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pitel 10. Die Burg
von 외인 · 2026-08-21
기훈이 눈을 뜬 것은 그다음 날 오후였다.
천장이 있었다.
기훈은 그것을 한참 봤다.
70일 넘게 천장이 없었다.
나뭇가지는 있었다. 바위 밑도 있었다. 그런데 천장은 없었다.
'.......'
기훈은 그게 좀 이상했다.
이상한 게 아니라 좋았다.
좋다는 게 이상했다.
에다: 깼나.
옆에서 목소리가 났다.
늙은 여자였다. 어제 그의 옷을 가위로 자른 사람이었다.
에다: 움직이지 말게.
아론: ......
에다: 갈비뼈 셋이 나갔어.
기훈은 몸을 일으켰다.
에다: 움직이지 말라니까.
아론: 괜찮은데요.
에다: 안 괜찮아.
아론: 진짜 괜찮은데요.
여자가 그를 봤다.
그리고 붕대를 풀었다.
에다는 사십 년 동안 약을 지었다.
그동안 본 것이 많았다.
갈비뼈가 나간 사람도 봤고 배가 갈린 사람도 봤고 그중 몇은 살았고 대부분은 죽었다.
그래서 에다는 상처를 보면 며칠짜리인지 안다.
지금 이 상처는 6일짜리였다.
에다가 하루 전에 이 상처를 직접 꿰맸다.
에다: ......
아론: 저기요.
기훈이 말했다.
아론: 왜 그러세요.
에다가 붕대를 다시 감았다.
에다: 자네 뭔가.
아론: ......네?
에다: 아니네.
에다가 일어섰다.
에다: 누워 있게. 그래도 누워 있어.
기훈은 그 뒤로 세 시간을 누워 있었다.
세 시간 뒤에 일어났다.
의무실 문을 열자 사람이 있었다.
아주 많이 있었다.
복도에 열몇 명이 서 있었다.
기훈이 문을 여는 순간 전부 조용해졌다.
아론: ......
기훈이 문을 다시 닫았다.
밖에서 소리가 났다.
병사1: 닫았어.
병사2: 닫았네.
병사3: 왜 닫지?
기훈은 문에 등을 대고 잠깐 서 있었다.
'.......'
기훈은 다시 열었다.
아론: 안녕하세요.
열몇 명이 동시에 고개를 숙였다.
베드런이 사람들을 치웠다.
베드런: 할 일 들이 없는거가?
병사: ......
베드런: 성벽 무너진 데가 세 군데다.
사람들이 흩어졌다.
흩어지면서 계속 뒤를 봤다.
베드런: 미안하네.
베드런이 말했다.
베드런: 어제부터 저러고 있어.
아론: ......
베드런: 자네가 하늘에서 왔으니까.
기훈이 뭐라고 하려다 말았다.
베드런이 그를 성벽 위로 데려갔다.
들판이 보였다.
어제 그가 떨어진 자리였다.
지금은 시체가 널려 있었다.
베드런: 삼백 중에 백쯤 죽었네.
베드런이 말했다.
베드런: 우리가 죽인 게 사십쯤 되고.
아론: 나머지는요.
베드런: 자기들끼리.
아론: ......
베드런: 나머지 이백은 저기 있어.
베드런이 동쪽을 가리켰다.
이십 리쯤 떨어진 곳에 검은 것이 있었다.
한 덩어리가 아니었다.
여러 덩어리였다.
아론: 안 갔네요.
베드런: 응.
아론: 왜요.
베드런이 잠깐 조용했다.
베드런: 먹을 게 있으니까.
기훈은 그 말의 뜻을 이해했다.
들판에 시체가 백 구 있었다.
베드런: 자네.
베드런이 물었다.
베드런: 어디서 왔나.
기훈이 동쪽을 가리켰다.
아론: 저기요.
베드런: 저기 산인데.
아론: 예.
베드런: 산에서 왔다고?
아론: 예.
베드런이 그를 봤다.
베드런: 얼마나?
아론: ......72일이요.
베드런은 아무 말도 안 했다.
한참 안 했다.
베드런: 자네.
아론: 예.
베드런: 거짓말이 좀 서투르네.
아론: 진짠데요.
베드런: 그러니까 서투르다는 걸세.
그때 하늘이 어두워졌다.
멍청이가 성벽 위로 내려오려고 했다.
멍청이는 내려오는 법을 몰랐다.
