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공 도살법
von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2026-09-21
저는 유리 회사 사장인 게엘에게 이상하게도 호감을 품고 있었어요.
게엘은 자본가 중의 자본가예요. 아마 이 나라 갓파 가운데 게엘만큼 배가 큰 갓파는 한 마리도 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리치를 닮은 아내와 오이를 닮은 아이를 양옆에 두고 안락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은 거의 행복 그 자체였어요.
저는 가끔 재판관 페프나 의사 차크를 따라 게엘의 집 만찬에 갔어요. 또 게엘의 소개장을 들고, 게엘과 그 친구들이 조금씩 관계하고 있는 여러 공장도 둘러보았죠.
그 여러 공장 가운데서도 특히 재미있었던 건 서적 제조 회사의 공장이에요.
저는 젊은 갓파 기사와 함께 이 공장 안으로 들어갔어요. 수력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커다란 기계를 바라보았을 때, 새삼 갓파 나라의 기계 공업이 얼마나 발달했는지에 감탄했죠. 듣자 하니 그곳에서는 일 년에 칠백만 부의 책을 만든대요.
그런데 저를 놀라게 한 건 책의 부수가 아니었어요. 그만한 책을 만드는 데 조금도 손이 가지 않는다는 점이었죠. 이 나라에선 책을 만들 때 그저 기계의 깔때기 모양 입구에 종이와 잉크, 그리고 잿빛 가루를 넣기만 하면 되거든요.
그 원료들은 기계 안으로 들어가면 오 분도 채 지나지 않아 국판, 사륙판, 국반판 같은 수많은 책이 되어 나와요.
저는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는 갖가지 책을 바라보면서, 몸을 뒤로 젖히고 선 갓파 기사에게 그 잿빛 가루가 무엇이냐고 물어보았어요.
그러자 기사는 검게 번들거리는 기계 앞에 선 채, 시시하다는 듯 이렇게 대답했어요.
"이거요? 이건 당나귀 뇌수예요. 네, 한 번 말린 다음 대충 가루로 빻은 것뿐이죠. 시세는 1톤에 이삼 전쯤 하고요."
물론 이런 공업상의 기적이 서적 제조 회사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니에요. 회화 제조 회사에서도, 음악 제조 회사에서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죠.
실제로 게엘의 말에 따르면, 이 나라에서는 평균 한 달에 칠팔백 종의 기계가 새로 고안되고, 무엇이든 사람 손을 기다리지 않고 척척 대량 생산된대요. 그러니 해고되는 직공도 사오만 마리를 밑돌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런데도 이 나라에선 매일 아침 신문을 읽어도 ‘파업’이라는 글자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저는 그게 묘하게 여겨져서, 언젠가 또 페프와 차크와 함께 게엘의 집 만찬에 초대받았을 때 그 까닭을 물어보았어요.
게엘: 그건 다 먹어 버리니까요.
식후 시가를 문 게엘은 아주 아무렇지도 않게 이렇게 말했어요. 하지만 ‘먹어 버린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죠.
그러자 코안경을 쓴 차크가 제 의아한 얼굴을 알아챘는지, 옆에서 설명을 덧붙여 주었어요.
차크: 그 직공들을 몽땅 죽여서 고기를 식료로 쓰는 거예요. 여기 신문을 보세요. 이번 달엔 딱 육만 사천칠백육십구 마리의 직공이 해고됐으니, 그만큼 고깃값도 내린 셈이죠.
나: 직공들은 잠자코 죽임을 당한단 말인가요?
페프: 그야 소란을 피워 봐야 소용없지요. 직공 도살법이 있으니까요.
소귀나무 화분을 등지고 떨떠름한 얼굴을 하고 있던 페프의 말이었어요.
저는 물론 불쾌했어요. 하지만 주인인 게엘은 물론이고, 페프나 차크도 그런 건 당연하다고 여기는 모양이었어요.
실제로 차크는 웃으면서, 비웃듯 제게 말을 걸었어요.
차크: 말하자면 굶어 죽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수고를 나라가 덜어 주는 셈이죠. 독가스를 살짝 맡게 할 뿐이니 별로 고통스럽지도 않아요.
나: 하지만 그 고기를 먹는다는 건…….
차크: 농담하지 마세요. 마그가 들으면 아주 배꼽을 잡고 웃겠군요. 당신 나라에서도 제4계급의 딸들은 몸을 팔고 있잖아요? 직공 고기를 먹는 일 따위에 분개하는 건 감상주의예요.
이런 문답을 듣고 있던 게엘이 가까운 탁자 위의 샌드위치 접시를 권하며 태연하게 말했어요.
게엘: 어떻습니까? 하나 드시지 않겠어요? 이것도 직공 고기입니다만.
저는 물론 질려 버렸어요. 아니, 그뿐이 아니에요. 페프와 차크의 웃음소리를 뒤로하고 게엘의 응접실을 뛰쳐나왔어요.
마침 집집마다 하늘에 별빛 하나 보이지 않는, 사납게 거친 밤이었어요. 저는 그 어둠 속을 걸어 제 거처로 돌아가면서 쉴 새 없이 토했어요.
밤눈에도 희끄무레하게 흘러내리는 토사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