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발견한 사람의 책임
von 앙상블 · 2026-10-22
# 제1부 무너진 큐
## 15화. 발견한 사람의 책임
목요일 오전, 민호는 전날 작성한 프로젝트 점검표를 다시 열었다.
팀장과의 면담에서 정한 대로라면 다음 주까지 프로젝트 목표와 중간 점검 항목을 정리해 공유해야 했다. 아직 정식으로 역할이 확정된 것은 아니었지만, 민호는 먼저 움직이기로 했다.
문서를 정리하다 보니 한 가지 문제가 눈에 들어왔다.
외부 검토가 끝난 뒤 최종 자료를 취합하는 일정이 지나치게 촉박했다. 검토 결과에 수정 의견이 하나라도 나오면 담당 부서에서 자료를 고치고, 수정된 내용을 다시 확인한 뒤 최종본을 만들어야 했다. 그런데 현재 일정에는 그 과정이 충분히 반영되어 있지 않았다.
일정표만 보면 모든 일이 정해진 날짜에 차례대로 끝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제 업무에서는 한 단계가 늦어지면 다음 단계도 영향을 받기 마련이었다.
민호는 관련 자료를 찾아보았다. 지난번 비슷한 프로젝트에서는 외부 검토가 예상보다 사흘 늦어졌고, 그 결과 최종 보고서 작성 시간이 줄어들었다. 당시에는 여러 사람이 야근하며 마감일을 맞췄다. 결과적으로 제출은 제때 이루어졌지만, 같은 방식이 반복된다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민호는 일정표에 중간 확인 날짜를 추가하고, 외부 검토가 늦어졌을 때 적용할 대체 일정을 별도로 표시했다.
그때 준호가 다가왔다.
“선배님, 일정표 수정하시는 겁니까?”
“응. 외부 검토가 늦어졌을 때 뒤쪽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살펴보고 있어.”
준호는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면 제가 담당하는 자료 취합 일정도 바뀌겠네요.”
“그럴 수 있지. 다만 아직 확정한 건 아니야. 실제로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지 네 의견도 들어야 해.”
민호는 수정한 일정을 보여 주었다.
준호는 한동안 화면을 살피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렇게 하면 검토가 늦어졌을 때는 대응할 수 있겠지만, 검토가 예정대로 끝나면 중간 확인 일정이 하나 더 생기는 셈 아닙니까? 자료 취합을 시작하기 전에 확인할 내용이 많아지면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민호는 곧바로 반박하려다가 멈췄다.
자신은 일정이 지연되는 경우를 중심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준호는 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때 추가 절차가 만드는 부담을 지적하고 있었다.
“그럴 수도 있겠네. 네가 생각하는 방법은 어떤 거야?”
준호는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
“검토가 예정대로 끝나는 경우에는 기존 일정대로 진행하되, 검토 결과가 특정 날짜까지 나오지 않으면 그때 대체 일정을 적용하는 건 어떨까요? 중간 확인은 따로 회의를 잡기보다 진행 상황을 문서로 확인하고요.”
민호는 그 말을 듣고 다시 일정표를 살펴보았다.
가능한 방법이었다. 자신이 제안한 방식보다 절차가 간단했고, 지연이 발생했을 때 필요한 대응도 유지할 수 있었다.
“좋아. 그 방법으로 한번 정리해 보자. 다만 특정 날짜가 지나면 누구에게 알리고, 누가 대체 일정을 결정할지는 분명히 해 두는 게 좋겠어.”
준호는 바로 메모했다.
“담당자가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지연이 예상되면 저와 선배님이 먼저 공유한 다음 팀장님께 보고하는 방식으로 정리하겠습니다.”
“그래. 보고만 하고 끝내지 말고, 어떤 대안이 가능한지도 같이 정리해 줘.”
준호가 자리로 돌아간 뒤 민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예전 같았으면 자신이 발견한 문제를 자신이 가장 잘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이 제안한 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설명하고, 결국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정리했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민호가 먼저 문제를 발견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자신이 떠올린 해결책이 반드시 최선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준호의 의견을 들으니 자신이 놓친 부분이 보였다.
