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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반니의 기차표 (4)

von 미야자와 겐지 · 2026-10-03

조반니는 총알처럼 벌떡 일어섰다.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창밖으로 몸을 내밀고, 있는 힘껏 가슴을 치며 소리쳤다. 그러고는 목이 메도록 울음을 터뜨렸다.

사방이 한순간 새까매진 것 같았다.

조반니는 눈을 떴다. 언덕 풀밭에서 지쳐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가슴은 뜨거웠고, 뺨에는 차가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조반니는 용수철처럼 벌떡 일어났다. 아래쪽 마을은 아까와 다름없이 불빛을 가득 반짝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불빛이 왠지 전보다 따뜻하게 느껴졌다.

꿈속에서 걸었던 은하수도 여전히 하얗게 어렴풋이 흐르고 있었다. 남쪽 지평선 위는 유난히 연기처럼 뿌옜고, 그 오른쪽에서 전갈자리의 붉은 별이 아름답게 반짝였다. 하늘 전체의 모습은 별로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았다.

조반니는 서둘러 언덕을 내려갔다. 저녁도 들지 않고 기다리고 있을 어머니 생각이 가슴 가득 차올랐다.

검은 소나무 숲을 빠져나가 희붐한 목장 울타리를 돌아, 아까 그 입구로 해서 어두운 외양간 앞으로 돌아왔다. 누군가 돌아왔는지, 아까는 없던 수레 한 대가 무슨 통 두 개를 싣고 서 있었다.

조반니: 안녕하세요!

조반니가 소리치자, 하얗고 통 넓은 바지를 입은 사람이 곧바로 나와 섰다.

“네, 무슨 일이시죠?”

조반니: 오늘 저희 집에 우유가 안 왔는데요.

“아, 이거 죄송합니다.” 그 사람은 곧장 안으로 들어가 우유병 하나를 가져와 조반니에게 건넸다.

“정말 죄송합니다. 오늘 낮에 깜빡하고 울타리를 열어 두었더니, 송아지 대장이 냉큼 어미 소한테 가서 젖을 반이나 먹어 버렸지 뭡니까…….”

그 사람이 웃었다.

조반니: 그렇군요. 그럼 가져갈게요.

“네, 정말 죄송했습니다.”

조반니: 아니에요.

조반니는 아직 따뜻한 우유병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목장 울타리를 나섰다.

나무가 늘어선 동네를 잠시 지나 큰길로 나섰다. 얼마쯤 가자 길이 열십자로 갈라졌다. 그 오른쪽에, 아까 캄파넬라 일행이 하눌타리 등을 띄우러 간 강의 커다란 다리 망루가 밤하늘에 어렴풋이 서 있었다.

그런데 네거리 모퉁이와 가게 앞에 여자들이 일고여덟 명씩 모여 다리 쪽을 보며 무언가 소곤거리고 있었다. 다리 위에도 갖가지 불빛이 가득했다.

조반니는 왠지 가슴이 싸늘해졌다. 그래서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외치듯 물었다.

조반니: 무슨 일 있어요?

“아이가 물에 빠졌대요.”

한 사람이 대답하자 사람들이 일제히 조반니를 쳐다보았다.

조반니는 정신없이 다리 쪽으로 달렸다. 다리 위는 사람들로 꽉 차서 강이 보이지 않았다. 흰 제복을 입은 순경도 나와 있었다.

조반니는 다리 어귀에서 날듯이 아래쪽 너른 강변으로 내려갔다. 강변 물가에서는 수많은 불빛이 바쁘게 오르내렸다. 건너편 어두운 둑에서도 불빛 일고여덟 개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 한가운데로, 이제 하눌타리 등 하나 없는 강물이 나지막이 소리를 내며 잿빛으로 조용히 흘렀다.

강변 맨 하류 쪽, 모래톱처럼 튀어나온 곳에 사람들이 모여 시커먼 그림자를 이루고 있었다. 조반니는 그쪽으로 내달렸다. 그러다 아까 캄파넬라와 함께 있던 마르소와 딱 마주쳤다. 마르소가 조반니에게 달려와 말했다.

마르소: 조반니, 캄파넬라가 강에 들어갔어.

조반니: 왜? 언제?

마르소: 자넬리가 배 위에서 하눌타리 등을 물살 쪽으로 밀어 주려다가, 배가 흔들리는 바람에 물에 빠졌어. 그러니까 캄파넬라가 바로 뛰어들어서 자넬리를 배 쪽으로 밀어 줬어. 자넬리는 카토가 붙잡았고. 그런데 캄파넬라는 그 뒤로 안 보여.

조반니: 다들 찾고 있는 거지?

마르소: 응, 다들 금방 왔어. 캄파넬라네 아버지도 오셨어. 그런데 못 찾았어. 자넬리는 집으로 데려갔고.

조반니는 사람들이 모인 쪽으로 갔다. 학생들과 마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턱이 뾰족하고 얼굴이 창백한 캄파넬라 아버지가 검은 옷차림으로 꼿꼿이 서 있었다. 왼손에 시계를 든 채 꼼짝 않고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들도 모두 꼼짝 않고 강을 바라보았다. 누구 하나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조반니는 가슴이 마구 두근거리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고기잡이할 때 쓰는 아세틸렌 램프 여러 개가 바쁘게 오갔고, 검은 강물이 잔물결을 일으키며 흐르는 것이 보였다.

하류 쪽 강물에는 은하수가 크게 비쳐, 물 없이 그대로 펼쳐진 하늘처럼 보였다.

조반니는 캄파넬라가 이제 저 은하수 끝에만 있을 것 같은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직도 캄파넬라가 어느 물결 사이에서 “나, 엄청 헤엄쳤어.” 하며 불쑥 나타나거나, 아무도 모르는 모래톱에 닿아 서서 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눈치였다.

그런데 갑자기 캄파넬라 아버지가 단호하게 말했다.

캄파넬라 아버지: 이제 틀렸습니다. 빠진 지 사십오 분이 지났으니까요.

조반니는 저도 모르게 달려가 박사 앞에 섰다. 저는 캄파넬라가 간 곳을 알아요, 저는 캄파넬라와 함께 걸어갔었어요, 하고 말하려 했지만 목이 메어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박사는 조반니가 인사하러 온 줄 알았는지, 한동안 조반니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캄파넬라 아버지: 조반니 군이었지요. 오늘 밤 정말 고마웠어요.

박사가 정중하게 말했다. 조반니는 아무 대답도 못 하고 그저 고개를 숙였다.

캄파넬라 아버지: 아버지는 벌써 돌아오셨나요?

박사가 시계를 꽉 쥔 채 다시 물었다.

조반니: 아니요.

조반니가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캄파넬라 아버지: 어떻게 된 걸까. 나한테는 그저께 아주 잘 지낸다는 편지가 왔는데. 오늘쯤이면 벌써 도착했을 텐데, 배가 늦어지나 보군요. 조반니 군, 내일 방과 후에 친구들과 함께 우리 집에 놀러 와요.

그렇게 말하고 박사는 다시 은하수가 비치는 강 하류 쪽으로 가만히 눈길을 돌렸다.

조반니는 온갖 생각으로 가슴이 벅차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박사 앞을 떠났다.

어서 어머니에게 우유를 가져다 드리고, 아버지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알려 드려야 했다. 조반니는 강변을 따라 마을 쪽으로 한달음에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