성벽 안쪽에 창고가 하나 있었다.
정확히는 있었다.
먼지가 가라앉고 나서 베드런이 물었다.
베드런: 저건 뭔가.
아론: ......
베드런: 자네 것인가.
아론: 제 것은 아닌데요.
베드런: 그럼.
아론: 제가 밥을 줬어요.
멍청이가 창고 잔해에서 목을 뺐다.
목을 빼고 주위를 봤다.
병사 여섯이 창을 들고 있었다.
아론: 쏘지 마.
기훈이 말했다.
병사: 쏠 게 없습니다.
병사가 말했다.
병사: 창밖에 없는데요.
아론: 그것도 하지 마.
기훈이 내려갔다.
멍청이 쪽으로 걸어갔다.
아론: 야.
멍청이가 그를 봤다.
기훈이 손을 뻗었다.
멍청이가 물었다.
아론: ......아.
기훈이 손을 뺐다.
아론: 그래. 밥부터지.
기훈은 성벽 밖으로 나가서 오크 시체를 하나 끌고 왔다.
끌고 오는 데 병사 셋이 따라붙었다.
말리려고 따라붙은 건지 구경하러 따라붙은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기훈이 그것을 던졌다.
멍청이가 먹었다.
성벽 위에서 스무 명쯤이 그것을 보고 있었다.
카린: 대장님.
카린이 물었다.
카린: 저건 뭡니까.
베드런: 모른다.
카린: 이름이 있습니까.
베드런이 아래를 향해 물었다.
베드런: 저것 이름이 뭔가.
기훈이 위를 봤다.
아론: 멍청이요.
베드런: ......
아론: 제가 지은 겁니다.
기훈이 말했다.
아론: 근데 걔가 그렇게 생겼어요.
그날부터 성 사람들은 멍청이에게 오크 시체를 던졌다.
시켜서 한 게 아니었다.
들판에 시체가 백 구 있었고 그걸 치워야 했는데, 마침 치워주는 게 하늘에 있었다.
벨리스톤이 온 것은 그날 저녁이었다.
기훈은 의무실 밖 계단에 앉아 있었다.
노인이 옆에 앉았다.
앉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벨리스톤: 자네.
아론: 예.
벨리스톤: 어깨 아픈가.
아론: 조금요.
벨리스톤이 손을 들었다.
벨리스톤: 움직이지 말게.
노인이 뭐라고 짧게 말했다.
아론의 기억이 그것을 알아들었다.
'통증 완화. 하급. 궁정 시험 3급 과목.'
기훈은 기다렸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
벨리스톤: ......
벨리스톤이 손을 봤다.
그리고 다시 했다.
또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
벨리스톤: 어떤가.
아론: 뭐가요.
벨리스톤: 어깨.
아론: ......아픈데요.
벨리스톤이 손을 내렸다.
벨리스톤: 미안하네.
아론: 괜찮습니다.
벨리스톤: 내가 늙어서 그런가 보네.
노인은 그렇게 말했다.
말하면서 자기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3급 주문이었다.
예순 해 동안 만 번쯤 썼다.
'.......'
벨리스톤은 그날 밤에 잠을 못 잤다.
에라리온이 기훈을 발견한 것은 이틀째였다.
정확히는 이틀 동안 못 만나게 막혀 있었다.
에다가 막았다.
이틀째에 에다가 잠깐 자리를 비웠다.
에라리온: 형!
아론: ......
에라리온: 저 에라리온이라고 합니다! 열일곱이고요! 벨리스톤 스승님 제자입니다! 형 어제 그거 어떻게 하신 거예요? 그 마지막에 누워서 발로 차신 거요! 저 그거 성벽 위에서 봤는데요 사람이 누워서 그렇게 돌 수가 있어요? 저도 해봤는데 허리가 안 돌아가는데요? 그리고 그 새는 어디서 나셨어요? 스승님이 와이번은 사람 안 태운다고 하셨거든요? 근데 형은 타셨잖아요. 그럼 스승님이 틀리신 거예요, 아니면 저게 와이번이 아닌 거예요?
기훈은 그 말을 끝까지 들었다.
들으면서 한 가지를 확인했다.
이 아이는 숨을 안 쉬었다.
아론: 에라리온.
에라리온: 예!
아론: 숨 쉬어라.
에라리온이 눈을 크게 떴다.
에라리온: 대장님도 그러시는데.
아론: ......
