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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귀환에는 7천 골드가 든다

von 자유 · 2026-10-27

7화 귀환에는 7천 골드가 든다

판은 다시 시작됐다.

두건을 쓴 여자는 사람의 손을 읽는 데 능했지만, 도렌의 손에서는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도렌의 약한 패에 큰돈을 걸었다가 판에서 밀려났다.

자리에서 일어난 여자는 내 옆을 지나며 작게 말했다.

“저 술꾼은 패보다 먼저 사람을 접게 만들어. 끝까지 믿지 마.”

문이 닫혔다.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은 둘이었다.

나와 도렌.

아이도 빵을 먹는 것을 잊은 채 탁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도렌은 빈 술잔을 내려놓았다.

“이제야 조용해졌군.”

“취한 척도 그만하셨네요.”

“언제 알아챘나?”

“처음부터요. 취한 사람치고는 돈 세는 손이 너무 정확했습니다.”

도렌이 웃었다.

이번 웃음은 처음으로 계산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자네는 정말 도박꾼인가?”

“오늘 처음 포커를 해 봤습니다.”

“그 말을 믿으라고?”

“믿든 말든 판에는 상관없죠.”

딜러가 마지막 승부의 카드를 돌렸다.

내 개인패는 검 9과 왕관 9이었다.

첫 공용패 세 장은 동전 9, 성배 6, 성배 7.

같은 숫자 세 장.

충분히 강했다.

하지만 네 번째 공용패로 성배 8이 열렸다.

마지막 공용패는 성배 2이었다.

도렌의 개인패에 5나 10이 있으면 숫자가 이어졌다. 성배가 한 장만 있어도 같은 문양 다섯 장이 완성됐다.

그가 무엇을 들고 있느냐에 따라 내 아홉 세 장은 한순간에 약한 패가 된다.

[직업 선택: 수학자 A]

가능한 조합이 머릿속에서 갈라졌다.

도렌이 지금까지 보인 베팅 성향.

남은 카드.

그가 완성했을 가능성이 있는 패.

내가 이길 확률은 절반보다 높았다.

하지만 모든 돈을 걸 만큼 확실하지는 않았다.

도렌이 나무패 스무 개를 밀었다.

지금까지 가장 큰 베팅이었다.

“받기만 해도 되네.”

그가 말했다.

“물론 더 올려도 되고.”

나는 도렌을 보았다.

도박꾼 A도 그의 패를 읽지 못했다.

수학자 A도 답을 정해 주지 못했다.

그렇다면 계산에 없는 것을 넣어야 했다.

[직업 선택: 배우 A]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손끝을 떨며 내 카드 쪽으로 시선을 한 번 내렸다.

앞선 판에서 강한 패가 들어올 때마다 보여 준 행동이었다.

도렌의 눈이 내 손가락을 따라왔다.

나는 일부러 급하게 숨을 고른 뒤, 앞에 남은 나무패를 전부 밀었다.

“전부.”

나무패가 무너지며 탁자 위를 굴렀다.

아이가 작게 숨을 삼켰다.

도렌은 내 얼굴과 손, 공용패를 차례로 바라봤다.

“재미있군.”

그가 중얼거렸다.

“불안해 보일 때는 강했고, 침착할 때도 강했어. 약할 때는 두 모습이 다 나왔고.”

들켰다.

아니.

들키는 것까지 계산해야 했다.

도렌은 내가 가짜 버릇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하지만 어느 행동부터가 가짜였는지는 알 수 없다.

지금 떨리는 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가짜라는 걸 들킨 뒤 다시 이용하는 진짜 신호인지.

사람은 정보가 없을 때보다, 너무 많을 때 더 쉽게 흔들린다.

도렌의 손이 자기 카드 위에 올라갔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

그가 카드를 뒤집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난다.

도렌은 한참 동안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카드를 앞으로 밀었다.

‘이 판도, 남은 승부도 포기하지.’

도렌은 자기 앞에 남은 나무패까지 탁자 가운데로 밀었다.

딜러는 도렌의 기권을 확인한 뒤 우승 상금인 금화 두 닢을 내 앞으로 밀었다.

숨을 참고 있던 아이가 크게 숨을 내쉬었다.

묵직한 금빛 동전이 서로 부딪쳤다.

짤랑.

도렌은 끝내 자기 카드를 보여 주지 않았다.

“카드로 진 건지.”

그가 의자에 등을 기대며 말했다.

“자네 직업이 몇 개인지 세다가 진 건지 모르겠군.”

“둘 다라고 해 두죠.”

나는 금화 두 닢을 집었다.

우리 세계 돈으로 이백만 원쯤 되는 돈이었다.

나는 그중 금화 하나를 아이의 손에 잠시 올려 줬다.

아이는 두 손으로 동전을 받아 들고 눈을 크게 떴다.

“이게 그렇게 비싼 거예요?”

