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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회

von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2026-09-21

저는 또 시인 토크와 함께 음악회에도 자주 갔어요. 그런데 지금도 잊히지 않는 건 세 번째로 들으러 갔던 음악회예요.

하긴 공연장 모습은 일본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어요. 역시 계단처럼 차츰 높아지는 객석에 암수 갓파 삼사백 마리가 저마다 프로그램을 손에 들고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 있었죠.

세 번째 음악회 때 저는 토크와 토크의 암컷 말고도 철학자 마그와 함께, 맨 앞줄에 앉아 있었어요.

첼로 독주가 끝난 뒤, 눈이 묘하게 가는 갓파 하나가 악보를 아무렇게나 끼고 무대 위로 올라왔어요. 이 갓파가 프로그램에 적힌 대로 그 유명한 작곡가 크라바크예요.

프로그램에 적힌 대로, ―아니, 프로그램을 볼 것도 없었어요. 크라바크는 토크가 속한 초인 클럽 회원이라, 저도 얼굴만큼은 알고 있었거든요.

Lied ― Craback

(이 나라의 프로그램도 대개 독일어를 늘어놓고 있었어요.)

크라바크는 우레 같은 박수 속에서 우리에게 가볍게 인사하고, 조용히 피아노 앞으로 걸어갔어요. 그러고는 역시 아무렇지도 않게 자작 리트를 치기 시작했죠.

토크의 말에 따르면 크라바크는 이 나라가 낳은 음악가 가운데 전무후무한 천재래요. 저는 크라바크의 음악은 물론이고 그가 여기(餘技)로 쓰는 서정시에도 관심이 있었기에, 커다란 활 모양 피아노 소리에 열심히 귀를 기울였어요. 토크나 마그가 넋을 잃은 정도는 어쩌면 저보다 더했을 거예요.

그런데 그 아름다운(적어도 갓파들 말로는 그렇다는) 암컷만은 프로그램을 꽉 움켜쥔 채, 이따금 몹시 짜증스럽다는 듯 긴 혀를 날름날름 내밀고 있었어요.

마그의 말로는, 십 년쯤 전에 크라바크를 붙잡는 데 실패한 탓에 지금까지도 이 음악가를 원수처럼 여긴다는 거예요.

크라바크는 온몸에 정열을 담아 싸우듯이 피아노를 쳐 나갔어요.

그때였어요. 갑자기 공연장 안에 천둥처럼 울려 퍼진 목소리가 있었어요.

"연주 금지!"

저는 그 소리에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어요. 목소리의 주인은 틀림없이 맨 뒷줄에 앉은, 키가 유난히 큰 순경이었어요.

순경은 제가 돌아보았을 때 느긋하게 앉은 채로, 아까보다 더 큰 소리로 다시 한번 고함쳤어요.

"연주 금지!"

그러고는,

그다음은 대혼란이었어요.

“경관의 횡포다!” “크라바크, 쳐라! 계속 쳐!” “바보!” “빌어먹을!” “물러나라!” “지지 마!”

이런 고함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의자가 넘어지고 프로그램이 날아다녔어요. 게다가 누가 던지는지, 사이다 빈 병이며 돌멩이며 먹다 만 오이까지 쏟아져 내렸죠.

어안이 벙벙해진 저는 토크에게 영문을 물어보려 했어요. 하지만 토크도 흥분했는지 의자 위에 우뚝 선 채 “크라바크, 쳐라! 쳐!” 하고 계속 외치고 있었어요.

그뿐 아니라 토크의 암컷도 어느새 적의를 잊었는지, “경관의 횡포다!” 하고 외치는 건 토크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어요.

저는 어쩔 수 없이 마그 쪽을 돌아보며 물었어요.

나: 어떻게 된 거예요?

마그: 이거요? 이 나라에선 흔히 있는 일이에요. 원래 그림이나 문예 같은 건…….

마그는 무언가 날아올 때마다 살짝 목을 움츠리면서도, 여전히 조용히 설명을 이어 갔어요.

마그: 원래 그림이나 문예 같은 건 무엇을 나타내는지 누구 눈에나 어쨌든 분명히 보이게 마련이지요. 그래서 이 나라에선 결코 발매 금지나 전시 금지를 하지 않아요. 그 대신 있는 게 연주 금지예요.

마그: 어쨌든 음악이라는 것만은, 아무리 풍속을 어지럽히는 곡이라도 귀가 없는 갓파는 알아듣지 못하니까요.

나: 그럼 저 순경은 귀가 있나요?

마그: 글쎄요, 그건 의문이네요. 아마 방금 그 선율을 듣다가 아내와 함께 잘 때의 심장 고동이라도 떠올렸겠지요.

이러는 사이에도 소동은 점점 더 커지기만 했어요.

크라바크는 피아노 앞에 앉은 채 오만하게 우리를 돌아보고 있었어요. 하지만 아무리 오만해도 온갖 것이 날아오는 걸 피하지 않을 수는 없죠. 그러니 이삼 초마다 모처럼의 자세가 흐트러진 셈이에요.

그래도 대체로는 대음악가의 위엄을 지키며, 가는 눈을 무섭게 번득이고 있었어요.

저는, ...... 저도 물론 위험을 피하려고 토크를 방패 삼고 있었어요. 하지만 역시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열심히 마그와 이야기를 이어 갔죠.

나: 그런 검열은 너무 난폭하지 않나요?

마그: 뭘요, 어느 나라 검열보다도 오히려 진보한 편이에요. 예를 들어 ××를 보세요. 바로 한 달쯤 전에도…….

막 이렇게 말을 꺼낸 순간이었어요.

마그는 공교롭게도 정수리에 빈 병이 떨어지는 바람에 quack(이건 그냥 감탄사예요) 하고 한 마디 외치고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