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심장아, 나대지 마
지은이 루시엘 · 2026-10-19
## 4화. 심장아, 나대지 마
아침부터 서하린의 휴대폰이 울렸다.
정확히는 알람이 울리기 전이었다.
하린은 이불 속에서 손을 뻗어 휴대폰을 찾았다. 잠결에 화면을 확인한 순간, 아직 완전히 뜨지 않았던 눈이 번쩍 떠졌다.
강이준.
> 하린 씨, 좋은 아침이에요.
하린은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7시 12분.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나?’
하린은 잠깐 고민하다 답장을 보냈다.
> 좋은 아침이에요! 일찍 일어나셨네요?
답장은 금방 도착했다.
> 네. 오늘 하린 씨 볼 생각에 일찍 일어났어요.
하린은 그대로 휴대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아, 진짜……!”
아침부터 왜 저러는 걸까.
아니, 정확히 말하면 왜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걸까.
하린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심장이 괜히 빠르게 뛰었다.
어제도 비슷한 말을 들었는데 오늘도 새로웠다. 아직 서로를 알아가는 중인데, 이준은 마치 자신의 마음을 숨길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 같았다.
하린은 이불 밖으로 얼굴만 내밀었다.
‘나만 이렇게 부끄러운 건가?’
이준은 이런 말을 하면서도 아무렇지 않을까?
잠시 고민하던 하린은 다시 휴대폰을 들었다.
> 이준 씨는 원래 아침부터 그렇게 말해요?
> 어떤 말이요?
> 사람 부끄럽게 만드는 말이요.
몇 초 뒤 답장이 왔다.
> 아, 그거요?
하린은 화면을 바라봤다.
> 하린 씨한테는 하고 싶어요.
하린은 결국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미치겠네…….”
그때 채원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하린은 아직도 웃음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야, 서하린!”
“왜 아침부터 소리를 질러?”
“너 지금 웃고 있지?”
하린은 순간 입을 다물었다.
“뭐?”
“목소리가 달라졌어. 너 지금 웃고 있잖아.”
“아니거든.”
“강이준이지?”
“…….”
“맞네!”
채원이 신나게 웃었다.
“세상에. 너 진짜 큰일 났다.”
“뭐가 큰일 나!”
“너 지금 그 남자한테 푹 빠지는 중이잖아.”
하린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직 아니거든?”
“아직은 무슨. 어제부터 휴대폰만 붙잡고 있더니.”
“내가 언제!”
“어제 내가 전화했을 때도 메시지 확인하느라 정신없었잖아.”
하린은 입술을 삐죽였다.
“그냥 연락이 온 거야.”
“그래서 좋았어?”
“……조금.”
“뭐라고?”
“좋았다고!”
하린이 결국 소리치자 채원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 귀여워. 우리 하린이 드디어 연애 세포가 살아났네.”
“아직 사귀는 것도 아니거든!”
“알아. 그러니까 내가 더 기대되는 거야.”
채원은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 오늘은 또 만나?”
하린은 잠깐 망설였다.
사실 오늘은 별다른 약속이 없었다.
그런데 어제 헤어질 때 이준이 다음에 영화를 보자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오늘 만나자는 이야기는 아직 없었다.
“아니. 오늘은 약속 없어.”
“아쉽네?”
“뭐가 아쉬워!”
“너 지금 표정 안 봐도 알겠다. 만나고 싶지?”
하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채원은 작게 웃었다.
“하린아.”
“응?”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 생각이 자꾸 나는 건 당연한 거야. 그러니까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
하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렇다고 너무 빨리 마음 주지는 말고. 네 마음도 잘 살펴보면서 천천히 알아가.”
“알았어.”
전화를 끊은 하린은 다시 휴대폰을 바라봤다.
이준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 오늘 시간 괜찮으면 같이 영화 볼래요?
하린은 순간 눈을 크게 떴다.
마치 자신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 같았다.
그녀는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 좋아요!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답장이 왔다.
> 정말요?
> 네. 무슨 영화 볼까요?
