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pitel 2. Der Stock
von 외인 · 2026-08-21
경계가 있었다.
누가 그어놓은 것도 아닌데 분명했다.
나무가 달라졌다. 지금까지는 사람 키의 두세 배쯤 되는 것들이 적당히 서 있었다. 그런데 어느 지점부터 나무들이 커졌다. 굵어지고 높아지고 서로 얽혔다.
빛이 줄었다.
새소리도 줄었다.
기훈은 그 경계 앞에 서서 잠깐 생각했다.
'.......돌아갈까.'
돌아가면 어디로 가는지가 문제였다. 상류는 절벽이고 절벽은 못 올라간다. 옆으로 가면 강을 건너야 하는데 강이 넓었다.
'.......'
기훈은 한 발 내디뎠다.
데던산이었다.
첫 3일은 배고픔이었다.
기훈은 4일째에 자기가 뭔가 잘못 알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산에 가면 먹을 게 있다.
그건 사실이었다. 문제는 그중에 먹어도 되는 게 얼마 없다는 것이었다.
기훈은 열매를 하나 땄다. 빨갛고 통통했다.
입에 넣으려는 순간 아론의 기억이 튀어나왔다.
'로에스베리. 세 알이면 성인 하나가 죽음.'
기훈은 열매를 던졌다.
'.......'
그다음 것도 던졌다.
그다음 것도.
'뭐야, 여기 먹을 게 없잖아.'
버섯을 봤다.
'포이만버섯. 먹으면 3일간 헛것이 보임.'
'.......'
그건 좀 궁금했다. 그래도 던졌다.
결국 5일째에 먹은 것은 뿌리였다.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아론의 기억에 이런 게 있었다.
'전시에 병사들이 씹는 것. 맛은 없으나 죽지는 않음.'
맛은 없었다.
정말 없었다.
기훈은 그것을 씹으면서 아론에게 몇 마디 했다.
아론: 야.
당연히 대답은 없었다.
아론: 이런 걸 왜 알고 있냐.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아론: 아니 근데 진짜 왜 알고 있어?
기훈은 그 질문의 답을 나중에 알게 된다.
배운 게 아니었다.
읽은 것이었다.
아론은 책을 좋아했다. 몸으로 하는 것은 전부 최하위였고, 그래서 도서관에 있었다.
대륙 식물지 상하권. 열두 살 때 읽었다.
실물은 하나도 본 적이 없었다.
밤마다 기훈은 스트레칭을 했다.
첫날은 십 분 만에 그만뒀다.
아론: 악.
둘째 날은 십오 분이었다.
아론: 으악.
셋째 날은 이십 분.
아론: 아아악.
넷째 날 밤, 기훈은 숲 한복판에서 다리를 벌린 채로 하늘을 보며 생각했다.
'이러다 몬스터가 소리 듣고 오겠는데.'
실제로 왔다.
무언가가 나무 사이로 걸어 나왔다.
기훈은 다리를 벌린 자세 그대로 굳었다.
키가 3미터쯤 됐다.
팔이 무릎까지 내려왔고 손이 사사람 머리 두 개만 했다. 피부가 초록색이었고 축축해 보였다. 얼굴 한가운데가 이상하게 뭉개져 있었는데 그게 원래 생김새인지 다친 건지 알 수 없었다.
아론의 기억이 이름을 내놨다.
트롤.
그리고 그 옆에 한 줄이 더 붙어 있었다.
'단독 조우 시 즉시 도주.'
'.......'
기훈은 그 문장을 마음에 들어 했다.
아주 마음에 들었다.
기훈이 일어섰다.
정확히는 일어서려고 했다.
가랑이가 안 펴졌다.
아론: 윽.
트롤이 그를 봤다.
기훈이 옆으로 굴렀다.
방금까지 그가 앉아 있던 자리에 주먹이 박혔다. 흙이 사람 키만큼 튀었다.
기훈은 네 발로 기어서 도망쳤다.
아론: 아, 잠깐만, 잠깐만.
트롤은 잠깐 기다려주지 않았다.
기훈은 그날 밤 삼십 분을 달렸다.
정확히는 이십 분쯤 달리고 십 분쯤 나무 위에 매달려 있었다.
트롤은 나무를 못 탔다.
대신 나무를 흔들었다.
기훈은 흔들리는 나무 꼭대기에 매달려서 이를 악물고 생각했다.
'저게 왜 저기 있어야 하는데.'
한참 뒤에 트롤이 흥미를 잃고 갔다.
