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K컵녀
von 자유 · 2026-10-27
8화 K컵녀
악플 습관을 고친 아이는 그때 더는 텐트로 찾아오지 않았다. 대신에 다솜보다 더 풍만한 몸매의 여자가 찾아왔다.
새로운 의뢰인이었다. 그러니까 어느새 나는 텐트 임대업자처럼 돼버려서 자주 의뢰인이 찾아오는 그런 상태가 되었다.
그녀는 자신을 케이라고 소개했다. 다솜이 J컵 정도였는데 케이는 다솜보다 한 사이즈가 더 큰 K컵이라는 엄청난 가슴을 가진 여자였다. 케이가 말했다.
“내가 여기서 장사를 좀 할까 하는데 텐트를 빌릴 수 있을까요? 물론 대여비는 넉넉히 쳐드리죠. 전 인터넷 방송을 하는데 낮에는 주로 수영장에서 시간을 때우며 비키니 입은 모습으로 시청자들과 소통을 하죠. 그리고 온리폰즈라고 유료 팬들만 볼 수 있는 곳에 영상을 올려요. 텐트는 팬 감사제를 위한 곳으로 쓸 거예요. 사실 몸을 파는 거죠.”
“아하, 그러니까 여기를 일종의 업소로 쓰려고 하는군요. 그래서 내가 얻는 건 뭐죠?”
이렇게 말하긴 했지만 난 이미 마음속으로는 허락을 한 상태였다. 엄청난 몸매를 소유한 사람과의 인연이 생긴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기회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조건도 만만치 않았다.
“10퍼센트요. 제가 번 돈의 10퍼센트를 드리죠. 굳이 매일의 매상을 기록할 필요는 없겠죠? 대충 몇 명이 드나드는지는 텐트를 지켜보기만 해도 알 테니까요.”
“실례가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루 매상을 대략 얼마 정도로 생각하시나요? 제 수익을 대충은 알고 싶어서요.”
“제가 몸값이 좀 됩니다. 하루에 천만 원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인터넷 예약제인데 이미 일주일 예약이 꽉 찼어요. 주 5일제라고 친다면 당신이 받는 돈은 한 달에 2,000만 원쯤 되겠네요. 다만 저도 언제 일을 관둘지 몰라서 돈은 일당으로 드리죠.”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언제부터 시작하나요? 원한다면 오늘부터라도 텐트를 빌려드릴 수 있어요.”
나는 평일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3시간 동안 케이에게 텐트를 대여해 주기로 계약했다. 나는 그 시간 동안은 신기루의 체육관에 가서 운동을 하거나 PC방에서 게임을 하면 되는 것이었다.
나는 케이에게 텐트를 빌려주는 동안 그녀가 영업을 위해 들이는 사람들에게도 텐트 안에서의 치외법권을 미리 허락했다. 손님뿐 아니라 함께 일할 사람이 있는 경우도 포함해서였다.
한 가지 내가 계약에 있어서 간과한 게 있었다. 정확히는 케이는 몸을 파는 여자이면서 또한 포주였다.
처음에 말했던 하루 천만 원도 케이 혼자 버는 돈이 아니라, 케이와 그녀가 관리하는 여자들이 텐트에서 올리는 하루 총매출이었다.
내가 텐트를 지켜보고 있을 때면 케이만 텐트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여자들도 내 텐트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내 텐트에 들어가는 여자들이 바뀔 때마다 제각기 다른 목소리의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내 블로그, 뉴츄브 채널, 띡똑 모든 곳에 악플이 달려서 그때쯤엔 이미 상당히 익숙해진 상태였다.
심지어는 가명을 쓰고 주로 스크랩하는 용도로만 쓰던 페이셜북도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건지 악플이 달릴 지경이었다.
케이와 관련된 악플들도 달렸는데, 다만 악플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여러 남자들이 나와 친해지고 싶어 하는 글들을 남기기도 했다.
케이뿐만 아니라 그녀가 거느린 식구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이었다. 나는 어느새 새로 생긴 인맥에 의해 누릴 수 있게 된 힘에 도취돼 있었다.
“K컵녀와 그녀의 친구들이 그렇게 글래머에 미녀들이라고 하던데 텐트 주인은 이미 돌아가면서 공짜로 자본 건 아닐까? 진짜 부럽다.”
“홈페이지 가면 예약이 꽉 차 있던데 앞당기려면 웃돈을 몇 배로 줘야 한다고 하더라고. 자용에게 말하면 다 해결되는 거 아닐까? 텐트 못 쓰게 하면 그렇게 대놓고 장사도 못하는 거잖아. 자용이 갑인 거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들이었다. 나는 물론 내가 가진 텐트의 능력으로 그녀들 모두와 자본 상태였다. 하지만 당시 내겐 남는 게 돈이었다.
나는 항상 돈을 지불했다. 다만 정해진 시간 외의 거래였으므로 내겐 예약 같은 건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또한 나 이외의 사람을 위해서 그녀들이 정해진 시간 외에 일하게 하는 건 무리였다. 예약을 내 마음대로 바꾸게 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녀들은 비싼 몸이었다. 나는 텐트를 빌려주었지만 완전한 갑의 위치도 아니었다.
내가 텐트를 못 쓰게 하면 그녀들은 다시 음지로 돌아갈 뿐이었다. 그러면 화대는 올라갈 것이고 좀 더 비밀스러워지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마치 내가 그녀들의 포주라도 되는 것처럼 굽실거리기 바빴다.