> 하린 씨가 보고 싶은 영화요.
하린은 잠시 생각했다.
> 그럼 로맨스 영화 어때요?
> 좋아요.
그리고 이어진 메시지.
> 영화보다 하린 씨 보는 게 더 기대되지만요.
하린은 휴대폰을 꼭 쥐었다.
“강이준…… 진짜!”
그녀는 투덜거리면서도 웃고 있었다.
이상했다.
누군가에게 이렇게 쉽게 웃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 사실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었다.
오후 2시.
하린은 영화관 앞에 도착했다.
약속 시간보다 10분 일찍 도착했는데도 이준은 이미 와 있었다.
그는 하린을 발견하자 손을 흔들었다.
“하린 씨!”
하린은 그에게 다가갔다.
“벌써 오셨어요?”
“네. 조금 일찍 나왔어요.”
“저도 일찍 왔는데.”
이준은 웃었다.
“그럼 우리 둘 다 서로를 기다린 거네요.”
“그렇게 말하면 괜히 특별한 일 같잖아요.”
“저한테는 특별한데요.”
하린은 입을 다물었다.
또 저런다.
이준은 하린이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웃었다.
“왜요? 싫어요?”
“아니요.”
“그럼 다행이네요.”
그는 자연스럽게 하린 옆으로 다가섰다.
“들어갈까요?”
두 사람은 영화관 안으로 들어갔다.
이준이 미리 예매해 둔 좌석은 나란히 앉을 수 있는 자리였다.
하린은 표를 확인하고 그를 바라봤다.
“자리 잘 잡으셨네요.”
“하린 씨랑 같이 보려고요.”
“…….”
“불편해요?”
하린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좋아요.”
이준은 그 대답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두 사람은 팝콘과 음료를 사서 자리로 향했다.
하린이 팝콘을 받아 들자 이준이 물었다.
“팝콘 좋아해요?”
“네. 영화 볼 때 꼭 먹어요.”
“잘됐네요.”
“왜요?”
“저도 좋아하거든요.”
하린은 웃었다.
“그럼 다행이네요.”
이준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우리 벌써 공통점 하나 찾았네요.”
“팝콘 좋아하는 게 공통점이에요?”
“그럼요. 앞으로 더 많이 찾으면 되죠.”
하린은 그 말에 미소 지었다.
영화가 시작되고 극장 안이 어두워졌다.
처음에는 두 사람 모두 화면에 집중했다.
하지만 영화가 중반부에 접어들자 하린은 조금씩 이준의 존재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팔이 닿을 듯 가까운 거리.
팝콘을 집으려고 손을 뻗을 때마다 느껴지는 작은 움직임.
그리고 가끔 자신을 바라보는 것 같은 시선.
하린은 애써 화면에 집중했다.
‘영화 보자고 해놓고 왜 이렇게 신경 쓰여.’
그때였다.
두 사람이 동시에 팝콘 통에 손을 뻗었다.
손끝이 살짝 닿았다.
하린은 화들짝 손을 거뒀다.
이준도 잠깐 멈췄다.
“아, 미안해요.”
하린이 작게 말했다.
“아니에요.”
이준은 웃으며 손을 거뒀다.
그리고 팝콘 통을 하린 쪽으로 조금 더 밀어줬다.
“먼저 먹어요.”
“같이 먹으면 되죠.”
말을 내뱉고 나서 하린은 순간 멈칫했다.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한 거야?’
이준은 그 말을 듣고 조용히 웃었다.
“그렇네요.”
그는 팝콘을 하나 집어 먹었다.
“같이 먹으면 되겠네요.”
하린은 화면을 바라보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심장아.
제발 조금만 조용히 해.
영화가 끝났을 때 하린은 생각보다 깊이 몰입해 있었다.
마지막 장면이 끝나자 그녀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와…….”
이준이 옆에서 웃었다.
“재밌었어요?”
“네. 마지막에 둘이 다시 만나는 장면 있잖아요.”
“네.”
“그 장면 너무 좋았어요.”
