔을 무겁게 만들지 않았다.

강도들이 절반도 쓰러지기 전에 아이 쪽으로 한 명이 돌아 들어갔다.

나는 몸을 돌렸지만 아이가 먼저 지팡이를 들었다.

“오지 마요.”

달빛나무 끝의 푸른 마석에 흰빛이 모였다.

강도가 손을 뻗는 순간 작은 빛의 막이 아이 앞에 생겼다.

퍽!

남자의 손이 튕겨 나갔다.

결계는 한 번 만에 사라졌지만 아이는 쓰러지지 않았다.

“저 할 수 있는 만큼만 했어요.”

“잘했어.”

나는 강도와 아이 사이로 들어가 방패를 밀었다.

남자가 흙바닥을 굴렀다.

남은 강도들의 눈에서 싸울 의지가 사라졌다.

세 명이 숲으로 달아났고, 네 명은 무기를 버렸다.

두건을 쓴 우두머리는 혼자 남아 뒷걸음질 쳤다.

나는 세이버 끝을 그의 목 앞에 멈췄다.

“새 방패가 화살을 몇 발 막는지는 아직 모르겠네.”

남자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더 쏴 볼래?”

그는 칼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우리는 살아 있는 강도들을 길가에 무릎 꿇리고 그들이 빼앗은 짐을 확인했다.

상인의 지갑.

찢어진 여행증.

피 묻은 반지.

주인을 잃은 물건들이 자루 세 개를 채우고 있었다.

그중 작은 가죽주머니 하나가 미세하게 떨렸다.

아이의 지팡이 끝에 남아 있던 흰빛도 같은 박자로 흔들렸다.

나는 가죽주머니를 열었다.

안에는 손가락 마디만 한 푸른 돌 조각이 들어 있었다.

표면에 별빛 같은 금이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다.

[직업 선택: 감정사 A]

[물품: 고대 귀환석 파편]

[상태: 최근 본체에서 강제로 분리됨]

[특이사항: 가까운 거리의 귀환석과 공명 중]

나는 에르가 관측소가 표시된 지도를 펼쳤다.

돌 조각은 그쪽이 아니라 북쪽 숲을 향해 떨리고 있었다.

지도와 달랐다.

나는 우두머리의 목에 세이버를 조금 더 가까이 댔다.

“이걸 어디서 났지?”

남자는 푸른 조각과 지도를 번갈아 보았다.

두려움으로 굳어 있던 얼굴에 이상한 웃음이 떠올랐다.

“귀환하려는 자였군.”

“묻는 말에 대답해.”

“그 지도를 금화 주고 샀나?”

남자가 피 묻은 이를 드러냈다.

“그럼 제대로 속았어. 에르가 관측소에는 무덤밖에 없다.”

나는 지도 위의 상인평의회 표식을 내려다봤다.

문서는 진짜였다.

그렇다고 정보까지 진짜라는 보장은 없었다.

남자가 귀환석 파편을 향해 턱짓했다.

“나를 살려 주면 저게 떨어져 나온 곳을 말해 주지.”

“먼저 말하면 살려 줄지 생각해 보지.”

남자의 웃음이 사라졌다.

그는 잠시 나를 보다가 아이와 달빛나무 지팡이를 바라봤다.

그리고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 그럼 잘 들어.”

귀환석 파편의 떨림이 점점 빨라졌다.

진짜 귀환석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