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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십자성과 플라이오세 해안

von 미야자와 겐지 · 2026-10-03

캄파넬라: 엄마는 나를 용서해 주실까?

갑자기 캄파넬라가 마음을 굳힌 듯, 조금 더듬거리며 다급하게 말했다.

조반니는 멍하니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래, 우리 엄마는 저 멀리 보이는 주황색 삼각표 언저리에 계시면서 지금 내 생각을 하고 계실 거야.

캄파넬라: 나는 엄마가 정말로 행복해지실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거야. 그런데 대체 어떤 일이 엄마한테 가장 큰 행복일까?

캄파넬라는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필사적으로 참는 것 같았다.

조반니: 너희 엄마한테 무슨 안 좋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조반니가 놀라서 소리쳤다.

캄파넬라: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누구든 정말로 좋은 일을 하면 그게 가장 행복한 거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엄마는 나를 용서해 주실 거야.

캄파넬라는 무언가를 정말로 굳게 결심한 것처럼 보였다.

그 순간 객실 안이 확 하얗게 밝아졌다. 금강석과 풀잎 이슬, 세상의 온갖 아름다운 것을 모아 놓은 듯 눈부신 은하 강바닥 위로, 물이 소리도 형체도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 흐름 한가운데에 푸르스름한 후광이 어린 섬 하나가 희미하게 보였다. 평평한 섬 꼭대기에는 훌륭한 흰 십자가가 서 있었다. 얼어붙은 북극의 구름으로 빚었다고 해야 할까. 십자가는 맑은 금빛 원광을 이고 고요히, 영원히 서 있었다.

할렐루야, 할렐루야.

앞에서도 뒤에서도 소리가 일었다. 돌아보니 객실 안의 여행객들이 모두 옷자락을 단정히 늘어뜨린 채 서 있었다. 검은 성경을 가슴에 대거나 수정 묵주를 걸고, 저마다 공손하게 깍지를 낀 손으로 그쪽을 향해 기도하고 있었다.

두 사람도 저도 모르게 똑바로 일어섰다. 캄파넬라의 뺨은 잘 익은 사과처럼 아름답게 빛났다.

섬과 십자가는 천천히 뒤쪽으로 멀어져 갔다.

건너편 강기슭도 푸르스름하게 희미한 빛을 내며 안개처럼 흐려 있었다. 이따금 억새가 바람에 뒤집히는지 그 은빛이 뿌옇게 일어, 누가 입김이라도 불어 놓은 것 같았다. 수많은 용담꽃이 풀숲에 숨었다 나타났다 하는 모습은 다정한 여우불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강과 기차 사이를 억새 줄이 가로막았다. 백조의 섬은 두어 번 뒤쪽으로 보이다가 금세 멀고 작아져 한 장의 그림처럼 되었다. 다시 억새가 쏴아쏴아 울리더니, 끝내 섬은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었다.

조반니 뒤에는 언제부터 타고 있었는지, 검은 쓰개를 쓴 키 큰 가톨릭풍 수녀가 있었다. 수녀는 동그란 초록 눈을 똑바로 내리깐 채, 아직도 그쪽에서 무슨 말이나 소리가 전해져 오기라도 하는 듯 경건하게 귀 기울이고 있었다.

여행객들은 조용히 자리로 돌아갔다. 두 사람도 가슴 가득 차오른, 슬픔을 닮은 새로운 감정을 애써 내색하지 않고 다른 이야기를 나지막이 주고받았다.

조반니: 이제 곧 백조 정거장이네.

캄파넬라: 응. 열한 시 정각에 도착할 거야.

벌써 신호등의 초록 불빛과 희뿌연 흰 기둥이 창밖을 휙 스쳐 갔다. 이어 유황 불꽃처럼 어둑하고 흐릿한 전철기 앞 불빛이 창 아래로 지나갔다.

기차는 점점 속도를 늦췄다. 곧 플랫폼에 한 줄로 늘어선 전등이 아름답고 가지런히 나타났다. 전등 줄이 점점 커지고 넓어지더니, 두 사람은 마침 백조 정거장의 커다란 시계 앞에 와서 멈춰 섰다.

산뜻한 가을빛 시계판 위에서 푸르게 달군 강철 바늘 두 개가 열한 시를 똑똑히 가리키고 있었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내리자 객실 안은 텅 비어 버렸다.

시계 아래에는 '이십 분 정차'라고 적혀 있었다.

조반니: 우리도 내려 볼까?

캄파넬라: 내리자.

두 사람은 동시에 벌떡 일어나 문밖으로 뛰쳐나가 개찰구로 달려갔다. 그러나 개찰구에는 밝은 보랏빛 전등 하나만 켜져 있을 뿐 아무도 없었다. 둘러보아도 역장이나 짐꾼 같은 사람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은 정거장 앞, 수정 세공 같은 은행나무로 둘러싸인 작은 광장으로 나왔다. 거기서부터 넓은 길이 은하의 푸른빛 속으로 곧게 뻗어 있었다.

먼저 내린 사람들은 어디로 갔는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하얀 길을 걸어가자, 두 사람의 그림자가 사방에 창이 난 방 안의 두 기둥 그림자처럼, 또 두 바퀴의 바큇살처럼 몇 갈래로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기차에서 보았던 그 아름다운 강가에 닿았다.

캄파넬라는 고운 모래를 한 줌 집어 손바닥에 펼치고, 손가락으로 사각사각 비비며 꿈꾸듯 말했다.