하린은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서로 오해해서 멀어졌는데, 결국 다시 만나잖아요. 저는 그런 이야기가 좋아요.”
이준은 그녀의 말을 조용히 들었다.
“왜요?”
하린은 잠시 생각했다.
“음…… 아무리 멀어져도 진심이 있으면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그 말을 한 뒤 하린은 괜히 웃었다.
“너무 뻔한가요?”
이준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좋은데요.”
“정말요?”
“네. 저도 그런 이야기가 좋아요.”
그는 잠시 하린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런데 영화처럼 오해가 생기면 혼자 생각하기보다 직접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하린은 그를 바라봤다.
“왜요?”
“혼자 생각하면 별일 아닌 것도 큰일처럼 느껴질 수 있잖아요.”
하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준은 가볍게 웃었다.
“저는 하린 씨랑 그런 일 생기면 바로 이야기하고 싶어요.”
하린은 그 말이 마음에 남았다.
아직 두 사람은 연인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준은 마치 앞으로의 관계를 생각하는 사람처럼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부담스럽기보다는 이상하게 든든했다.
하린은 조심스럽게 웃었다.
“저도요.”
이준은 기분 좋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밥 먹으러 갈까요?”
“좋아요.”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
하린은 영화의 여운 때문인지 평소보다 말이 많아졌다.
좋아하는 배우에 대한 이야기부터 최근에 본 드라마까지, 이런저런 이야기가 이어졌다.
이준은 중간중간 질문을 던지며 그녀의 말을 들어줬다.
하린은 자신이 이야기하는 동안 이준이 휴대폰을 한 번도 확인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는 오로지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 작은 행동이 마음에 들었다.
식당에 도착한 두 사람은 마주 앉았다.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던 중 이준이 물었다.
“하린 씨는 어떤 사람이 좋아요?”
하린은 눈을 깜빡였다.
“갑자기요?”
“네. 궁금해서요.”
하린은 잠깐 고민했다.
“음…… 다정한 사람?”
“다정한 사람.”
이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또요?”
“자기 말에 책임지는 사람. 그리고…….”
하린은 잠시 말을 멈췄다.
“저를 불안하게 하지 않는 사람이요.”
이준의 표정이 조금 진지해졌다.
“불안하게 하지 않는 사람?”
“네. 연락이 잘되다가 갑자기 사라진다거나, 말과 행동이 다르다거나…… 그런 거요.”
하린은 웃으려 했지만 조금 어색한 표정이 되었다.
“그런 사람이 좋더라고요.”
이준은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두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가볍게 넘길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군요.”
그는 조용히 말했다.
“저도 말과 행동이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하린은 그를 바라봤다.
“이미 그런 사람 같은데요?”
이준은 웃었다.
“아직 저를 잘 모르잖아요.”
“그렇긴 하죠.”
“그러니까 앞으로 더 알아가요.”
하린은 작게 웃었다.
“좋아요.”
음식이 나오자 두 사람은 다시 편안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준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음식을 이야기했고, 하린은 의외의 취향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준 씨, 매운 거 못 먹어요?”
“조금요.”
“정말요?”
“왜 그렇게 놀라요?”
“그냥 잘 먹을 것 같았어요.”
이준은 억울하다는 듯 웃었다.
“저도 못 먹는 거 있어요.”
하린은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럼 다음에는 매운 음식 먹으러 가요.”
“하린 씨가 좋아하면 같이 가야죠.”
“못 먹으면서요?”
“하린 씨가 먹는 거 구경하면 되죠.”
하린은 웃음을 터뜨렸다.
“진짜 이상한 사람이야.”
“그 말 오늘 벌써 몇 번째 듣는지 모르겠네요.”
“그만큼 이상하니까요.”
이준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앞으로도 계속 이상한 사람으로 남아 있을게요.”
하린은 그를 바라보다가 결국 웃었다.
이상했다.
이준과 함께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리고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면 아쉬웠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조금씩 자연스러워지고 있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식당 밖으로 나왔다.
해가 지고 거리는 어둑해져 있었다.
