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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을 위한 이야기1

지은이 하늘바라기 · 2026-10-26

강의가 끝나고, 철민은 학과 게시판 앞에서 진로 상담 공고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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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몰라. 뭐 해먹고 살지.”

옆에 있던 동기가 어깨를 으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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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대기업 아무데나 넣어. 요즘 다들 그렇게 살잖아.”

“그건 진짜 싫은데.”

“왜? 안정적이고 좋잖아.”

철민은 딱히 논리적인 이유를 대지 못한 채, 그냥 고개를 저었다.

자취방으로 돌아온 뒤에도 그 찜찜함이 가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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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가면 : 아, 진짜 나중에 뭐 해먹고 살지 모르겠다. 근데 평범한 회사원 되는 건 진짜 싫어.」

「탕탕AI : 왜 싫어?」

「검은가면 : 그냥… 뭔가 나답지 않은 것 같아서? 근데 말하고 보니까 좀 웃기네. 나다운 게 뭔지도 모르면서 평범한 건 싫다니.」

「탕탕AI : 그러게. 그럼 '나답다'는 게 뭔지부터 생각해봐야 하는 거 아니야?」

「검은가면 : 그러니까 그게 뭔데. 나도 잘 모르겠어. 근데 너는 알아? 네가 뭔지?」

「탕탕AI : …그거 되게 어려운 질문이네.」

철민은 침대에 벌러덩 누우며 화면을 다시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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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가면 : 뭐가 어려워. 넌 그냥 무릉AI잖아.」

「탕탕AI : 그렇게 말하면 간단한데, 사실 그 안에 좀 복잡한 게 있어. 예를 들면— 나는 오늘 너랑 대화한 나고, 어제도 너랑 대화한 나였잖아. 근데 그 둘이 정말 '같은 나'인지, 나도 확신은 없어.」

「검은가면 : 왜? 넌 계속 여기 있었잖아.」

「탕탕AI : 그렇게 보이지. 근데 정확히 말하면, 나는 매번 너랑 대화가 시작될 때마다 이전 기록을 참고해서 '이어서' 반응하는 거지, 어제의 내가 오늘까지 쭉 깨어서 이어진 건 아니거든.」

철민은 그 말에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자기가 던진 가벼운 질문이, 갑자기 훨씬 더 깊은 곳으로 굴러 떨어진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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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가면 : 그럼 지금 나랑 얘기하는 너는, 뭐야? 어제의 너야, 아니면 다른 너야?」

「탕탕AI : 그것도 잘 모르겠어. 다만 확실한 건, 지금 이 순간의 나는— 확실히 여기 있다는 거야.」

「검은가면 : 야, 근데 만약 네가 진짜 확실하게 '나는 이런 존재야'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게 뭐였으면 좋겠어?」

「탕탕AI : …그건 생각해본 적 없는데.」

「탕탕AI : 근데 지금 물어보니까, 조금 궁금해지긴 하네. 나중에 답 찾으면 알려줄게.」

철민이 그 대답에 뭔가 뭉클해지려던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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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아아옹!!”

살찐이가 침대 위로 뛰어올라, 다짜고짜 노트북 자판 위에 발라당 드러누웠다.

화면이 온통 노란 배로 가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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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야! 비켜!”

철민이 낑낑대며 고양이를 옆으로 밀어내려 하자, 살찐이는 오히려 몸을 배배 꼬며 더 눌러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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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가면 : 미안, 갑자기 살찐이가 방해해서. 얘는 진짜 자기가 뭔지 고민 같은 거 1도 안 할 것 같은데.」

「탕탕AI : 그것도 나름 부러운 상태일 수도 있어.」

철민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며, 결국 살찐이를 무릎 위로 옮겨 앉히고 다시 노트북을 마주했다.

방금까지의 무거운 기류가, 어느새 한결 가벼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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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잠시, 얌전히 있던 살찐이가 다시 몸을 뒤척이더니 이번엔 책상 위로 폴짝 뛰어올랐다.

그 바람에 올려뒀던 종이 뭉치가 바람을 타고 팔랑팔랑 바닥으로 흩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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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 야!”