“오늘 고친 방앗간을 세 번쯤 더 고쳐야 하나 얻을 돈이지.”

“그럼 이제 돌아갈 수 있어요?”

“그건 저 사람이 말해 줘야지.”

나는 도렌을 바라봤다.

“약속은 지키겠죠?”

도렌은 술병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돈보다 비싼 이야기를 들려줘야겠군.”

딜러와 남아 있던 사람들이 방을 나갔다.

문이 닫히자 도렌의 표정이 달라졌다.

도박판을 벌이던 술꾼의 얼굴이 아니었다.

오래 묻어 둔 기억을 꺼내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자네보다 먼저 만난 이방인의 이름은 김도현이었네.”

한국 이름이었다.

나는 상체를 앞으로 숙였다.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자네처럼 검은 머리에 검은 눈을 가졌지. 말이 통하지 않아 처음에는 북쪽 나라 사람인 줄 알았어. 며칠 뒤 갑자기 우리 말을 하기 시작하더군.”

나도 이 세계의 글과 말을 자연스럽게 이해했다.

전이자에게 주어지는 힘이 따로 있는 모양이었다.

“그 사람이 살던 곳에 대해 말했습니까?”

“많이 했지. 말 없이 달리는 쇠마차가 길을 가득 메우고, 쇳덩이가 하늘을 날아 바다를 건넌다고 했어.”

자동차와 비행기.

“손바닥만 한 검은 거울로 멀리 있는 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다고도 했네. 그걸… 휴대전화라고 불렀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김도현은 나와 같은 세계에서 왔다.

“그 사람은 돌아갔습니까?”

도렌이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돌아가는 문에 들어가는 것까지는 봤네.”

“그 뒤는요?”

“빛이 닫혔지. 그가 자네들이 말하는 한국에 도착했는지는 내가 확인할 수 없어.”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성공했다는 증거는 없다.

나는 실망하는 대신 질문을 이어 갔다.

“어디에서 문을 열었죠?”

“마도도시 카르디아 근처에 경계탑이 있네. 오래전 차원의 균열을 감시하던 탑이지. 지금은 문지기 상회가 그곳을 차지하고 있어.”

“상회가 귀환을 도와줍니까?”

“돈을 받고.”

역시 상인이었다.

도렌은 손가락 세 개를 펼쳤다.

“그들이 공개하는 조건은 셋이네.”

첫 번째 손가락이 접혔다.

“원래 세계의 기억. 돌아갈 곳을 찾을 수 있을 만큼 선명해야 해. 가족의 얼굴과 살던 집, 도시, 하늘. 귀환문은 그 기억을 좌표로 삼는다고 하더군.”

엄마의 얼굴이 떠올랐다.

냉장고 앞에서 내 이름을 기억하려 애쓰던 모습.

그 기억만큼은 잊을 수 없었다.

두 번째 손가락이 접혔다.

“고대의 귀환석. 차원의 틈을 붙잡는 유물이지. 경계탑에도 하나가 있지만 문지기 상회 소유라서 아무에게나 빌려주지 않아. 김도현은 유적에서 조각 하나를 직접 찾아왔네.”

기억과 귀환석.

아직 손에 있는 것은 기억뿐이었다.

마지막 손가락이 남았다.

도렌이 나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리고 칠천 골드.”

잠시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얼마요?”

“칠천 골드.”

내 손에 있는 금화는 두 닢이었다.

칠천 골드라면 이 돈의 삼천오백 배.

우리 세계 가치로 따지면 약 칠십억 원이었다.

“귀환 한 번에 그런 돈이 듭니까?”

“전부 마법에 쓰는 건 아니야.”

도렌은 탁자 위에 손가락으로 원을 그렸다.

“귀환문을 여는 의식에는 이천 골드가 필요하네. 고순도 마석과 차원 고정용 금속, 마법진을 움직일 마법사들. 문이 열리든 실패하든 전부 소모되지.”

“나머지 오천은요?”

“성국의 승인금.”

말이 좋아 승인금이었다.

“허락 한 번에 오천 골드를 받는다는 겁니까?”

“정확히는 ‘세계의 통치권을 대표하는 자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고대 규정이 있다더군. 지금 그 권리를 행사하는 곳이 성국이야. 왕들도 차원의 문에 관한 권한만큼은 성국에 맡겼지.”

“그래서 성국이 도장 한 번 찍고 오천 골드를 가져간다.”

“그들은 봉헌금이라고 부르네.”

“강도도 훔친 돈을 봉헌금이라고 부르면 사제가 되겠군요.”

도렌이 낮게 웃었다.

“김도현도 비슷한 말을 했지.”

아이의 손에 들린 금화가 갑자기 아주 작아 보였다.

방앗간 하나를 고치고 받은 돈은 은화 세 닢.

그 일을 이만 번 넘게 반복해야 칠천 골드에 닿는다.