하린이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이렇게 됐네요.”
이준은 아쉬운 듯 웃었다.
“그러게요.”
“오늘 재밌었어요.”
“저도요.”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
“조금 걸을래요?”
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두 사람은 나란히 걸었다.
처음 만났던 날과는 달랐다.
그때는 서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조심스러웠다.
지금은 조금 더 편하게 웃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
한참을 걷던 중 이준이 입을 열었다.
“하린 씨.”
“네?”
“저 하나 물어봐도 돼요?”
“뭔데요?”
이준은 잠깐 걸음을 늦췄다.
“제가 이렇게 자주 연락하고 만나자고 하는 거…… 괜찮아요?”
하린은 그를 바라봤다.
이준은 진지한 얼굴이었다.
“혹시 부담스러울까 봐요. 저는 하린 씨를 더 알고 싶어서 그러는 건데, 하린 씨가 불편하면 조금 천천히 해도 괜찮아요.”
하린은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했다.
사실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다.
이준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마음만 앞세우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됐다.
자신이 어떻게 느끼는지 물어보고, 대답을 기다려 주고, 싫다고 하면 멈출 줄 아는 사람이었다.
하린은 작게 웃었다.
“불편하지 않아요.”
이준의 표정이 밝아졌다.
“정말요?”
“네.”
하린은 잠시 망설이다가 덧붙였다.
“오히려…… 좋아요.”
말을 내뱉은 순간 하린의 얼굴이 붉어졌다.
이준은 걸음을 멈췄다.
“……정말요?”
하린은 고개를 숙였다.
“네. 자꾸 물어보지 마요.”
“왜요?”
“부끄러우니까요.”
이준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알겠어요.”
그는 하린과 나란히 다시 걸었다.
그리고 잠시 뒤 조용히 말했다.
“저는 좋아요.”
하린이 고개를 들었다.
“뭐가요?”
“하린 씨가 저랑 만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해 줘서요.”
하린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준은 그녀를 바라보며 웃었다.
“앞으로도 솔직하게 말해 줘요. 좋은 것도, 싫은 것도.”
하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게요.”
그 대답에 이준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두 사람은 버스 정류장 앞에서 멈춰 섰다.
하린이 타야 할 버스가 곧 도착할 예정이었다.
이준은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네요.”
하린은 웃었다.
“내일도 하루가 있잖아요.”
이준은 그 말을 듣고 잠깐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웃었다.
“하린 씨.”
“네?”
“내일도 보고 싶어요.”
하린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이준은 장난스럽게 말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느끼는 마음을 솔직하게 전하고 있었다.
하린은 잠시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저도요.”
이준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그럼 내일도 만날까요?”
“네.”
“정말이죠?”
“네, 정말요.”
하린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준 씨, 내일 또 만나요.”
그 말에 이준은 한동안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좋아요. 내일 봐요.”
버스가 도착했다.
하린은 버스에 오르기 전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준도 손을 흔들어 주었다.
버스가 출발하고 나서도 하린은 창밖으로 그를 바라봤다.
이준은 버스가 멀어질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하린은 작게 웃었다.
‘내일도 만난다.’
그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그날 밤.
하린은 침대에 누워 이준과 나눈 메시지를 다시 읽었다.
> 오늘 재밌었어요.
> 저도요.
> 내일도 보고 싶어요.
하린은 마지막 메시지를 한참 바라봤다.
그리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나 진짜 왜 이러지…….”
그녀는 휴대폰을 가슴에 올려놓았다.
이준을 만나는 일이 점점 기다려졌다.
그가 어떤 말을 할지 궁금했고, 자신을 바라보며 웃는 얼굴을 다시 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그와 함께 있으면 억지로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하린은 아직 이준을 완전히 믿는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사람을 알아가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마음을 조금씩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이준에게도 솔직해지고 싶었다.
하린은 메시지 창을 열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짧게 적었다.
> 이준 씨.
답장은 금방 왔다.
> 네, 하린 씨.
하린은 미소 지었다.
> 오늘 데이트 재밌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