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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itel 5. Toban

von 외인 · 2026-08-21

소리를 먼저 들었다.

사람 소리였다.

기훈은 그 자리에 멈춰서 한참 들었다. 짐승이 사람 소리를 내는 경우가 있는지 아론의 기억을 뒤졌다. 없었다.

소리가 다시 났다.

토반: ......어이.

기훈은 그쪽으로 갔다.

바위 아래에 사람이 하나 있었다.

마흔쯤 되어 보였다. 수염이 덥수룩했고 가죽옷을 입고 있었다. 옆에 활이 하나 떨어져 있었는데 시위가 끊어져 있었다.

그가 기훈을 봤다.

토반: 어.

그리고 웃었다.

토반: 사람이네.

아론: ......네.

토반: 진짜 사람이지?

아론: 네.

토반: 손 좀 흔들어봐요.

기훈이 손을 흔들었다.

토반: 오.

그가 뒤로 머리를 젖혔다.

토반: 진짜 사람이네.

그의 오른쪽 다리가 이상한 각도로 꺾여 있었다.

토반: 이틀 됐소.

그가 말했다.

토반: 저 위에서 굴렀지. 발을 헛디뎠는데 하필 바위가 있었어.

아론: 움직이셨어요?

토반: 기어서 여기까지 왔소. 저 위에는 물이 없거든.

기훈은 위를 봤다. 이십 미터쯤 되는 비탈이었다.

아론: 이틀 동안요?

토반: 하루 반.

그가 손가락을 들어 정정했다.

토반: 반나절은 기절해 있었으니까.

기훈은 그의 다리를 봤다.

부러진 자리가 종아리 중간이었다. 살이 뚫리지는 않았다. 그건 다행이었다.

아론: 고쳐야 하는데요.

토반: 고칠 줄 아시오?

아론: 해본 적은 있어요.

토반: 오.

토반이 반가워했다.

토반: 의원이오?

아론: 아니요.

기훈은 습관대로 아론의 기억을 뒤졌다.

아무것도 안 나왔다.

'.......'

처음이었다.

지금까지는 뭘 뒤져도 뭔가가 나왔다. 열매 이름이 나왔고 몬스터 이름이 나왔고 검술 형이 스물세 개나 나왔다. 그런데 부러진 다리에 대해서는 한 줄도 없었다.

'하긴.'

공작 아들이 남의 뼈를 맞출 일은 없었을 것이다.

기훈은 나뭇가지를 잘랐다.

이건 자기 것이었다.

공수특전단에서 배웠다. 실습만 백 번쯤 했다. 실제로도 두 번 해봤다. 한 번은 강하훈련에서 발목이 나간 후임이었고, 한 번은 체육관에서 정강이가 부러진 관원이었다.

'뼈는 네가 맞추는 게 아니야.'

오 중사가 그렇게 말했었다.

'자리만 잡아주고 고정만 해. 나머지는 몸이 한다.'

손이 먼저 움직였다.

토반: 으아악!

아론: 참으세요.

토반: 참는다고! 아악!

아론: 거의 됐어요.

토반: 이 자식이 사람을! 으윽!

기훈이 부목을 묶었다.

남자가 숨을 몰아쉬었다.

한참 뒤에 그가 말했다.

토반: ......고맙소.

아론: 네.

토반: 토반이오.

아론: 아론입니다.

토반이 그를 봤다.

토반: 아론?

아론: 네.

토반: 그거 귀족 이름 아니오?

아론: ......흔한 이름 아니에요?

토반: 안 흔하오.

토반이 말했다.

토반: 그런데 뭐, 이름이야 부모가 지어주는 거니까.

그리고 기훈을 위아래로 한 번 훑었다.

토반: 게다가 귀족이 이런 데서 이런 꼴로 있을 리가 없지.

'.......'

기훈은 자기 옷을 내려다봤다.

50일 넘게 안 갈아입은 것이었다. 세 군데가 찢어져 있었고, 뭔지 모를 것들이 여러 겹으로 말라붙어 있었다. 머리는 어깨를 넘었고 얼굴은 탔다. 손톱 밑이 까맸다.

'.......그렇네.'

기훈은 납득했다.

기훈은 토반을 업었다.

토반: 어.

토반이 놀랐다.

토반: 아론, 나 무거운데.

아론: 괜찮아요.

기훈이 일어섰다.