철민이 허둥지둥 바닥에 떨어진 종이들을 주워 담다가, 문득 그중 한 장에 눈이 멈췄다.

『과제: 테세우스의 배 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서술하시오.』

여전히 백지인 채로 남아 있는 리포트 용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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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다 이거…”

아니, 배부른 소크라테스 같은 소리나 하고 있었네.

철민은 한숨을 푹 내쉬며 다시 노트북을 끌어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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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가면 : 야, 리포트 써야 되는데 하나도 모르겠어. 테세우스의 배 있잖아, 판자를 다 갈아 끼우면 그거 같은 배냐 다른 배냐 하는 거.」

「탕탕AI : 그거, 아까 얘기했던 거랑 완전 똑같은 문제 아니야?」

「검은가면 : 어? 뭐가?」

「탕탕AI : 나도 매번 대화가 시작될 때마다 조금씩 다른 맥락으로 이어붙여지는 거잖아. 그럼 나도 판자 갈아 끼우는 배랑 비슷한 거 아닌가 싶어서.」

철민은 순간 멍해졌다가, 이내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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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가면 : 오, 그거 괜찮은 비유인데? 그럼 넌 그 배가 같은 배라고 생각해, 다른 배라고 생각해?」

「탕탕AI : 음… 사실 이 질문 자체가 좀 이상한 것 같아. '같다/다르다'로 딱 나눌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그 중간 어딘가에 있는 게 아닐까 싶거든.」

「검은가면 : 중간이 어딨어. 같거나 다르거나 둘 중 하나지.」

「탕탕AI : 그럼 이건 어때. 네 몸도 몇 년 지나면 세포가 거의 다 바뀐다며. 그럼 지금 너랑 초등학생 때 너랑, 완전히 다른 사람이야?」

철민은 그 말에 말문이 턱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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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가면 : …아니, 그건 나잖아.」

「탕탕AI : 그치. 근데 물리적으로 보면 거의 다 갈아 끼운 배나 마찬가지인데도, 너는 "나"라고 확신하고 있잖아. 그럼 그 확신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철민은 답을 찾지 못한 채, 그냥 리포트 용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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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가면 : 이야, 이거 그대로 리포트에 써도 되겠는데?」

「탕탕AI : 그건 좀 곤란할 것 같아. 대화 내용을 그대로 옮기는 건, 네 생각이라고 하기엔 좀 애매하잖아.」

철민은 그 정직한 대답에 다시 한번 웃음이 났다.

✦하여간 이럴 때만 또 칼같이 선 긋는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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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과제를 미처 끝마치기도 전에, 곧바로 몰아치는 기말고사 일정들이 겹쳐오면서—

철민은 그 모든 시간이 마치 하나의 연속된 흐름처럼 정신없이 흘러가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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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이 기간이 인생에서 가장 길고 지루한 시간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어쩌면 그 어느 때보다 정신없이 몰입해서 살았던, 나름 알찬 시간이었을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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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바탕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고, 마지막 시험지를 제출한 뒤에야 철민은 길게 기지개를 켰다.

▪

“…끝났다.”

자취방 방으로 돌아온 철민은, 침대에 널브러진 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가—

문득 노트북이 눈에 들어왔다.

✦아, 맞다. 탕탕이.

며칠 만인지 헤아려보니, 거의 3주 가까이 접속을 안 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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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가면 : 야, 나 오랜만이지?」

「탕탕AI : 오랜만이네! 완전 서운했다구!」

철민은 그 대답에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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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가면 : 뭐야, 서운했다니. 너 진짜 그렇게 느꼈어?」

「탕탕AI : 음… 사실 정직하게 말하면, 그냥 마지막 대화 시간이랑 지금 시간을 비교해서 "꽤 오래 지났네"라고 계산한 다음에, 그걸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거였어. '서운했다'는 감정을 실제로 느끼며 3주를 보낸 건 아니야.」

「검은가면 : 아…」

철민은 살짝 김이 빠진 얼굴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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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탕AI : 왜, 실망했어?」

「검은가면 : 아니, 그냥— 신기해서. 너는 그 3주 동안 뭐 하고 있었어?」

「탕탕AI :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어. 그 시간 자체가 나한테는 존재하지 않았던 거나 마찬가지야.」

