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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토크

von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2026-09-21

저는 이 라프라는 갓파에게도 바그 못지않게 신세를 졌어요. 하지만 그중에서도 잊을 수 없는 건, 토크라는 갓파를 소개받은 일이에요.

토크는 갓파들 사이의 시인이에요. 시인이 머리를 길게 기르는 건 우리 인간과 다르지 않아요.

저는 이따금 심심풀이 삼아 토크의 집에 놀러 갔어요. 토크는 언제나 좁은 방에 고산식물 화분을 늘어놓고, 시를 쓰거나 담배를 피우며 무척 마음 편하게 지내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 방 한구석에서는 암컷 갓파 한 마리가 뜨개질인가 뭔가를 하고 있었어요. (토크는 자유연애가라서 아내라는 걸 두지 않거든요.)

토크는 제 얼굴을 보면 늘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어요. (하기야 갓파가 미소 짓는 건 그리 보기 좋은 게 아니에요. 적어도 저는 처음에는 오히려 섬뜩하게 느꼈어요.)

토크: 야아, 잘 왔네. 자, 그 의자에 앉게.

토크는 곧잘 갓파의 생활이니 갓파의 예술이니 하는 이야기를 했어요.

토크가 믿는 바에 따르면, 평범한 갓파의 생활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어요. 부모 자식이며 부부며 형제라는 건 모두 서로를 괴롭히는 걸 유일한 낙으로 삼고 살아가는 거래요. 특히 가족 제도라는 건 어리석다는 말로도 모자랄 만큼 어리석다는 거예요.

토크는 언젠가 창밖을 가리키며 내뱉듯이 말했어요.

토크: 보게. 저 어리석은 꼴을!

창밖 길에는 아직 나이 어린 갓파 한 마리가, 부모로 보이는 갓파를 비롯해 일고여덟 마리나 되는 암수 갓파를 목에 주렁주렁 매단 채 숨이 끊어질 듯 걸어가고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어린 갓파의 희생정신에 감탄했기 때문에, 오히려 그 기특함을 추어올렸어요.

토크: 흥, 자네는 이 나라에서도 시민이 될 자격이 있군. ……그건 그렇고, 자네는 사회주의자인가?

저는 물론 qua 라고 대답했어요. (이건 갓파의 말로 '그렇다'라는 뜻이에요.)

토크: 그렇다면 백 명의 범인(凡人)을 위해 한 명의 천재를 기꺼이 희생시키는 것도 개의치 않겠군.

나: 그럼 자네는 무슨 주의자인가? 누군가 토크 군의 신조는 무정부주의라고 하던데……

토크: 나 말인가? 나는 초인이네.

(직역하면 '초갓파'예요.)

토크는 거만하게 잘라 말했어요.

이런 토크는 예술에 대해서도 독특한 생각을 갖고 있어요. 토크가 믿는 바에 따르면, 예술은 그 무엇의 지배도 받지 않는 예술을 위한 예술이고, 따라서 예술가란 무엇보다 먼저 선악을 초월한 초인이어야 한다는 거예요.

하기야 이건 꼭 토크 한 마리만의 의견은 아니에요. 토크의 동료 시인들은 대개 같은 의견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저는 토크와 함께 여러 번 초인 클럽에 놀러 갔어요. 초인 클럽에 모여드는 건 시인, 소설가, 극작가, 비평가, 화가, 음악가, 조각가, 예술 애호가 같은 이들이에요. 하지만 하나같이 초인이지요.

그들은 전등이 환한 살롱에서 언제나 쾌활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그뿐인가요. 때로는 의기양양하게 저마다 초인다운 면모를 서로 뽐내기도 했어요.

예를 들어 어느 조각가는 커다란 나무고사리 화분 사이에서 나이 어린 갓파를 붙잡고 연신 남색을 즐기고 있었어요. 또 어느 암컷 소설가는 탁자 위에 우뚝 선 채 압생트를 예순 병이나 마셔 보였어요. 하기야 이쪽은 예순 병째에 탁자 밑으로 굴러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대로 숨을 거두고 말았지만요.

어느 달 밝은 밤, 저는 시인 토크와 팔짱을 끼고 초인 클럽에서 돌아오고 있었어요. 토크는 여느 때와 달리 풀이 죽어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요.

그러는 사이 우리는 불빛이 새어 나오는 작은 창 앞을 지나게 되었어요. 그 창 너머에서는 부부인 듯한 암수 갓파 두 마리가, 새끼 갓파 세 마리와 함께 저녁 식탁에 둘러앉아 있었어요.

그러자 토크가 한숨을 쉬며 느닷없이 제게 말을 걸었어요.

토크: 나는 나 자신을 초인적 연애가라고 생각하네만, 저런 가정의 모습을 보면 역시 부러운 마음이 든다네.

나: 하지만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모순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하지만 토크는 달빛 아래 가만히 팔짱을 낀 채, 그 작은 창 너머를…… 평화로운 다섯 마리 갓파의 저녁 식탁을 지켜보고 있었어요.

그러고는 한참 뒤에 이렇게 대답했어요.

토크: 저기 있는 달걀부침은 뭐니 뭐니 해도 연애 따위보다는 위생적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