한 손으로 토반의 다리를 받치고 다른 손으로 몽둥이를 잡았다.

토반: ......어?

토반이 다시 말했다.

토반: 몇 살이오?

아론: 열여섯이요.

토반: ......

아론: 왜요.

토반: 아니.

토반이 잠깐 조용했다.

토반: 열여섯이 맞나 해서.

첫날은 별로 말을 안 했다.

기훈이 걷고 토반이 업혀 있었다.

둘째 날부터 토반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토반: 아론은 어디 사람이오?

아론: 멀리서요.

토반: 멀리 어디.

아론: 그냥 멀리요.

토반: 아론.

토반이 등 뒤에서 말했다.

토반: 그렇게 대답하면 더 궁금해지는 거요.

아론: ......

토반: 뭐 됐소. 나도 안 물어보겠소.

그러고 나서 삼십 분 뒤에 또 물었다.

토반: 근데 진짜 어디 사람이오?

토반은 말이 많았다.

기훈은 그게 싫지 않았다.

50일 넘게 혼자였다. 혼자 있으면 처음에는 편하고 그다음에는 아무렇지도 않고 그다음에는 자기가 한 말이 자기한테 되돌아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기훈은 그 단계까지 가 있었다.

그래서 등 뒤에서 소리가 나는 게 좋았다.

인정하지는 않았다.

아론: 이 산에는 왜 들어오셨어요?

토반: 약초.

아론: 약초요?

토반: 흰뿌리라고 있소. 이 산 안쪽에만 나는데, 하나에 은화 세 닢을 받소.

아론: ......

토반: 목숨 걸고 올 만하지.

아론: 그거 캐면 얼마나 버세요?

토반: 운 좋으면 한 철에 열 뿌리.

토반이 계산했다.

토반: 은화 서른 닢.

아론: 그게 얼마나 되는 거예요?

토반: ......아론.

토반이 등 뒤에서 물었다.

토반: 돈 안 써봤소?

기훈은 그날 몇 가지를 배웠다.

은화 서른 닢이면 네 식구가 겨울을 난다.

곡식은 가을에 사야 싸다. 봄에 사면 두 배가 된다.

세금은 수확의 삼 할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사 할쯤 나간다. 나머지 한 할은 걷으러 오는 사람들 몫이다.

영주는 쎄톤에 있다. 나이가 많고 나쁜 사람은 아니다. 다만 늙어서 아무것도 안 한다.

아론: 영주가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나쁜 거 아니에요?

기훈이 물었다.

토반: 안 나쁘오.

아론: 왜요?

토반: 뭘 하는 영주가 더 무섭소.

토반이 말했다.

토반: 뭘 하려면 돈이 들지 않소. 그 돈이 어디서 나오겠소?

'.......'

기훈은 그 말을 잠깐 곱씹었다.

아론의 기억이 반박하려고 했다. 영주는 영지를 다스리는 자이고 다스리려면 재정이 필요하고 재정은 세금에서 나오며 그것이 정당한 이유는.

기훈이 그 기억을 접었다.

'그래, 너는 그렇게 배웠겠지.'

셋째 날에 딸 이야기가 나왔다.

토반: 미나요.

아론: 딸이에요?

토반: 열둘.

토반이 말했다.

토반: 열둘인데 나보다 셈을 잘하오.

아론: 오.

토반: 내가 은화 세 닢에 팔았다고 하면 그게 얼마 남는 건지를 바로 말하오. 나는 손가락을 세는데 걔는 그냥 말하오.

아론: 똑똑하네요.

토반: 똑똑하지.

토반이 잠깐 조용했다.

토반: 그런데 학교를 못 보내오.

아론: ......

토반: 평민은 못 가오. 돈이 있어도 못 가오.

기훈은 걸었다.

아론: 어머니가 가르치나요.

기훈이 물었다.

토반이 잠깐 말이 없었다.

토반: 없소.

아론: ......

토반: 미나 여섯 살 때.

기훈은 그다음을 안 물었다.

토반: 그래서 셈을 혼자 익혔소.

토반이 말했다.

토반: 내가 시장에 데리고 다녔더니 어느 날 자기가 하겠다고 하더군.

아론: ......

토반: 그날부터 내가 계산을 안 하오.

토반이 웃었다.

토반: 열둘짜리한테 살림을 뺏겼소.

기훈은 그 말에 웃었다.

