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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末路)

von 한용운 · 2026-04-24

“편지 받으십쇼.”

우체부가 들어오며 말했다.

“장 순영이라는 사람 있습니까?”

그는 편지를 내밀었다.

“네.”

순영은 그렇게 대답하며 편지를 받았다.

그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순영은 편지를 받아 들고, 누구에게서 온 것인지 확인하려고 봉투의 뒤쪽을 보았다.

하지만 거기에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았다.

혹시 대철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대철이 자기 주소를 알 리가 없을 것 같아, 아닐 것이라 여겼다.

피봉의 글씨를 살펴보았다.

글씨는 마치 수전증이 있는 사람이 쓴 것처럼 꼬불꼬불하여, 대철의 글씨 같지 않았다.

순영은 봉투를 뜯어 편지 내용을 보기 전에, 끝에 적힌 이름을 먼저 보았다.

그 순간, 손이 갑자기 떨렸다.

편지까지 함께 떨리는 소리가 났다.

그것은 대철의 편지였다.

자기가 순영에게 잘못했다는 말을 하면서도, 그 허물은 다른 데로 돌려 벌뺌을 한 뒤,

자기는 이 년 전부터 병이 들어 치료를 하는 중인데 고생이 심하다는 말을 적어 두었다.

그리고 어쩌면 가서 볼지도 모르겠다는 뜻을 덧붙였다.

순영은 그 편지를 보고서야, 자기가 보던 아편장이가 대철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억지로 붙들고 있던 의심까지도 모두 사라졌다.

순영은 편지를 다시 보며, 대철에 대한 일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철이 와서 볼지도 모르겠다고 하였으니, 언제 올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이따라도 올지,

내일이나 모레, 아니면 언제라도 갑자기 들이닥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미 이혼을 했으니 관계가 없는 사람이다.

당장 나가라고 냉정하게 내쫓아야 할까?

아니면 좋은 얼굴로 말해서 돌려보내야 할까?

그래도 물러나지 않고 억지로 버틴다면, 그때는 또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대로 받아들여서 뒤치다꺼리를 해 주어야 할까?

순영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을 이지적으로 판단할 수 없었다.

이성으로 판단할 수 없는 일이라면, 결국 감정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순영은 대철과의 과거를 떠올리게 되었다.

대철이 바다에 빠진 자기를 건져 주었던 일.

그 일로 인해 자기는 목숨을 걸고 대철을 사랑하게 되었고, 그에게 매달리듯 결혼을 청했던 일.

그리고 대철이 자신의 뜻을 따라 결혼한 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금광 일을 중지하고 반 년 동안이나 자기를 포근하게 안아 주었던 일까지.

한때 술에 취해 이혼하자고 말한 적도 있었으나,

그 또한 사정이 그러했기 때문에 그럴 만하다고 여겼다.

금광이 잘되면 빚을 갚고 돌아와 다시 살림을 하겠다는 말 역시,

지금까지 잊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순영은 대철에게 대하여 그다지 악감을 가지지 않았다.

다시 말해,

사랑이라 해야 할지, 은혜를 갚으려는 마음이라 해야 할지—

어쨌든 대철에 대한 감정은 아직 남아 있었다.

순영은 다시 생각하였다.

자기는 바다에 빠졌다가 구원을 받은 뒤로, 그 은혜를 갚겠다는 마음을 언제나 잊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대철과 결혼한 것이 은혜를 갚은 것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대철이 자기 아니면 장가갈 수 없는 사람이어서 결혼하게 된 것이 아니라,

결국 자기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일이었기 때문이다.

사랑이라는 감정 속에는 은혜를 갚고자 하는 뜻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결국 대철이 자기를 사랑한 것보다 자기가 대철을 더 사랑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것으로 은혜를 갚았다고 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돈을 보탠 일도 있었지만,

그 역시 부부 사이에서 당연한 일이었을 뿐, 특별히 은혜를 갚은 것이라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순영은 생각하였다.

은혜를 갚을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

그리고 대철을 사랑하는 것도, 또한 지금이라고 단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