에라리온: 형도 그러시네요.
기훈은 그 뒤로 에라리온을 못 떼어냈다.
셋째 날에 영주가 그를 불렀다.
집무실에 고양이 두 마리가 있었다.
영주는 갑옷을 벗은 상태였다.
영주: 자네가 아론인가.
아론: 예.
영주: 귀족 이름이군.
기훈은 대답하지 않았다.
영주가 그를 봤다.
예순여덟이었고 마흔 해를 이 성에 있었다.
젊었을 때는 왕도에 있었다.
영주: 헤네스에 아론이 많지.
영주가 말했다.
영주: 내가 아는 아론만 넷일세.
아론: ......
영주: 뭐 됐고.
영주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다.
기훈이 놀랐다.
아론: 영주님.
영주: 내가 이 성의 영주네.
아론: ......
영주: 이백일곱 명이 있었고 지금 백열아홉일세.
아론: ......
영주: 자네가 아니었으면 영일세.
기훈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
아론: 저기.
기훈이 말했다.
아론: 제가 도우러 온 건 아니고요.
영주: ......
아론: 그쪽으로 가다 보니까 그 성이 있었어요.
영주: ......
아론: 그리고 새가 착륙을 못 해서.
영주: ......
아론: 떨어진 겁니다.
영주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웃었다.
영주: 그런가.
아론: 예.
영주: 그럼 됐네.
영주가 다시 앉았다.
영주: 고맙네.
기훈은 그날 저녁부터 이상한 짓을 하기 시작했다.
이름을 물었다.
성벽에서 마주치면 물었다. 밥 먹을 때 물었다. 물 뜨러 가다가 물었다.
아론: 이름이 뭐예요.
라온: 라온입니다.
아론: 라온.
라온: 예.
기훈이 고개를 끄덕이고 갔다.
병사들은 그것을 좋아했다.
하늘에서 온 사람이 이름을 물어보는데 안 좋아할 사람이 없었다.
베드런은 그것을 사흘째에 알아챘다.
베드런: 자네.
아론: 예.
베드런: 왜 자꾸 이름을 묻나.
기훈이 잠깐 멈췄다.
아론: ......그냥요.
베드런: 그냥.
아론: 예.
베드런은 더 묻지 않았다.
그도 이백일곱 명의 이름을 전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그것이 그냥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닷샛날 밤에 기훈은 성벽에 올라갔다.
동쪽을 봤다.
산이 있었다.
밤에는 그냥 검은 덩어리였다.
그 앞 들판에 불이 몇 개 있었다.
이백이 아직 거기 있었다.
카린: 안 갑니다.
카린이 옆에 올라와 있었다.
왼쪽 어깨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카린: 닷새째 그대로입니다.
아론: ......
카린: 먹을 게 떨어지면 갈 겁니다.
아론: 아니면요.
카린이 대답하지 않았다.
먹을 게 떨어지면 오는 것이다.
기훈은 그 계산을 했다.
들판의 시체가 백 구였다.
멍청이가 하루에 서너 구를 먹었다.
오크도 먹었다.
'.......'
일주일이면 떨어진다.
아론: 저기요.
기훈이 말했다.
아론: 그때 활 드셨죠.
카린이 그를 봤다.
카린: 예.
아론: 안 쏘셨네요.
카린: 사람이 타고 있어서요.
아론: ......
카린: 안 그랬으면 쐈습니다.
기훈이 웃었다.
아론: 잘하셨어요.
카린: 뭐가요.
아론: 안 쏘신 거요.
카린이 성벽 아래를 봤다.
카린: 저는 아직도 그게 이상합니다.
아론: 뭐가요.
카린: 저 산에서 사람이 나온 게요.
기훈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
산에서 나온 게 아니었다.
산으로 떨어졌던 것이다.
기훈은 그날 밤 자기 짐을 봤다.
자루가 하나 있었다.
안에 신발 한 짝이 있었다.
몽둥이는 없었다.
어제 부러졌다.
'.......'
기훈은 계산을 했다.
여기서 서쪽으로 가면 사람 사는 데가 나온다. 마을이 있고 도시가 있고 결국 왕도가 나온다.
가면 된다.
원래 그러려고 온 것이다.
'.......'
기훈은 자루를 다시 묶었다.
들판에 불이 몇 개 있었다.
그리고 이 성에는 백열아홉이 있었다.
기훈은 이제 그중 서른한 명의 이름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