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ließen

9화 비키니바

von 자유 · 2026-10-27

9화 비키니바

나는 대마초에 취한 상태로 케이와의 뜨거운 시간을 끝낸 후 드러누웠다. 케이의 커다란 가슴을 만지다 말고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내가 동남아에 여행 간 적이 있어요. 거기서 재밌었던 게 비키니를 입은 여자들이 춤을 추고 있는 바가 있었단 거죠.”

“비키니바는 나도 들어봤죠.”

“그러니까 이왕 수영장을 설치한 김에 그 비키니바 같은 걸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음악을 틀어놓고 여자들은 수영장에서 춤을 추거나 그냥 가만히 쉬고 있고 손님들은 선택을 한 다음 텐트에서 섹스를 하게 하는 거죠.”

“그런데 왜 굳이 그렇게 해야 하죠? 지금도 충분히 장사는 잘되는걸요.”

“재밌잖아요. 지금 대마초 때문인지 그냥 재밌을 것 같아요.”

“나도 재밌을 것 같긴 해요. 한국엔 없는 거니까 사람들이 신기해하긴 할 것 같아요.”

다음 날 잠에서 깬 다음 바로 실행에 옮겼다.

먼저 케이와 대여 시간을 다시 정했다. 첫날만 낮에 시범 운영을 하고, 이후에는 슬롯머신 영업이 끝난 저녁에 비키니바를 열기로 했다.

기존 예약 손님에게는 케이가 직접 변경 일정을 안내했다. 텐트 밖에서는 접객과 공연만 하고, 특례가 필요한 거래는 등록된 공간 안에서만 처리하기로 했다.

다솜이 커다란 스피커를 사왔다. 내가 사준 영국산 자동차 덕분에 그녀는 나보다 더 나은 기동력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다 다솜도 비키니바가 흥미로워서 구경하고 싶어 했다. 물론 나와 그녀는 충분한 돈을 주고받는 계약 관계이기 때문에 그녀가 비키니바에서 일할 이유는 없었다.

케이는 그날 손님을 직접 받는 일은 쉬었다. 그러고는 테이블에 놓인 노트북으로 선곡을 하고 사람들에게 음료수를 건네는 역할을 했다.

아이스박스엔 주스와 에너지드링크 등 다양한 음료수가 있었다. 주류는 혹시 법에 저촉되지 않을까 팔지 않았다.

텐트 안에 아이스박스를 두면 합법이겠지만 텐트 또한 영업을 위해 꼭 필요한 공간이라 괜히 비좁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술을 팔지 않는 건전한(?) 비키니바였다.

흡연도 금지였다. 그래도 오래 서 있으면 다리가 아픈 사람들을 위해서 플라스틱 의자도 몇 개 가져다 놨다.

마케팅도 중요했다. 나는 내가 세상과 소통하는 모든 채널에 글을 썼다. 그리고 뉴츄브에는 수영장과 그 안에서 수영하는 비키니 입은 여자들 그리고 텐트의 모습을 담아서 올렸다. 실시간 방송도 시작했다.

하지만 홍보만 하고는 바로 껐다. 손님들은 자신들의 은밀한 취미가 세상에 드러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곧 손님으로 간이 수영장 앞이 바글바글했다.

외국인 손님들도 많았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태국어, 스페인어 등 여러 외국어들을 들을 수 있었다. 호객행위나 비키니걸들의 자기 어필 같은 것도 필요 없이 텐트 안에는 계속해서 다양한 사람들이 다녀갔다.

내 역할은 일종의 보안요원 같은 것이었다. 나는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혹시라도 더러운 매너를 가진 사람이 있나 살폈다. 물론 내가 원하면 항상 유준이 보내준 경호원들이 나를 지켜줬지만 언제나 신세를 지고 싶진 않았다.

나도 당시에 격투기 체육관을 취미로 다니고 있어서 싸움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난 운동을 꾸준히 하고 약물의 힘도 빌렸기에 제법 탄탄한 몸을 가지기도 했다.

케이의 친구들의 몸을 강제로 만지려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는 주의를 줬다.

오전부터 시작된 비키니바였기 때문인지 몇몇 손님들은 텐트 안에서 그저 여자들의 벗은 몸을 감상하고 싶어 하기도 했다.

그런 손님들에겐 반값만 받았다. 마치 스트립쇼와 사창가가 뒤섞인 형태와도 같았다.

사람들 틈에 섞여서 구경하던 유준이 테이블에 준비된 벨을 울렸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중 음료수를 원하는 이들에게 음료수가 돌아갔다.

유준은 나를 불러서 작은 키에 노란색 비키니를 입은 여자와 텐트로 들어갈 수 있는지 물었다. 그가 나에게 말했다.

“여기 마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같네요. 예전에 스트립쇼하는 곳에 가본 적이 있죠. 거기서 내 취향의 여자가 내 코앞에서 가슴을 보여준 적이 있었죠.”

잘생기고 돈도 많은 유준의 선택이었기에 유준에게 선택된 키 작은 여자의 주변에 있던 다른 여자들은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여자는 텐트에서 나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팁으로 대체 얼마를 줬을까?’ 나는 생각했다.

유준의 얼굴에는 립스틱이 번져 있었다. 실루엣으로만 보면 여자는 모든 옷을 벗은 상태였고 진하게 키스를 한 듯한 모습이었다.

여자가 먼저 유준의 아랫도리에 손을 갖다 댔지만 유준은 그저 스트립쇼만 원한 것 같았다. 텐트에서 나온 유준이 말했다.

