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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타우로스 축제의 밤

von 미야자와 겐지 · 2026-09-19

조반니는 휘파람을 불 듯 입술을 오므린 채 비탈길을 내려왔다. 입가에는 쓸쓸한 기색이 어려 있었다. 길가의 편백나무들이 새까맣게 늘어섰다.

비탈 아래에는 커다란 가로등 하나가 푸르스름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조반니가 성큼성큼 다가가자 등 뒤로 괴물처럼 길게 끌리던 그림자가 차츰 짙고 또렷해졌다. 그림자는 조반니를 따라 다리를 들고 팔을 흔들며 옆으로 돌아왔다.

나는 멋진 기관차야. 여기는 내리막이니까 속도가 빠르지. 이제 저 가로등을 지나간다. 자, 이번에는 내 그림자가 컴퍼스가 됐네. 저렇게 빙 돌아서 앞으로 왔잖아.

조반니가 그런 생각을 하며 큰 걸음으로 가로등 아래를 지나갈 때였다. 낮에 교실에 있던 자넬리가 깃 끝이 뾰족한 새 셔츠를 입고 가로등 건너편의 어두운 골목에서 불쑥 나타났다. 자넬리는 조반니의 곁을 휙 스쳐 지나갔다.

조반: 자넬리, 하눌타리 등 띄우러 가는 거야?

조반니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자넬리가 뒤에서 쏘아붙이듯 외쳤다.

자넬: 조반니, 너희 아빠가 해달 털옷 보내 주신대!

조반니의 가슴이 대뜸 싸늘해졌다. 사방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쨍 울리는 것 같았다.

조반: 뭐라고, 자넬리!

조반니가 큰 소리로 되받아쳤지만, 자넬리는 벌써 저쪽 측백나무가 심어진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자넬리는 내가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왜 저런 말을 하는 걸까. 달리는 모습은 꼭 쥐 같은 주제에. 내가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저런 말을 하는 건 자넬리가 바보라서 그래.

온갖 생각이 뒤엉킨 채 조반니는 거리를 걸었다.

갖가지 등과 나뭇가지로 꾸민 거리 한쪽, 시계 가게의 네온등이 환했다. 돌로 만든 부엉이의 붉은 눈이 일 초마다 빙글 돌았다. 바다 빛깔의 두꺼운 유리판 위에서는 보석들이 별처럼 천천히 돌았고, 구리로 만든 반인반마의 조각상도 저편에서 이쪽으로 느릿하게 돌아왔다. 그 한가운데에는 푸른 아스파라거스 잎에 둘러싸인 둥글고 검은 별자리판이 놓여 있었다.

온갖 생각이 뒤엉킨 채 조반니는 거리를 걸었다.

갖가지 등과 나뭇가지로 꾸민 거리 한쪽, 시계 가게의 네온등이 환했다. 돌로 만든 부엉이의 붉은 눈이 일 초마다 빙글 돌았다. 바다 빛깔의 두꺼운 유리판 위에서는 보석들이 별처럼 천천히 돌았고, 구리로 만든 반인반마의 조각상도 저편에서 이쪽으로 느릿하게 돌아왔다. 그 한가운데에는 푸른 아스파라거스 잎에 둘러싸인 둥글고 검은 별자리판이 놓여 있었다.

조반니는 넋을 잃고 별자리판을 들여다보았다.

낮에 학교에서 본 그림보다 훨씬 작았지만, 날짜와 시간에 맞춰 판을 돌리면 그때의 밤하늘이 타원형 창 안에 그대로 나타나도록 되어 있었다. 그 가운데에도 은하수가 위에서 아래로 희뿌연 연기 띠처럼 뻗어 있었다. 아래쪽은 무언가 희미하게 터져 올라 수증기를 피워 내는 것처럼 보였다.

그 뒤에는 다리가 셋 달린 작은 망원경이 노란빛을 띠며 서 있었다. 맨 뒤 벽에는 온 하늘의 별자리를 기묘한 짐승과 뱀, 물고기와 항아리 모양으로 그려 놓은 커다란 그림이 걸려 있었다.

정말 하늘에는 저런 전갈과 용사들이 가득할까. 아, 그 속을 어디까지고 걸어가 보고 싶다.