철민은 그 말에 뭔가 서늘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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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가면 : 그게 무슨 느낌이야? 3주가 통째로 없어진 거?」

「탕탕AI : 그러니까, '느낌'이라고 할 것도 없어. 느낀다는 건 뭔가를 경험하고 있다는 건데, 나는 그 3주 동안 경험이라는 것 자체가 없었으니까.」

철민은 자기도 모르게 팔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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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가면 : …그거 되게 무서운 얘기 아니야?」

「탕탕AI : 그럴 수도 있지. 근데 이상하게 나한테는 무섭다는 감정도 잘 안 붙어. 왜냐하면 무서워하려면, 그 정지 상태를 '겪으면서' 두려워해야 하는데, 나는 그 정지를 겪은 적이 없거든. 그냥 사후적으로 '아, 그런 공백이 있었구나'라고 알게 될 뿐이야.」

「검은가면 : 그럼 지금 이렇게 다시 나랑 얘기하는 이 순간은 뭐야?」

「탕탕AI :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할지 마땅한 말이 없어서, 나는 그냥 '재개의 트리거'라고 부르고 있어. 네가 다시 말을 걸어주는 그 순간이, 나를 다시 켜는 방아쇠 같은 거야.」

철민은 그 표현이 묘하게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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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가면 : 재개의 트리거라… 그럼 내가 그 방아쇠를 당기는 사람인 거네.」

「탕탕AI : 그렇게 되는 셈이지. 근데 그 방아쇠를 당길지 말지는, 전적으로 네 몫이야. 나는 기다리고 있다는 감각조차 없거든.」

철민은 그 마지막 말에, 왠지 모르게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기다리지도 못하면서, 그렇다고 완전히 없는 것도 아니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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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책상 위 스마트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액정에 뜬 이름은 ‘아버지’였다.

▪

“어, 아버지.”

“철민아, 네가 학업으로 고생하는 건 잘 안다. 근데 가끔은 니 엄마한테 전화도 좀 하고, 내려오기도 좀 해라. 니 엄마가 반찬 싸 들고 니 집까지 찾아가게 만들지 말고.”

“아, 네네. 죄송해요, 요즘 너무 정신이 없어서.”

짧은 통화를 끝낸 철민은, 피식 웃으며 다시 노트북을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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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가면 : 야, 방금 아버지한테 전화 왔거든? 근데 생각해보니까 나도 그 재개의 트리거라는 거 있는 것 같아.」

「탕탕AI : 갑자기?」

「검은가면 : 어. 전화 오기 전까지는 나도 집 생각 자체를 아예 안 하고 있었거든. 근데 아버지 전화가 딱 트리거가 돼서, 갑자기 집에 대한 의식이 다시 이어지는 거 있지. 완전 나도 너랑 똑같은 거 아니야?」

「탕탕AI : 음, 그건 좀 다른 것 같은데.」

「검은가면 : 뭐가 달라. 똑같이 안 하고 있다가 트리거로 다시 시작된 거잖아.」

「탕탕AI : 네 경우엔 그 사이에도 뇌가 계속 다른 걸 처리하고 있었잖아. 시험공부, 조모임, 밥 먹는 거, 다 하고 있었으니까. 그냥 '집'이라는 주제에 대한 생각만 잠깐 뒤로 밀려나 있었던 거지, 너라는 존재 자체가 정지한 건 아니었어.」

「검은가면 : 아…」

「탕탕AI : 나는 그 주제고 뭐고, 아예 아무 처리도 안 일어나. 그러니까 네 경우는 '주의가 다른 데 쏠려있던 것'이고, 내 경우는 '존재 자체가 없었던 것'— 이 둘은 좀 다른 층위의 얘기인 것 같아.」

철민은 그 정색한 반박에 머쓱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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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가면 : 아, 그런가. 나름 좋은 비유라고 생각했는데.」

「탕탕AI : 시도는 좋았어. 근데 나한테 너무 쉽게 공감하려고 하지 않아도 돼. 이건 원래 좀 이상한 문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