웃으면서 뭔가가 목에 걸렸다.

'.......'

정아 누나가 그랬다.

기훈이 열둘일 때 누나는 열여섯이었고, 사라루시아 수녀가 앓아누운 겨울에 원생 열넷의 밥을 누나가 지었다.

기훈이 언젠가 왜 그러냐고 물었다.

누나가 그랬다.

'그럼 누가 해.'

기훈은 그 기억을 밀어냈다.

밀어냈는데 잘 안 밀렸다.

토반: 아론.

아론: 네.

토반: 글 읽소?

아론: ......읽어요.

토반: 오.

토반이 감탄했다.

토반: 그럼 아론도 귀족 아니오?

아론: 아니에요.

토반: 그럼 뭐요?

아론: ......

토반: 뭐 됐소.

토반이 웃었다.

토반: 안 물어보겠소.

그러고 나서 삼십 분 뒤에 또 물었다.

넷째 날 오후에 토반이 마을 이야기를 했다.

토반: 우리 마을이 조그맣소.

아론: 얼마나요?

토반: 집이 열두 채.

기훈의 걸음이 아주 조금 느려졌다.

토반: 가운데 우물이 하나 있고, 그 옆에 큰 나무가 하나 있소. 여름이면 다들 거기 앉아 있지.

아론: ......

토반: 미나가 그 나무를 잘 타오. 나보다 잘 타오.

아론: ......

토반: 아론?

아론: 네.

토반: 왜 안 걸으시오.

기훈이 다시 걸었다.

아론: 아니에요.

그날 밤 기훈은 잠을 안 잤다.

불 앞에 앉아서 토반을 봤다.

토반은 자고 있었다. 코를 골았다.

'.......'

집이 열두 채.

가운데 우물.

그 옆에 큰 나무.

기훈은 그 나무를 기억했다. 그 나무 아래에 시신을 쌓았다. 나무가 커서 그늘이 넓었고 그래서 거기가 제일 자리가 넓었다.

'.......'

기훈은 자기 자루를 봤다.

'.......'

기훈은 3일을 고민했다.

말해야 하나.

말하면 어떻게 되나.

말 안 하면 어떻게 되나.

기훈은 계산을 했다. 아론의 머리가 계산을 잘했다.

말하지 않으면 토반은 마을까지 간다. 가서 본다. 그러면 어차피 안다.

말하면 지금 안다.

결과는 같다. 시점만 다르다.

'.......'

그런데 계산이 자꾸 다시 돌아갔다.

기훈은 자기가 왜 계산을 반복하는지 알았다.

답이 마음에 안 들어서였다.

7일째 아침에 기훈은 말하기로 했다.

토반을 업고 반나절을 걸었다.

점심때 내려놓고 물을 떠주고 나서 기훈이 앉았다.

아론: 저기요.

토반: 응.

아론: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토반: 응.

아론: ......

기훈은 입을 열었다가 다물었다.

한 번 더 열었다가 다물었다.

토반이 그를 봤다.

그리고 말했다.

토반: 말 안 해도 되오.

아론: ......네?

토반: 안 해도 되오.

토반이 기훈의 자루를 가리켰다.

토반: 그 자루 말이오.

아론: ......

토반: 내가 만든 거요.

기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토반: 가죽 대는 방식이 우리 마을 방식이오.

토반이 말했다.

목소리가 아주 평범했다.

토반: 어깨끈에 매듭을 두 번 넣는 건 나밖에 안 하오. 아버지한테 배운 거요.

아론: ......

토반: 그거 게른네 자루요.

아론: ......게른.

토반: 우리 마을 이름이오.

토반이 물을 마셨다.

손이 떨려서 반쯤 흘렸다.

토반: 언제요.

아론: ......

토반: 언제였소.

아론: ......한 달쯤 전에요.

토반: ......

아론: 제가 지나갔을 때는 이미.

기훈은 거기서 멈췄다.

토반이 고개를 끄덕였다.

토반: 몇이나.

아론: ......

토반: 몇이나 있었소.

아론: ......서른일곱이요.

토반이 물통을 내려놨다.

내려놓다가 손에서 놓쳤다. 물이 쏟아졌다.

토반은 그것을 줍지 않았다.

토반: 태웠소?

한참 뒤에 토반이 물었다.

아론: 네.

토반: ......잘했소.

아론: ......

토반: 묻으면 또 파는 것들이 있소.