캄파넬라: 이 모래는 전부 수정이야. 안에서 작은 불이 타고 있어.

조반니: 맞아.

조반니도 멍하니 대답하면서, 내가 그런 걸 어디서 배웠더라 하고 생각했다.

강가의 자갈은 모두 투명했다. 분명 수정이나 황옥이었고, 구불구불한 습곡이 드러난 것도, 모서리에서 안개 같은 푸르스름한 빛을 내뿜는 강옥도 있었다.

조반니는 물가로 달려가 물에 손을 담갔다. 신비로운 은하의 물은 수소보다도 더 투명했다.

그래도 물이 분명히 흐르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물에 잠긴 두 사람의 손목 언저리가 살짝 수은빛으로 떠 보였고, 손목에 부딪혀 생긴 물결이 아름다운 인광을 내며 반짝반짝 타오르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강 상류 쪽을 보니 억새가 우거진 벼랑 아래로 흰 바위가 운동장처럼 평평하게 강을 따라 펼쳐져 있었다. 그곳에서 작은 사람 그림자 대여섯이 무언가를 파내거나 묻는지 섰다가 웅크렸다가 했다. 이따금 무슨 도구가 번쩍 빛났다.

조반니: 가 보자!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외치며 그쪽으로 달려갔다. 흰 바위 입구에는 '플라이오세 해안'이라고 쓰인 매끈한 도자기 팻말이 서 있었다. 건너편 물가에는 군데군데 가느다란 쇠 난간이 둘러져 있었고, 나무로 만든 예쁜 벤치도 놓여 있었다.

캄파넬라: 어, 이상한 게 있어.

캄파넬라가 신기한 듯 멈춰 서더니, 바위에서 검고 길쭉하며 끝이 뾰족한 호두 같은 것을 주워 들었다.

캄파넬라: 이거 호두야. 봐, 잔뜩 있어. 떠내려온 게 아니야. 바위 속에 박혀 있는 거야.

조반니: 크다, 이 호두. 두 배는 되겠어. 하나도 상하지 않았네.

캄파넬라: 얼른 저기 가 보자. 분명 뭔가를 파내고 있을 거야.

두 사람은 들쭉날쭉한 검은 호두를 손에 쥐고 다시 아까 그쪽으로 다가갔다. 왼쪽 물가에서는 물결이 부드러운 번개처럼 밀려왔다 밀려갔다. 오른쪽 벼랑에는 은과 조개껍데기로 꾸민 듯한 억새 이삭이 흔들렸다.

가까이 가 보니 키가 크고 지독한 근시인 듯한 학자 한 사람이 수첩에 무언가를 바쁘게 적고 있었다. 그러면서 곡괭이를 휘두르거나 삽질을 하는 조수 세 사람에게 정신없이 지시를 내렸다.

대학자: 거기 튀어나온 데 부서지지 않게 삽을 써, 삽을. 어이쿠, 좀 더 떨어진 데서 파. 안 돼, 안 돼. 왜 그렇게 거칠게 하는 거야.

보니 희고 무른 바위 속에서 커다란 푸르스름한 짐승 뼈가 옆으로 누운 채 절반 넘게 드러나 있었다. 자세히 보니 주위에는 발굽 자국이 찍힌 바위 열 개 남짓이 네모반듯하게 잘려 번호가 매겨져 있었다.

대학자: 너희는 견학 왔니?

대학자인 듯한 그 사람이 안경을 번뜩이며 이쪽을 보고 말을 걸었다.

대학자: 호두가 많이 있었지? 그건 대략 백이십만 년 전 호두란다. 꽤 새것에 속하지. 여기는 백이십만 년 전, 제3기 이후의 해안이야. 아래에서는 조개껍데기도 나와.

대학자: 지금 강이 흐르는 자리에 바닷물이 밀려왔다 밀려가곤 했지. 이 짐승은 보스라고 하는데, 지금 소의 조상이야. 옛날에는 아주 많았단다.

조반니: 표본으로 만드시는 거예요?

대학자: 아니, 증명하는 데 필요해. 우리가 보기에 여기는 두껍고 훌륭한 지층이고, 백이십만 년 전에 생겼다는 증거도 여러 가지 있지. 문제는 우리와 다른 존재가 봐도 역시 이런 지층으로 보이느냐, 아니면 바람이나 물이나 텅 빈 하늘로 보이느냐 하는 거야. 알겠니?

대학자: 그런데 어이, 어이. 거기도 삽으로 파면 안 돼. 바로 그 밑에 갈비뼈가 묻혀 있을 거 아냐.

대학자는 허둥지둥 그쪽으로 달려갔다.

캄파넬라: 이제 시간 다 됐어. 가자.

캄파넬라가 지도와 손목시계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조반니: 그럼 저희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조반니는 대학자에게 공손히 고개 숙여 인사했다.

대학자: 그래요? 그럼 잘 가요.

대학자는 다시 바쁘게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감독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기차를 놓치지 않으려고 흰 바위 위를 힘껏 달렸다. 정말로 바람처럼 달릴 수 있었다. 숨도 차지 않았고 무릎도 뜨거워지지 않았다.

이렇게 빨리 달릴 수 있다면 온 세상이라도 달릴 수 있겠다고 조반니는 생각했다.

두 사람은 아까 지나온 강가를 지났다. 개찰구의 전등이 점점 커졌다. 그리고 어느새 두 사람은 원래 객실 자리에 앉아, 방금 다녀온 쪽을 창밖으로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