방앗간 수리만 하다 늙어 죽을 수는 없었다.

“김도현은 그 돈을 어떻게 마련했습니까?”

“전부 자기 돈은 아니었네. 용병단과 귀족의 지원을 받았다고 했지. 대신 그들이 시킨 일을 여러 번 했고.”

“무슨 일?”

“마물 토벌, 유적 조사, 연금술 재료 수집. 자세한 내용은 말하지 않았어. 다만 마지막에 봤을 때는 처음 만났을 때와 전혀 다른 눈을 하고 있었지.”

돈을 모으는 방법은 있었다.

희귀한 의뢰.

마물의 소재.

연금술로 만든 물건.

고대 유적과 보물.

만능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평범한 사람보다 훨씬 빨리 벌 수 있다.

그래도 칠천 골드는 먼 숫자였다.

나는 아이의 손에서 금화를 돌려받아 두 닢을 주머니에 넣었다.

이제 겨우 삼천오백 분의 일이었다.

“귀환문은 정말 열렸습니까?”

“내 눈으로 봤네.”

도렌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경계탑 꼭대기에 푸른 원이 생겼어. 원 안쪽에는 이곳과 다른 밤하늘이 보였지. 김도현과 끝까지 함께 온 여자가 문 앞에서 울었고, 김도현은 그 눈물을 손끝으로 닦아 준 뒤 안으로 걸어 들어갔네.”

“그 여자는 함께 가지 않았습니까?”

“이 세계에서 태어난 사람이었으니까. 김도현이 돌아간 뒤에도 한동안 닫힌 문 앞을 떠나지 못하더군.”

도렌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나는 그 장면을 머릿속에 담아 뒀다.

“그런데 문이 완전히 안정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어. 빛이 몇 번 흔들렸고, 김도현이 사라지자마자 귀환석에 금이 갔지. 문지기 상회는 성공이라고 했지만 나는 그 말을 전부 믿지는 않네.”

돌아갈 수 있다.

아마도.

목표가 생겼지만 확신은 생기지 않았다.

그래도 충분했다.

원래 세계에서는 엄마의 병을 고칠 가능성이 없었다.

여기에는 기억의 영약도 있고, 귀환문도 있다.

가능성이 하나라도 있다면 찾아갈 이유가 됐다.

“카르디아까지 얼마나 걸립니까?”

“걸어서 한 달. 마차를 구하면 열흘 남짓.”

“문지기 상회에 가서 돈만 내면 되는 겁니까?”

도렌의 표정이 굳었다.

“내가 아직 가장 중요한 말을 하지 않았군.”

그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경계탑의 귀환 의식은 성국의 허가 없이는 시작되지 않아. 문지기 상회에 귀환을 신청하는 순간 이름과 인상착의, 능력, 출신에 관한 정보가 전부 성국으로 보내지지.”

“이방인을 관리하려는 겁니까?”

“관리할 수 있는 힘이라면 빼앗고, 관리할 수 없다면 없애기 위해서겠지.”

아이의 손이 자기 목으로 올라갔다.

목걸이는 사라졌지만 붉게 쓸린 자국은 아직 남아 있었다.

도렌의 시선도 그 흔적에 닿았다.

“자네들이 누구에게 쫓기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말했다.

“돈만 모으면 끝나는 일이 아니야. 귀환문을 지키는 자들이 바로 성국이거든.”

그 순간.

여관 밖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한 마리.

두 마리.

빠르게 늘어났다.

[직업 선택: 사냥꾼 A]

두꺼운 문 너머의 소리가 선명해졌다.

말들이 마을 입구에서 멈췄다.

갑옷이 부딪치는 소리.

종이를 펼치고, 벽에 못을 박는 소리.

곧이어 누군가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성국의 명령을 전한다!”

술집의 소음이 한순간에 멎었다.

“은빛 머리카락을 지닌 어린 소녀를 찾는다. 하얀 빛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능력을 지녔으며, 목에는 성국의 표식이 남아 있다!”

아이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해당 소녀는 성국 소유의 성녀 후보 제18호다. 소녀와 동행하는 검은 머리의 이방인 또한 중죄인으로 간주한다. 발견 즉시 신고하라!”

여관 벽에 수배장을 붙이는 망치 소리가 세 번 울렸다.

쾅.

쾅.

쾅.

나는 주머니 속 금화 두 닢을 쥐었다.

칠천 골드까지는 아직 삼천사백구십구 번의 승리가 더 필요했다.

하지만 그 계산은 나중이었다.

아이를 바라봤다.

아이는 겁에 질려 있으면서도 내 옷자락을 잡지 않았다.

도망칠지 남을지, 이번에는 내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귀환석도.

칠천 골드도.

성국의 허가도.

살아 있어야 구할 수 있다.

먼저.

이 마을에서 사라져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