경험이 많다는 것은 모든 답을 알고 있다는 뜻이 아니었다. 오히려 경험이 많을수록 자신이 익숙한 방법에만 기대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야 할지도 몰랐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졌을 때 준호가 수정한 일정표를 가져왔다.
민호는 내용을 검토하고 두 군데를 고쳤다. 그런 다음 준호에게 문서를 돌려주었다.
“이 정도면 괜찮겠어. 팀장님께 공유하기 전에 담당 부서에도 실제로 가능한 일정인지 확인해 보자.”
준호가 웃었다.
“네. 이번에는 제가 먼저 확인해 보겠습니다.”
민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변화였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일을 맡긴다는 것은 단순히 일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판단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일이기도 했다.
물론 결과가 좋지 않으면 다시 점검해야 했다. 그렇다고 모든 판단을 대신해 줄 수는 없었다.
민호는 자신이 만든 점검표에 한 줄을 더 추가했다.
담당자가 문제를 발견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한다.
문장을 적고 나니, 자신이 앞으로 맡아야 할 역할이 조금씩 구체적으로 보이는 듯했다.
***
그날 저녁, 민호는 태성당구장에 들렀다.
정호가 먼저 와서 연습하고 있었다. 큐를 잡은 자세는 지난번보다 조금 안정되었지만, 공을 맞히는 순간 팔에 힘이 들어가 수구가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이곤 했다.
민호가 들어서자 정호가 반갑게 인사했다.
“민호 선배님, 오셨습니까? 저 오늘은 옆돌리기를 연습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지난번보다 자세가 좋아졌네요.”
정호는 웃으며 공의 배치를 가리켰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연습할 때는 되는 것 같은데, 막상 공을 놓고 보면 어디로 보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민호는 당구대 앞으로 다가갔다.
수구와 제1적구, 제2적구의 위치를 살펴보았다. 정호가 시도하려던 옆돌리기는 이론상 가능한 경로였지만, 현재 배치에서는 두께와 속도를 모두 세밀하게 조절해야 했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정호에게는 쉬운 공이 아니었다.
“이 공은 조금 까다롭네요. 처음부터 성공시키려고 하기보다, 수구가 어느 방향으로 나오는지부터 확인해 보면 좋겠습니다.”
정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실패해도 괜찮다는 말씀이시죠?”
민호는 잠시 생각했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말은 맞지만, 아무렇게나 쳐도 된다는 뜻은 아니죠. 어디로 보내려는지 정하고, 실제로 어디로 갔는지 확인해야 다음에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말을 마친 민호는 순간 자신이 회사에서 준호에게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정호는 큐를 들고 공 앞에 섰다. 한참을 살펴본 뒤 스트로크했다. 수구는 제1적구를 맞혔지만, 예상한 경로보다 짧게 움직였다. 득점에는 실패했다.
정호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곧 당구대 옆으로 이동해 공의 위치를 살폈다.
“제가 생각한 것보다 수구가 덜 돌아왔네요. 두께가 두꺼웠던 걸까요?”
민호는 공을 바라보았다.
“두께도 영향을 줬겠지만, 속도도 한번 생각해 봐야겠어요. 지금 공이 움직인 걸 보면 쿠션을 맞고 나온 뒤에 힘이 많이 줄었습니다. 처음부터 조금 더 부드럽게 쳤다면 오히려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겠네요.”
정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연습 노트에 적었다.
민호는 그 모습을 보며 흐뭇해졌다. 자신도 아직 배울 것이 많았지만, 누군가에게 설명하면서 오히려 자신이 배운 내용을 다시 정리할 수 있었다.
그때 재식이 당구장으로 들어왔다.
“두 분이 열심히 연구하고 계시네요.”
정호가 웃으며 대답했다.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재식 씨는 이런 공이면 어떻게 치시겠습니까?”
재식은 공의 위치를 살폈다.
“저라면 지금은 다른 길을 찾겠습니다. 물론 이 공도 시도할 수는 있지만, 성공시키기 위해 조절해야 할 부분이 많아 보입니다.”
민호가 물었다.
“그러면 어려운 공은 아예 시도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까?”
