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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없는 사람

von 받아적는사람 · 2026-10-22

셋방 문을 열자 기침 소리가 먼저 나왔다.

페트라가 이불 위에 엎드려 있었다. 등이 크게 오르내렸다. 베개에 붉은 점이 몇 개 번져 있었다.

"페트라."

"……언니 왔어?"

목소리가 바람 빠진 풀무 같았다. 나는 외투도 벗지 않고 약재상으로 뛰었다. 문 닫은 가게 덧문을 두드렸다. 어르신이 등잔을 들고 나왔다. 1급 동판을 보고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약 상자를 챙겼다.

어르신은 페트라의 가슴에 귀를 대고 오래 들었다. 그리고 일어나 손을 씻었다.

"아가씨. 지난번 약으로는 이제 안 됩니다."

"더 좋은 약은요?"

"제 가게엔 없습니다." 어르신이 수건으로 손을 닦았다. 한참 닦았다. "1급이시니까 하나 여쭤도 되겠습니까."

"네."

"원작에서는 이 병이 어떻게 됩니까? 낫습니까?"

나는 페트라를 봤다. 기침 사이로 쌕쌕거리는 숨이 섞였다.

"원작에 페트라는 안 나와요."

어르신이 눈을 깜빡였다.

"한 줄도요. 보르 남작가도 안 나와요. 이 셋방도요."

"……그렇군요." 어르신이 약 상자를 닫았다.

"그럼 하나만 말씀드리지요. 등록소 의무실에 건너온 의사가 있답니다. 다른 세상 약을 기억한다고요. 곰팡이에서 뽑는 약이라던가. 1급과 그 가족만 봐 줍니다. 소장 추천서가 있어야 하고요."

"소장 추천서요."

"붙박이는 문 앞에도 못 가지요. 그런데 아가씨는 1급이시니까."

어르신이 돌아간 뒤에도 나는 페트라 옆에 앉아 있었다. 등을 쓸었다. 한 번, 두 번.

"언니."

"응."

"나 원작에 안 나와?"

다 들은 모양이었다. 나는 거짓말을 하려다 그만뒀다. 이 애 앞에서 거짓말을 하면 상단주 목소리가 나온다.

"응. 안 나와."

"한 줄도?"

"한 줄도."

페트라가 이불 속에서 작게 웃었다. 기침이 섞였다.

"다행이다."

"뭐가?"

"그럼 테라스 사람들이 내 걸로는 내기 못 하잖아. 몇 시에 죽나, 그런 거."

"페트라."

"농담이야." 그 애가 베개 밑으로 손을 넣었다. 피 묻은 손수건이 딸려 들어갔다. 내가 못 본 줄 아는 손이었다. "내일은 계단 세 칸 더 갈 거야. 어제는 두 칸이었어. 언니는 세지 마."

"……안 셀게."

"거짓말. 언니 지금 손가락 접고 있잖아."

나는 손을 무릎 밑에 넣었다. 그러다 베개 밑으로 삐져나온 종이 모서리를 봤다. 손수건이 아니었다.

"이건 뭐야?"

"보지 마." 페트라가 종이를 끌어당겼다. 늦었다. 날짜, 약 이름, 금화 몇 닢. 약재상 어르신의 장부 줄을 그대로 옮긴 페트라의 글씨였다. 맨 아래 칸에 「갚을 사람: 페트라 보르」라고 적혀 있었다.

"어르신 약 상자 들고 올 때마다 장부도 같이 들고 오잖아. 그때 베꼈어."

"왜?"

"약값이 언니 빚으로 적히는 거 싫어서." 그 애가 종이를 다시 베개 밑으로 밀어 넣었다. "내 기침이잖아. 내가 셀 거야. 계단도, 이것도."

페트라의 숨이 조금씩 고르게 바뀌었다.

새벽까지 기침이 이어졌다. 나는 등잔을 켜고 공책 서른한 권을 처음부터 넘겼다. 「기침」이라는 낱말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 * *

새벽에 연기 냄새가 났다.

황태자궁 쪽 하늘이 흐렸다. 나는 페트라를 옆방 아낙에게 맡기고 뛰었다. 정문 근위병이 막았다. 뒷문으로 돌았다.