나는 케이의 친구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그녀들과 함께 텐트 밖에서도 합법인 일을 하고 싶었다. 그것이 내 인맥을 자랑하고 힘을 과시하는 수단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이유보다는 그냥 재밌을 것 같다는 게 내가 떠올린 일을 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였다.
그 일은 바로 텐트 옆에 작은 수영장을 만들고 비키니 파티를 여는 것이었다. 물론 그녀들이 하루 일을 쉬어야 했으므로, 나는 그녀들이 원래 하루에 벌 돈의 몇 배를 주었다.
공기가 채워진 튜브 같은 재질로 간이 수영장을 만들었다. 수영장 주위에는 병풍처럼 큰 거울들을 세웠다.
어느 각도에서든 케이의 친구들의 몸매를 감상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긴 했다. 그건 사실 심각한 문제였다.
바로 유준에게 허락을 얻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텐트 밖의 일이었기 때문에 텐트의 힘에 의한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수영장을 놓은 곳도 자유컴퍼니에 딸린 공간이었다. 하지만 내가 손님들에게 치외법권을 허락할 수 있는 범위는 텐트 안뿐이었다. 수영장까지 같은 권리를 적용하려면 유준의 별도 허락이 필요했다.
나는 텐트 밖에서는 보통 사람일 뿐이었으니 혹시 모를 위법행위에 대한 트집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건 아니었다.
텐트 안에서는 핵실험을 해도 합법이었다. 그러나 밖에서는 오히려 사소한 무단횡단만으로도 나는 과한 욕을 먹어야 했다.
일단 나는 늦게나마 수영장 파티가 시작되기 직전에 유준에게 수영장 설치에 대한 허락을 받았다. 유준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기꺼이 공간을 내주었다.
재밌을 것 같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어쩌면 유준같이 호기심이 강하고 독특한 취미를 가진 사람이라면 내가 안 보는 동안에 이미 케이의 친구들과 실컷 놀았을지도 몰랐다.
아니나 다를까 유준은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그녀들을 소개시켜 달라는 것이었다. 대신 텐트 안이 아니라 자기의 자유컴퍼니 본사 건물 안으로 그녀들을 보내달라는 제안이었다.
모두 알다시피 내 텐트는 부수적인 것일 뿐 자유컴퍼니 본사 건물 자체가 치외법권 구역이었다.
나는 그 앞의 공터를 차지하고 유준의 힘을 빌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유준은 나를 통해서 어떤 실험을 하고 있는 듯했고, 그래서 나는 유준이 호기심이 강하고 남다른 즐거움을 좇는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인터넷으로 실시간 방송을 하는 당일은 구경꾼들과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재밌는 건 나의 보스 유준마저도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구경하러 왔다는 것이었다.
실험실의 쥐 같은 신세인 내가, 나를 관찰하는 과학자 같은 유준의 마음을 움직였다니 감동스러웠다.
나는 어쩌면 자신 빼고 전부 암컷만 존재하는, 실험용 쥐 케이지 안에서 사는 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 케이지 안에는 암컷 쥐들만 가득한 게 아니라 먹을 것과 장난감 등 모든 안락한 삶을 위한 도구들이 즐비할 것이었다.
애완동물의 신세란 것은 주인의 경제력과 성격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 또한 유준이라는 주인 덕에 호의호식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에 미치자 ‘내 고양이 첼시는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실시간 방송 화면에 첫 번째 거액의 기부자가 나왔다. 우리는 수영장 안에서 한때 반짝 유행하던 춤인 네로투 댄스를 췄다.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네로투가 두 팔을 올리고 엉덩이를 양옆으로 흔들면서 추는 춤으로, 앞서 말한 ‘우리’에는 물론 내가 포함된 것이었다.
커다란 골반이 흔들렸고 수많은 가슴들이 출렁댔다. 구경꾼들은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 우리는 그저 준비된 음식을 먹었고 바비큐 파티를 했으며 와인이나 위스키, 칵테일을 마시고 때론 미션에 응했다.
그렇게 놀면서 시간을 보내니 엄청난 기부들이 쏟아졌다. 그날 번 돈만 해도 수백만 원은 될 것 같았다.
그 돈은 모두 함께 방송을 한 여자들에게 나눠줬다. 엄청난 돈벌이였지만 당연히 여자들은 다음 날엔 착실히 자신의 본업에 충실했다.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일을 놔두고 불안정한 방송 일을 계속할 리는 없었다. 그것도 재주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말이다.
몸매와 수다만으로 돈을 버는 건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벤트성으로 가끔 방송을 한다면 모를까.
일부러 PC방에서 조금 일찍 돌아가 텐트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으면 텐트 밖으로 비치는 실루엣이 상당한 구경거리였다. 새어 나오는 신음 소리도 듣기 좋았다.
물론 텐트 밖의 폴리스라인을 닮은 자유컴퍼니 라인 뒤에는 많은 구경꾼들이 있었다.
다만 나는 그 라인 안쪽 더 가까운 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특권을 갖고 있었다.
텐트 안에서 남자 한 명이 나왔다.
나는 밖에서 똑똑 소리를 내며 안으로 들어가도 될지 케이에게 물었다. 그녀가 대답했다.
“오늘은 일찍 돌아왔네요. 하지만 오늘 예약된 손님은 다 받았으니 들어와도 괜찮아요.”
“그렇군요. 그럼 오늘 마지막 손님은 저네요. 혹시 대마초 피워보셨어요?”
“아, 그거 좋죠. 오늘은 자고 가도 되죠?”
“물론이죠.”
역시 보기만 하는 것보단 직접 하는 게 좋았다. 그리고 대마초와 함께 하는 건 몇 배로 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