“이거 역시 짜릿하네요. 벗은 몸을 보는 것도 그렇지만 사람들에게 내 은밀한 모습을 들킨 것 같은 느낌이 왜인지 기분 좋아요.”

어쩌면 그날 텐트로 들어간 다른 사람들도 유준과 같은 기분이었을지 몰랐다. 손님들 중에선 여자들도 많았다. 다만 그녀들은 비키니 입은 여자들과 텐트로 들어가진 않았다.

여자 손님들은 쇼를 그저 신기한 구경거리 정도로 보는 듯했다. 어쩌면 그녀들은 금지된 자유에 대한 무언의 지지자들일지도 몰랐다.

그날 밤 여자 손님들 중 한 명이 내 텐트를 찾았다. 그녀에겐 몇 명의 일행이 있는 듯했다. 그 무리엔 여자도 있었고 남자도 있었다.

연령대도 다양했다. 낮에 비키니바를 찾았던 여자 손님 중 한 명이 나에게 말했다.

“우리는 누드동호회 프리덤 라이더의 회원들입니다. 우리 모두는 당신의 활동을 지지합니다. 이 사회엔 더 큰 자유가 필요해요. 너무 꽉 막힌 사람들이 많죠. 그래서 그런데 오늘 당신 텐트에서 모임을 가져도 될까요? 좁아서 몇 명 못 들어가겠지만요.”

나는 대부분 대가를 받고 텐트를 내줬다.

악플을 달던 아이를 들였을 때도 처음에는 내 문제를 해결하려는 마음이 컸다. 게임을 배운 것은 그 뒤에 생긴 뜻밖의 보상이었다.

그날도 물론 나는 푼돈이라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그날 대가로 받은 건 재미였다. 나도 그들의 모임에 참여했다.

물론 다 벗은 상태였다. 그것이 그 모임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매일 상위 1퍼센트의 몸매를 감상할 수 있었던 내가 프리덤 라이더 회원들의 몸을 감상하려고 모임에 참여한 건 아니었다. 그들이 말하는 자유가 뭔지 나는 느끼고 싶었다.

밖으로 나가기 전에 유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모임의 사람들도 수영장에서 치외법권을 누릴 수 있는지 물었다.

“오늘 그 모임에 한해서 허락하죠.”

답장을 확인한 뒤에야 나는 사람들에게 텐트 밖으로 나가도 된다고 말했다. 텐트 안의 손님을 받아들이는 것은 내 권한이었지만, 그 밖의 권리를 정하는 것은 유준이었다.

그리고 일탈했다. 우리 모두는 텐트 밖으로 나갔다. 간이 수영장에 들어가서 물장구를 치기도 했다.

케이는 아예 사업의 방향을 틀어버렸다. 예약제 업소에서 완전히 비키니바로 업종을 변경한 것이었다. 물론 내가 허락했으니 가능했고 유준 또한 환영했다.

유준은 역시 특별한 사람인지 자신의 회사 건물 앞이 시장 바닥처럼 시끌벅적한 게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언제부턴가 자유컴퍼니 본사 건물 창문 어딘가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나는 이미 텐트 주위에 설치된 카메라에 의해 감시당하고 있었지만, 어쩌면 유준이 건물 어딘가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을지도 몰랐다.

대체 나를 통해서 무슨 실험을 하는 것일까? 당시의 나는 슬롯머신과 케이가 주는 돈을 통해서 어렵지 않게 돈을 벌고 있었다.

다만 씀씀이도 헤퍼져서 가장 좋은 음식과 옷 그리고 다솜을 위해 돈을 쓰고 있었다.

나는 감히 유준에게 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유준은 화를 내진 않았지만 자기에게 함부로 질문할 기회는 주지 않았다. 내가 무언가 과도한 요구를 한다 싶으면 가차 없이 말을 잘라버렸다.

“더 큰 텐트로 바꿀 수 있을까요?”

“원래 쓰던 거면 충분합니다. 텐트가 이 실험의 핵심입니다.”

내게 그 이상의 질문을 할 권리도 힘도 없었다. 나는 그저 매우 좋은 환경을 갖춘 케이지에 사는 실험용 쥐였다.

불만도 없었고 실험의 목적 외엔 궁금한 것도 없었다. 실험의 목적에 대한 궁금증만이 당시 내 인생의 유일한 걱정거리였다.

혹시 나는 잡아먹히기 위해서 사육되는 돼지와 같은 존재는 아닐까 하는 불안이 엄습해 왔다.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 내가 확장시킨 수많은 자유들과 나를, 한꺼번에 잡아먹으려는 계략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는 알지 못했다.

또한 불안이 내 마음에서 싹트면 나는 대마초를 입에 물었다. 뻐끔뻐끔 한 대를 피우면 어떤 날도 어김없이 편하게 잠들 수 있었다.

다음 날 눈을 뜨면 해는 높은 곳에 떠 있었고 나는 광합성하는 나무가 된 것처럼 팔을 펼치고 햇빛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소고기 스테이크를 주문해서 먹고 슬롯머신 장사를 하고 비키니바를 관리하는 척하며 사실은 구경만 하고, 다솜이 차에 싣고 온 생필품을 받고 그녀와 대마초를 피운 다음 잠들곤 했다.

완벽한 삶이 있다면 그게 나의 삶 같았다. 돈, 여자 그리고 대마초. 내가 더 바랄 수 있는 게 없었다. 가끔 나를 찾는 의뢰인들이 내 심심함까지 해결해 주었다.

나는 그들이 의뢰하는 걸 거부할 수도 있었지만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며 ‘나만의’ 정의감을 불태울 수 있는 게 또 하나의 재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