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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파의 나라

von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2026-09-21

그러다 마침내 정신이 들고 보니, 저는 반듯이 누운 채 수많은 갓파에게 둘러싸여 있었어요.

그뿐인가요. 굵은 부리 위에 코안경을 걸친 갓파 한 마리가 제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아 제 가슴에 청진기를 대고 있었어요. 그 갓파는 제가 눈을 뜬 걸 보더니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어요. 그러고는 뒤에 있는 누군가를 향해 소리쳤어요.

차크: Quax, quax!

그러자 어디선가 갓파 두 마리가 들것을 들고 걸어왔어요. 저는 그 들것에 실린 채, 떼 지어 모여든 갓파들 사이를 지나 조용히 몇 정쯤 나아갔어요.

제 양옆으로 늘어선 거리는 긴자 거리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어요.

역시 너도밤나무 가로수 그늘 아래 온갖 가게가 차양을 나란히 내걸고 있었고, 그 가로수 사이로 난 길에는 자동차가 몇 대나 달리고 있었지요.

이윽고 저를 실은 들것은 좁은 골목으로 꺾어 들더니 어느 집 안으로 들어갔어요.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곳은 그 코안경을 쓴 갓파의 집…… 차크라는 의사의 집이었어요.

차크는 저를 깔끔한 침대에 눕혔어요. 그리고 무슨 투명한 물약을 한 잔 마시게 했어요. 저는 침대에 누운 채 차크가 하는 대로 몸을 맡겼어요. 실제로 제 몸은 제대로 꼼짝도 할 수 없을 만큼 마디마디가 쑤셨으니까요.

차크는 하루에 두세 번은 꼭 저를 진찰하러 왔어요. 그리고 사흘에 한 번쯤은 제가 처음 보았던 갓파…… 바그라는 어부도 찾아왔어요.

갓파는 우리 인간이 갓파에 대해 아는 것보다 훨씬 더 인간에 대해 잘 알고 있어요. 그건 우리 인간이 갓파를 잡는 일보다 갓파가 인간을 잡는 일이 훨씬 많기 때문일 거예요.

잡는다는 말은 맞지 않는다 해도, 우리 인간은 저보다 먼저도 여러 번 갓파의 나라에 와 있었어요. 게다가 평생 갓파의 나라에서 산 사람도 많았고요.

왜냐고요? 생각해 보세요. 우리는 그저 갓파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특권 덕분에 일하지 않고도 먹고살 수 있었거든요.

실제로 바그의 이야기로는, 어느 젊은 도로 인부도 우연히 이 나라에 왔다가 암컷 갓파를 아내로 맞아 죽을 때까지 살았대요. 하기야 그 암컷 갓파는 이 나라 제일의 미인이었던 데다, 남편인 도로 인부를 속여 넘기는 솜씨도 기가 막혔다고 하더군요.

저는 일주일쯤 지난 뒤, 이 나라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특별보호주민'으로서 차크의 옆집에 살게 되었어요.

제 집은 작은 데 비해 무척 말쑥하게 지어져 있었어요. 물론 이 나라의 문명은 우리 인간 나라의 문명…… 적어도 일본의 문명 따위와 그리 큰 차이가 없어요.

길가로 난 응접실 구석에는 작은 피아노가 한 대 있었고, 벽에는 액자에 넣은 에칭 같은 것도 걸려 있었어요. 다만 정작 집을 비롯해 탁자며 의자의 치수까지 갓파의 키에 맞춰져 있어서, 어린아이 방에 갇힌 것처럼 그것만은 불편했어요.

저는 날이 저물 무렵이면 늘 이 방에 차크나 바그를 맞아들여 갓파의 말을 배웠어요.

아니, 그들뿐만이 아니었어요. 특별보호주민인 제게 다들 호기심을 갖고 있었으니까요. 매일 혈압을 재려고 일부러 차크를 불러들이는 게엘이라는 유리 회사 사장까지도 이 방에 얼굴을 내밀곤 했지요. 그래도 처음 보름 남짓 동안 저와 가장 친하게 지낸 건 역시 그 바그라는 어부였어요.

어느 후덥지근한 저녁이었어요. 저는 이 방의 탁자를 사이에 두고 어부 바그와 마주 앉아 있었어요.

그런데 바그가 무슨 생각인지 갑자기 입을 다물더니, 큰 눈을 더욱 크게 뜨고 저를 빤히 바라보는 거예요. 저는 물론 이상하다 싶어서 말을 걸었어요.

나: Quax, Bag, quo quel, quan?

이걸 우리말로 옮기면 "이봐, 바그, 왜 그래?"라는 뜻이에요.

하지만 바그는 대답하지 않았어요. 그뿐인가요. 느닷없이 벌떡 일어나더니 혀를 날름 내민 채, 꼭 개구리가 뛰어오르듯 덤벼들 기색까지 보이는 거예요.

저는 점점 더 섬뜩해져서 살그머니 의자에서 일어나, 단숨에 문간으로 뛰쳐나가려 했어요. 마침 그때 다행히도 얼굴을 내민 건 의사 차크였어요.

차크: 이놈, 바그, 뭐 하는 짓이냐?

차크는 코안경을 쓴 채 그런 바그를 노려보았어요. 그러자 바그는 황송했는지 연신 머리에 손을 얹으며 차크에게 이렇게 사과하는 거예요.

바그: 정말이지 죄송합니다. 실은 이 나리가 섬뜩해하는 게 재미있어서 그만 신이 나서 장난을 쳤습니다. 부디 나리께서도 용서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