기훈은 그러고도 한 시간을 더 매달려 있었다.
내려온 뒤에 기훈은 정리를 했다.
하나, 이 산에는 저런 게 산다.
둘, 도망치면 도망쳐진다. 다행이다.
셋, 그런데 매번 도망칠 수는 없다.
넷, 도망치려면 다리가 펴져야 한다.
기훈은 그날부터 스트레칭 시간을 두 배로 늘렸다.
비명도 두 배가 됐다.
5일 뒤에 기훈은 몽둥이를 만들기로 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주먹은 거리가 안 맞고, 발은 통하는데 자세가 크게 잡히면 위험하고, 돌은 한 번 던지면 끝이었다.
뭔가 손에 들 게 필요했다.
기훈은 적당한 나무를 골랐다.
팔뚝만 한 굵기에 사람 키 정도.
두 손으로 잡고 당겼다.
우지끈.
뽑혔다.
기훈은 뽑힌 나무를 든 채로 잠깐 서 있었다.
'.......'
뿌리째 뽑혔다.
기훈은 그것을 내려놓고 손을 봤다. 아무렇지도 않았다.
'.......'
바위를 들었을 때는 그러려니 했다. 바위는 밀면 밀리는 거니까.
그런데 나무는 좀 다른 문제였다.
기훈은 나무를 다시 들었다. 그리고 흙을 털었다.
가지를 쳐냈다. 손으로 부러뜨렸다. 잘 부러졌다.
그러고 나니 그럴듯한 몽둥이가 하나 생겼다.
기훈은 그것을 휘둘러 봤다.
'오.'
무게가 좋았다.
몽둥이를 들고 나서 기훈은 아론의 기억을 뒤졌다.
검술 기본형 스물세 가지가 또 나왔다.
기훈은 그중 몇 개를 해봤다.
제3형. 상대가 위에서 내려올 때 흘려서 받는 자세.
'.......'
몽둥이로는 안 흘려졌다.
제7형. 옆에서 들어올 때 반보 물러서며 베는 자세.
'.......'
몽둥이는 안 베어진다.
제12형. 상대가 둘 이상일 때 원을 그리며 도는 자세.
이건 됐다. 도는 건 몽둥이로도 된다.
기훈은 스물세 가지 중에 쓸 만한 게 세 개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럴 만도 하네.'
검이 아니니까.
그래서 기훈은 다른 걸 했다.
기억에서 이론만 뽑았다.
검술은 결국 두 가지다. 거리와 각도. 그건 몽둥이도 같고 발차기도 같다. 도장에서 배운 것도 결국 그거였다.
기훈은 밤마다 몽둥이를 휘둘렀다.
내려치기 백 번. 옆으로 후리기 백 번. 찌르기 백 번.
찌르기는 몽둥이로 별로였지만 그래도 했다.
그리고 발차기 이백 번.
가랑이가 조금씩 펴지기 시작했다.
두 번째 트롤은 10일 뒤에 만났다.
이번에는 기훈이 먼저 봤다.
물가에서 뭔가를 먹고 있었다. 뭘 먹는지는 안 보는 게 나았다.
기훈은 나무 뒤에 몸을 붙이고 생각했다.
'돌아가자.'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날 기훈은 이틀을 굶은 상태였다.
그리고 트롤이 먹고 있는 것 옆에, 아직 안 먹은 것이 하나 더 있었다.
산돼지 같은 것이었다.
'.......'
기훈은 몽둥이를 고쳐 잡았다.
'한 대만 치고 튀자.'
계획은 그거였다.
계획은 대체로 그렇게 되지 않는다.
첫 타는 잘 들어갔다.
기훈은 나무 위에서 뛰어내리면서 몽둥이를 내려찍었다. 체중과 낙하와 이 몸의 힘이 전부 실렸다.
트롤의 어깨에 맞았다.
퍽 소리가 아니었다.
우직, 하는 소리가 났다.
트롤이 옆으로 쓰러졌다.
'.......오?'
기훈은 산돼지 쪽으로 손을 뻗었다.
트롤이 일어났다.
'.......어?'
어깨가 이상한 각도로 꺾여 있었는데 그게 눈앞에서 제자리로 돌아갔다. 뼈가 맞물리는 소리가 났다.
기훈은 그 광경을 아주 가까이서 봤다.
'.......'
그리고 아론의 기억이 뒤늦게 도착했다.
'트롤. 재생 능력 보유. 사지 절단으로는 사망하지 않음.'