지하 창고 입구가 검게 그을려 있었다. 물을 퍼 나른 양동이가 계단에 굴러다녔다. 화부가 벽에 기대 앉아 있었다. 두 손에 젖은 천을 감고 있었다.

"아저씨!"

"아이고, 조언역님." 화부가 웃으려다 얼굴을 찡그렸다. "별거 아니에요. 등잔이 넘어졌어요. 쥐가 건드렸는지. 기름통 바로 옆이라 한 통에 옮겨붙었는데 다행히 금방 잡았어요."

"요하네스는요?"

"그 친구 묶여 있어서 제가 끌고 나왔지요. 지금은 마구간이에요. 한스가 지키고 있고요."

"손 보여 주세요."

"괜찮다니까요."

천을 풀었다. 손바닥 가죽이 벗겨져 있었다. 화부는 고개를 돌렸다. 나는 다시 천을 감았다. 손이 떨려서 두 번 다시 감았다.

계단 위에서 쇠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근위병들이 내려왔다. 그 뒤로 근위대장이 들어왔다. 그는 그을린 창고 안을 둘러보다가 기름통에 찍힌 낙인을 발견했다.

"북문 수비대 낙인." 근위대장이 천천히 말했다. "북문 기름이 왜 황태자궁 지하에 있지?"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근위대장의 눈이 내 동판에서 멈췄다.

"조언역. 원작에 이런 장면이 있나? 황태자궁 지하에서 불이 나는 장면."

"없어요."

"그럼 이건 뭐지?"

"제가 읽은 데엔 없다는 뜻이에요."

근위대장이 코로 웃었다. 그는 기름통 하나를 발로 툭 찼다. 빈 통이 굴러가며 계단에 부딪혔다.

"보름밤 북문 경비, 원작대로 두자고 했을 때 전하가 그러자고 했지. 그날 회의에 너도 있었고." 그가 몸을 돌렸다. "그 자리에서 이 기름 얘기를 아는 사람이 하나는 있었겠군."

근위병들이 기름통 수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그 소리를 등 뒤로 듣다가 나는 화부의 어깨를 잡았다. 그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내 손도 그랬다.

* * *

정오에 황제의 명이 내려왔다. 노라가 그 내용을 회의실 문 앞에서 내게 전했다.

"황태자 전하 근신. 궁 밖 출입 금지. 북문 기름을 옮긴 경위는 근위대가 조사한대요."

"……기간은요?"

"정해지지 않았어요." 노라가 차 쟁반을 고쳐 들었다. "건너온 분들은 벌써 테라스에서 말하고 있대요. 거기서부터 석 달이라고."

서재에 들어가자 손님이 먼저 와 있었다. 검은 장갑.

"등록소장으로 왔어." 도라가 그을음이 묻은 구두를 내려다봤다. "원작 사건이 바뀌면 보는 게 내 일이니까."

카시안은 창가에 서 있었다. 소매를 걷지 않았다. 손등에 잉크도 없었다. 근신 중인 황태자의 옷차림이었다.

"봐." 도라가 카시안에게 말했다. "북문에서 안 난 불이 여기서 났어. 이번엔 기름 마흔 통 숨긴 죄까지 붙었지. 다음엔 뭐가 올지 나도 몰라. 그게 제일 무서운 거야."

"책대로 두면 뭐가 오는지는 알지." 카시안이 돌아섰다. "내가 겨울에 죽어. 그 다음엔 4권 전쟁이 와. 너희 책은 멸망 쪽으로 걷는 길이야."

"그 길 끝에 황녀 즉위가 있어. 제국은 살아."

"기획서 한 장 믿고?"

도라의 눈이 나에게 왔다가 돌아갔다.

"기획서 한 장이 지금 이 제국에서 제일 멀리 보는 종이야. 전하가 하는 건 길을 지우는 거고. 지운 자리에 뭐가 생기는지는 아무도 몰라."

"그래서 가만히 죽으라고?"

"원작을 막은 사람 중에 끝까지 간 사람이 없어." 도라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리고 나는 이 책 끝을 한 줄로만 받았어. 내가 끊은 자리에서 이 책이 엉망이 되는 꼴은 못 봐."

"네가 끊은 그 자리에서 겨울에 죽는 게 나야. 원고 걱정은 그다음에 해."

두 사람의 목소리가 문까지 울렸다. 문틈으로 화부의 그림자가 보였다. 젖은 천을 감은 두 손을 어디 둘지 몰라 배 앞에 들고 서 있었다.