“그건 아니죠. 연습할 때는 어려운 공도 쳐 봐야 합니다. 다만 연습하는 상황인지, 승부에서 점수를 내야 하는 상황인지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재식은 수구의 위치를 가리켰다.
“지금은 정호 씨가 경로를 익히는 중이니까 한번 시도해 보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점수가 걸린 경기라면 성공 가능성이 높은 다른 길을 먼저 살펴보겠죠. 어려운 공을 칠 줄 아는 것과 매번 어려운 공을 선택하는 것은 다른 문제니까요.”
민호는 그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에서도 비슷했다.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과 모든 문제를 자신이 직접 해결하려는 태도는 달랐다. 당구에서도 어려운 공을 시도할 수 있는 능력과 그 공을 선택하는 판단은 별개였다.
정호가 재식에게 물었다.
“그런데 재식 씨는 공을 보면 성공할 수 있을지 어떻게 판단하십니까?”
재식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경험이 도움이 되기는 합니다. 비슷한 배치를 많이 봤으니까요. 하지만 경험만 믿고 치면 실수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공의 위치와 쿠션의 각도, 내가 줄 수 있는 힘을 다시 확인합니다. 잘 아는 공이라고 해서 매번 똑같이 움직이는 건 아니니까요.”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덧붙였다.
“그리고 판단이 틀렸다면 그걸 인정해야죠. 공이 예상과 다르게 움직였는데도 처음 판단이 맞았다고 우기면, 다음에도 같은 실수를 하게 됩니다.”
민호는 그 말을 마음에 새겼다.
재식이 항상 정답을 아는 사람처럼 보일 때가 있었다. 하지만 재식은 자신이 경험으로 아는 부분과 지금 눈앞에서 확인해야 하는 부분을 구분하고 있었다.
그 차이가 실력의 일부일지도 몰랐다.
***
잠시 뒤 정호가 민호에게 연습 경기를 제안했다.
“선배님, 오늘은 저와 한 게임 해 주십시오. 제가 얼마나 나아졌는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민호는 흔쾌히 응했다.
두 사람은 가볍게 인사하고 뱅킹을 했다. 민호가 먼저 초구를 치게 되었다.
첫 공은 무난하게 성공했다. 다음 배치도 나쁘지 않았다. 민호는 무리하지 않고 득점할 수 있는 경로를 선택했다. 두 번째 공까지 성공하자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그런데 세 번째 공에서 문제가 생겼다.
수구가 쿠션을 돌아 제2적구에 접근하는 각도가 애매했다. 민호는 처음에는 옆돌리기를 생각했지만, 조금 더 살펴보자 다른 경로도 가능해 보였다.
그는 두 가지 선택을 번갈아 생각했다.
옆돌리기는 성공하면 다음 공의 배치가 좋을 수 있었지만, 두께 조절이 까다로웠다. 다른 경로는 득점 가능성이 조금 더 안정적이지만, 성공해도 다음 공을 연결하기가 쉽지 않을 듯했다.
민호는 재식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어려운 공을 칠 줄 아는 것과 매번 어려운 공을 선택하는 것은 다르다.
그는 안정적인 경로를 선택했다.
그러나 막상 큐를 잡자 마음이 흔들렸다. 조금 전까지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던 공이 갑자기 밋밋해 보였다. 만약 더 과감한 선택을 했다면 득점은 물론 다음 공까지 이어 갈 수 있지 않았을까.
민호는 큐 끝을 수구 가까이에 가져갔다가 다시 물렸다.
정호는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민호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 이번에는 선택을 바꾸지 않기로 했다. 공을 보내려는 방향과 속도를 확인하고 부드럽게 스트로크했다.
수구가 제1적구를 맞힌 뒤 쿠션으로 향했다. 하지만 마지막 각도가 충분하지 않았다. 공은 제2적구에 닿지 못했다.
민호는 잠시 말없이 공을 바라보았다.
실패했다.
그 사실은 분명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잘못된 선택이었는지, 선택한 경로에서 두께를 잘못 조절한 것인지는 따로 살펴봐야 했다.
민호는 공의 위치를 확인한 뒤 정호에게 말했다.