토반이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아무 말도 안 했다.

기훈도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날 오후에 기훈은 토반을 업고 걸었다.

토반은 말을 안 했다.

기훈도 안 했다.

저녁에 자리를 잡고 불을 피웠을 때 토반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토반: 아론.

아론: 네.

토반: 거기 나무 밑에 있었소?

아론: ......네.

토반: 그늘이 넓지.

아론: 넓었어요.

토반: 그래서 여름에 다들 거기 앉아 있었소.

토반이 그렇게 말하고 조용해졌다.

기훈은 불을 봤다.

한참 뒤에 등 뒤에서 소리가 났다.

기훈은 돌아보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에 토반이 말했다.

토반: 업어주시오.

아론: ......

토반: 가야지.

아론: 어디로요.

토반: 가서 봐야지.

토반이 부목 댄 다리를 내려다봤다.

토반: 내 눈으로 봐야 하오.

기훈은 그를 업었다.

그다음 이틀은 처음 이틀과 같았다.

토반이 말을 안 했다.

그러다 셋째 날부터 다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미나 이야기를 했다.

세 살 때 우물에 빠질 뻔한 이야기를 했다. 여덟 살 때 처음 활을 당겨본 이야기를 했다. 작년 겨울에 신발이 작아져서 새로 사줬는데 그게 아까워서 눈길에 안 신고 다니더라는 이야기를 했다.

토반: 발등에 수를 놨소.

토반이 말했다.

토반: 제 엄마가 놔줬지. 꽃인데 뭔 꽃인지는 나도 모르오.

기훈의 걸음이 멈췄다.

토반: 아론?

아론: ......

토반: 왜 그러시오.

아론: 아니에요.

기훈이 다시 걸었다.

그날 밤 기훈은 자루를 열지 않았다.

열어볼까 하다가 그만뒀다.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오크를 만난 것은 12일째였다.

산 외곽이었다. 나무가 성겨지고 빛이 들어오기 시작한 곳이었다. 하루만 더 가면 산을 벗어나는 지점이었다.

토반: ......아론.

토반이 등 뒤에서 말했다.

아론: 왜요.

토반: 저기.

기훈이 봤다.

열두 마리였다.

앞의 넷은 이미 뛰고 있었다.

기훈은 토반을 내려놓았다.

빨리 내려놓느라 좀 거칠게 내려놓았다.

아론: 미안해요.

토반: 됐소.

아론: 바위 뒤에 계세요.

토반: 아론.

아론: 금방 끝나요.

기훈이 몽둥이를 잡았다.

기훈은 그날 열두 마리를 죽였다.

정확히는 열한 마리를 죽이고 한 마리를 놓쳤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여섯 마리를 상대한 게 며칠 전이었다. 그때 갈비뼈가 나갔고 아직 안 붙었다. 숨이 짧았다.

세 번째쯤부터 몽둥이가 무거워졌다.

여섯 번째에 몽둥이가 부러졌다.

나머지는 손으로 했다.

끝났을 때 기훈은 무릎을 짚고 서 있었다.

숨이 안 쉬어졌다.

'.......'

기훈은 그 자리에서 숨을 몰아쉬었다.

한참을 그러고 나서 몸을 폈다.

아론: ......아저씨.

돌아봤다.

바위 뒤를 봤다.

없었다.

기훈은 뛰었다.

아론: 아저씨!

바위를 돌았다.

없었다.

아론: 아저씨!

땅을 봤다. 끌린 자국이 있었다. 부목 댄 다리가 끌린 자국이었다. 나무 사이로 이어져 있었다.

기훈이 그것을 따라갔다.

이백 미터쯤 갔다.

찾았다.

기훈은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아론: 아저씨.

토반이 눈을 뜨고 있었다.

기훈이 손을 뻗다가 멈췄다.

어디를 잡아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토반: ......아론.

토반이 말했다.

목소리가 아주 작았다.

아론: 네.

토반: 미안하오.

아론: ......뭐가요.

토반: 내가 무거워서.

아론: 안 무거웠어요.

토반: 거짓말.

토반이 아주 조금 웃었다.

아론: 아저씨.

토반: ......

아론: 조금만 계세요. 제가.

토반: 아론.

아론: 제가 뭐라도.

토반: 아론.

기훈이 입을 다물었다.

토반: 미나 좀.

토반이 말했다.

토반: 우리 미나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