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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von 음악의 신 · 2026-08-31

등이 뜨거웠다.

베인 자리인지 피가 흐르는 자리인지, 이제는 구분이 되지 않았다.

진무현은 달렸다. 시체를 밟고, 피에 젖어 미끄러지는 흙을 구르듯 딛으며. 뒤에서 누가 쫓아오는지는 돌아보지 않았다. 아군인지 적인지도 중요하지 않았다. 칼을 든 자는 전부 적이었다.

"저놈 도망친다!"

누군가 고함쳤다. 그 소리마저 곧 비명에 묻혔다.

발밑의 땅이 자꾸 낮아졌다. 언덕 아래로, 협곡 쪽으로. 전장에 처음 들어섰을 때 멀리서만 들리던 물소리가 어느새 짐승의 울음처럼 커져 있었다.

콰아아아.

물소리가 비명보다 커졌을 때, 발밑에서 땅이 사라졌다.

허공을 붙잡으려 손을 뻗었다. 손끝에 걸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세상이 뒤집혔다.

등이 바위에 부딪히고, 튕겨 난 몸이 절벽 면을 긁었다. 폐 속의 숨이 모조리 짜여 나갔다. 입안 가득 비릿한 피맛. 하늘과 절벽과 전장의 그림자가 한데 뒤섞여 빙글빙글 돌았다.

천 길 아래에서 폭포가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아, 저기구나.'

닿기도 전에 죽을지 모른다. 살아서 닿는다 해도 저 물살에 삼켜지면 끝이다.

화산파 잡역당 산문수위 진무현. 검을 쥔 지 한 달 남짓. 사람을 벤 것은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

'참, 볼품없는 끝이군.'

웃음 비슷한 것이 입가를 스쳤다.

그렇게 진무현은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딱.

어딘가에서, 바둑돌 하나가 판 밖으로 굴러떨어지는 소리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