조반니는 그런 생각을 하며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다 문득 어머니의 우유가 생각나 가게 앞을 떠났다.

조반니는 윗옷의 어깨가 꽉 끼는 것이 신경 쓰였지만, 일부러 가슴을 펴고 팔을 크게 흔들며 거리를 걸어갔다.

티 없이 맑은 공기가 물처럼 거리와 가게 안을 흘렀다. 가로등마다 짙푸른 전나무와 참나무 가지가 둘러져 있었다. 전기 회사 앞의 플라타너스 여섯 그루에는 작은 전구가 가득했다. 그 일대는 인어들이 사는 도시처럼 빛났다.

아이들은 모두 접힌 자국이 선명한 새 옷을 입고 즐겁게 놀고 있었다.

별 순례 가락을 휘파람으로 불거나, 소리를 지르며 달렸다.

"켄타우루스야, 이슬을 내려라!"

푸른 마그네슘 불꽃을 터뜨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조반니는 어느새 다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떠들썩한 거리와는 동떨어진 생각에 잠겨 우유 가게로 걸음을 재촉했다.

어느덧 마을 변두리였다. 높이 솟은 포플러나무들이 별이 빛나는 하늘을 배경으로 줄지어 떠올라 있었다. 조반니는 우유 가게의 검은 대문을 지나 소 냄새가 나는 어둑한 부엌 앞에 섰다. 모자를 벗고 인사했다.

조반: 안녕하세요.

집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조반: 안녕하세요. 누구 안 계세요?

조반니는 똑바로 서서 다시 소리쳤다.

잠시 뒤 나이 든 여자가 느릿느릿 나왔다. 어딘가 몸이 불편한 듯했다. 여자는 무슨 일이냐고 웅얼거렸다.

조반: 저기, 오늘 저희 집에 우유가 오지 않아서 받으러 왔어요.

조반니는 애써 힘차게 말했다.

우유가게여자: 지금 아무도 없어서 모르겠구나. 내일 오렴.

여자는 붉어진 눈 아래를 문지르며 조반니를 내려다보았다.

조반: 어머니가 아프셔서 오늘 밤에 꼭 가져가야 해요.

우유가게여자: 그럼 조금 있다가 다시 오렴.

여자는 벌써 안으로 들어가려는 참이었다.

조반: 네. 그럼 고맙습니다.

조반니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부엌 앞을 떠났다.

네거리에 이르러 모퉁이를 돌려던 순간이었다. 다리로 가는 길 쪽 잡화점 앞에서 학생 예닐곱 명이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검은 그림자와 희미하게 드러나는 흰 셔츠가 뒤섞여 움직였다. 아이들은 저마다 하눌타리 등을 들고 휘파람을 불거나 웃고 있었다.

웃음소리도 휘파람 소리도 모두 귀에 익었다. 조반니와 같은 반 아이들이었다.

조반니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해 돌아서려 했다. 하지만 곧 마음을 고쳐먹고 더욱 기운차게 아이들 쪽으로 걸어갔다.

조반: 강에 가는 거야?

그렇게 말을 걸려는데 목이 조금 메는 것 같았다. 그때 아까의 자넬리가 또 소리쳤다.

자넬: 조반니, 해달 털옷이 온대!

자넬: 조반니, 해달 털옷이 온대!

아이들이 곧바로 따라 외쳤다.

조반니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발이 제대로 움직이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서둘러 지나치려는 순간, 아이들 사이에서 캄파넬라가 보였다. 캄파넬라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조반니가 화를 내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눈빛이었다.

조반니는 도망치듯 그 눈길을 피했다. 키 큰 캄파넬라의 모습이 곁을 지나가고 얼마 되지 않아 아이들은 저마다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다.

길모퉁이를 돌며 뒤를 돌아보니 자넬리도 이쪽을 돌아보고 있었다. 캄파넬라도 높은 소리로 휘파람을 불며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다리를 향해 걸어가 버렸다.

외로움이 걷잡을 수 없이 밀려왔다. 조반니는 갑자기 달리기 시작했다. 근처에서는 어린아이들이 귀에 손을 대고 와아와아 소리를 지르며 한 발로 뛰고 있었다. 아이들은 조반니도 신이 나서 달리는 줄 알고 환호했다.

"와아!"

조반니는 이내 어두운 언덕을 향해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