“이 경로를 선택한 건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예상한 것보다 수구가 조금 짧게 나왔네요. 다음에 비슷한 공이 오면 두께를 조금 조절해 보겠습니다.”
정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선배님이 저보다 잘 치시니까 이런 공은 쉽게 성공하실 줄 알았습니다.”
민호는 웃었다.
“그렇게 보일 수 있죠. 그런데 공을 보는 것과 실제로 맞히는 것은 다르더라고요. 머릿속에서는 길이 보이는데, 막상 치면 생각한 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럼 재식 씨도 그런가요?”
“그렇겠죠. 아까 본인도 속도가 너무 빨랐다고 하셨잖아요.”
민호는 재식을 바라보았다. 재식은 다른 당구대에서 연습하면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었는지 가볍게 웃었다.
“당구대에서는 누구나 자기가 친 공의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니까요.”
그 말에 민호도 웃었다.
게임은 계속되었다. 정호는 몇 차례 좋은 득점을 올렸고, 민호도 실수와 성공을 반복했다. 마지막에는 민호가 이겼지만, 정호의 실력도 지난번보다 조금 나아져 있었다.
게임이 끝난 뒤 정호가 말했다.
“오늘은 점수보다 배운 게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민호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습니다. 다만 다음에는 배운 걸 실제로 써먹어야겠네요.”
정호는 웃으며 큐를 정리했다.
민호는 당구대를 바라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자신은 한동안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을 구분하고, 잘하는 사람은 실수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누구나 틀릴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실수를 감추거나 변명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살펴보고 다음 판단에 반영하는 일이었다.
그것은 당구뿐 아니라 자신이 맡게 될 업무에서도 필요한 태도였다.
***
집으로 돌아온 민호는 수첩을 펼쳤다.
오늘 회사에서 준호가 제안한 방법은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달랐다. 처음에는 자신의 계획이 더 낫다고 생각했지만, 준호의 설명을 듣고 나니 불필요한 절차를 줄이면서도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보였다.
당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안정적인 경로를 선택했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었다. 좋은 판단을 했더라도 실행이 정확하지 않으면 득점에 실패할 수 있었다.
민호는 천천히 문장을 적었다.
문제를 먼저 발견했다고 해서, 내가 생각한 해결책이 반드시 정답인 것은 아니다.
그 아래에 한 줄을 더 썼다.
판단의 근거를 확인하고, 결과가 다르면 이유를 찾아 다음 선택에 반영할 것.
수첩을 덮으려던 순간, 휴대전화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준호였다.
선배님, 외부 검토 담당자와 확인했습니다. 예정된 날짜에 결과를 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추가 자료를 요청받으면 하루 정도 늦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대체 일정도 함께 정리해서 내일 오전에 공유하겠습니다.
민호는 메시지를 읽고 답장을 보냈다.
확인해 줘서 고맙네. 대체 일정뿐 아니라 추가 자료 요청이 들어왔을 때 누가 대응할지도 같이 정리해 주게.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그는 잠시 화면을 바라보았다.
준호가 직접 확인하고, 가능한 위험을 찾아내고, 대안을 준비하고 있었다. 민호가 모든 일을 대신하지 않아도 업무가 진행될 수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경험하고 있었다.
물론 앞으로도 예상하지 못한 문제는 생길 것이다. 준호가 놓치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민호 자신이 잘못 판단하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일을 미리 완벽하게 통제할 수는 없었다.
민호는 이제 그 사실을 예전보다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당구대 위의 공은 한 번 치고 나면 처음과 다른 위치에 놓인다. 다음 샷은 이전 샷과 같은 조건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그러니 매번 공의 위치를 다시 살피고,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호는 수첩을 서랍에 넣었다.
아직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도달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는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자신을 탓하거나, 다른 사람을 탓하는 데서 멈추고 싶지 않았다.
무엇을 발견했는지, 어떤 판단을 했는지, 그 판단이 왜 맞거나 틀렸는지.
그것을 하나씩 확인하는 동안 자신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내일은 준호가 정리한 자료를 함께 검토해야 했다.
민호는 이번에는 처음부터 답을 정해 놓지 않고, 어떤 의견이 나올지 먼저 들어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