나는 문을 열었다.

"아저씨, 잠깐 들어오세요."

화부가 손에 천을 감은 채 쭈뼛쭈뼛 들어왔다. 도라와 카시안이 동시에 나를 봤다.

"불은 이 아저씨가 껐어요. 손이 이렇게 됐어요."

나는 더 말하지 않았다. 천 사이로 진물이 배어 나왔다. 서재가 조용해졌다.

카시안이 화부를 봤다. 아주 오래.

"이름이 뭐지."

"……요제프입니다, 전하."

"요제프. 의무관을 부르지. 손 치료가 끝날 때까지 일은 쉬어."

도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장갑 낀 손을 꽉 쥐었다 폈다. 그리고 문으로 걸어갔다. 내 옆을 지나다 멈췄다.

"동생이 아프다며."

숨이 멎었다.

"약재상이 등록소 의무실 얘기를 하고 다녀. 1급 동생이 기침을 한다고."

도라가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의무실 진료 추천서였다. 서명 칸이 비어 있었다. "서명은 언제든 해 줄 수 있어. 황태자가 다음에 뭘 막을지 나한테 먼저 알려 주면."

그녀가 추천서를 내 손에 쥐여 주고 나갔다.

요제프도 의무관을 부르러 간 한스를 따라 나갔다. 서재에 둘만 남았다.

"받아." 카시안이 말했다. "서명. 나를 팔아도 돼."

"안 팔아요."

"네 동생이야."

"그러니까 안 팔아요." 추천서를 접었다. 손끝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한 번 팔면 다음엔 화부 아저씨를 팔게 돼요. 그다음엔 노라 씨를요. 소장은 한 번 산 사람한테 또 사요. 편집자라서요."

"……그럼 내 의무관을 보내지. 근신 중이어도 그건 할 수 있어."

"전하 의무관은 붙박이 의사잖아요. 약재상 어르신이랑 같은 약을 써요."

카시안이 한참 대답하지 못했다.

"첫 비 뒤로 황실 의무관 자리는 건너온 이들이 다 가져갔어. 폐하 의무관도 1급이야." 그가 창밖을 봤다. "내 의무관은 그들이 남겨 준 사람이고. 황태자 인장으로는 등록소 의무실 문 하나를 못 열어."

"그럼 넌 어떻게 할 거지."

"다른 길을 찾아볼게요."

"어디서?"

"아래층에서요. 거기 말고 제가 아는 데가 없어요."

* * *

밤이 깊어서 등록소 뒷문을 지났다.

할아범은 서고 책상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구금실 세 번째 방에 담요가 들어가 있었다.

"또 뒷문이군."

"막으면 돌아와요."

인사도 없이 말이 나왔다.

"두면 사람이 다쳐요."

숨이 찼다.

"동생은 책에 없는데 아파요."

노인은 끝까지 들었다. 내 말을 자르지 않은 사람은 오랜만이었다.

"다른 길은 없어요?"

노인이 등잔 심지를 올렸다. 그리고 책상 맨 아래 서랍을 열쇠로 열었다. 두꺼운 책 한 권이 나왔다. 표지 가죽에 가시 없는 장미가 눌려 있었다.

노인이 표지를 젖혔다. 안쪽에 황실 검인이 찍혀 있었다. 첫 비보다 백 년 앞선 날짜였다. 그 아래, 오늘 날짜가 아직 마르지 않은 잉크로 번져 있었다.

"건너온 이들 책보다 먼저 쓴 책이지." 노인이 말했다.

"먼저 쓴……."

"자네는 읽지 마. 약속했지."

"약속 안 했어요. 할아범이 하라고만 하셨지."

"그럼 지금 해."

노인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단단했다. 표지를 덮은 손이 떨리고 있었다.

"……안 읽을게요."

노인이 책을 뒤쪽부터 펼쳤다. 마지막 장. 손바닥으로 글씨를 덮었다. 나는 눈을 돌렸다. 촛불이 종이 위에서 흔들렸다.

"끝은 내가 읽어 주지. 한 줄이야."

노인이 손바닥을 조금 들었다. 그 아래 한 줄을, 나 대신 소리 내 읽었다.

"「그리고 읽은 자들은 모두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