아론: 야.
기훈이 말했다.
아론: 그걸 좀 미리 말해줘야지.
트롤이 팔을 휘둘렀다.
그날 기훈은 트롤을 스물세 번 때렸다.
세었기 때문에 안다.
세 번째쯤에 갈비뼈가 부러진 것 같았다. 열 번째쯤에 어디가 부러졌는지 알 수 없게 됐다. 열다섯 번째쯤에 몽둥이가 반으로 갈라졌다.
기훈은 그 반쪽으로 계속 쳤다.
트롤은 계속 일어섰다.
'.......'
기훈은 스물세 번째를 치고 나서 뒤로 물러섰다.
숨이 끝까지 차 있었다. 팔이 안 올라갔다. 왼쪽 눈이 안 보이는데 피가 흘러 들어간 건지 부어서인지 알 수 없었다.
트롤은 아직 서 있었다.
몸이 엉망이었다. 그런데 서 있었다.
'.......머리.'
기훈은 그렇게 생각했다.
몸이 붙는다면 머리는.
기훈은 남은 몽둥이 반쪽을 던졌다.
트롤이 그것을 팔로 막았다.
그 순간 기훈이 뛰었다.
발이 트롤의 무릎에 들어갔다.
무릎이 접혔다.
트롤이 주저앉았고 그 순간 트롤의 머리가 기훈의 눈높이에 왔다.
기훈은 옆에 있던 바위를 들었다.
사람 상체만 했다.
'.......'
들렸다.
내려찍었다.
기훈은 한참 뒤에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트롤은 안 움직였다.
기훈은 자기 두 손을 봤다. 떨리고 있었다. 손톱이 두 개 빠져 있었고 손가락 관절이 다 까져 있었다.
'.......'
기훈은 산돼지를 끌고 강가로 갔다.
불을 피웠다. 이번에는 삼십 분밖에 안 걸렸다.
고기를 구웠다.
맛있었다.
기훈은 그것을 먹으면서 세 가지를 정리했다.
하나, 몬스터는 머리를 뭉개면 죽는다. 적어도 트롤은 그렇다.
둘, 몽둥이는 한 번에 부러진다. 더 굵은 걸로 만들어야 한다.
셋, 바위가 제일 세다.
기훈은 세 번째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한 달이 갔다.
기훈은 이 산에서의 하루가 어떻게 굴러가는지를 알게 됐다.
아침에 일어나면 몸을 푼다. 이건 이제 한 시간이 걸린다. 아프지만 안 하면 죽는다.
물을 찾는다. 물 근처에는 짐승이 온다. 짐승이 오는 곳에는 몬스터도 온다. 그래서 물은 새벽에 뜬다.
먹을 것을 찾는다. 아론의 기억이 절반을 걸러낸다. 나머지 절반 중에 절반은 맛이 없다.
낮에는 걷는다. 하류 쪽으로 간다.
해가 기울면 잘 곳을 찾는다. 나무 위가 제일 안전하다.
그리고 밤에 훈련한다.
내려치기 백 번.
후리기 백 번.
발차기 이백 번.
기훈은 어느 날 밤 자기 팔을 봤다.
근육이 붙어 있었다.
'.......'
이상했다.
근육은 한 달만에 이렇게 붙지 않는다.
기훈은 그것을 한참 보다가 소매를 내렸다.
'좋은 거니까.'
헤지스파이더를 만난 것은 34일째였다.
사람만 했다.
다리가 여덟이고 그중 앞의 두 개가 긴데, 그걸로 나무 사이를 건너다녔다. 아론의 기억에 따르면 자이언트스파이더보다 작은 종류라고 했다.
'작은 게 이거면 큰 건 뭔데.'
거미가 입에서 뭔가를 뱉었다.
기훈은 옆으로 굴렀다.
거미줄이 나무에 붙었다. 나무껍질이 녹았다.
'.......'
기훈은 그 자리에서 잠깐 생각을 정리했다.
저건 맞으면 안 된다.
거미가 두 번째를 뱉었다.
이번에는 굴렀다가 그대로 일어났다. 발이 땅에 닿는 순간 방향을 바꿨다. 옆으로 세 걸음.
세 번째.
기훈은 뛰어올랐다.
거미줄이 발밑을 지나갔다.
공중에서 몸을 접었다.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착지하면서 다리 하나를 걷어찼다.
우직.
거미가 기우뚱했다.
기훈은 그 자리에서 다시 돌았다. 이번에는 몽둥이였다. 새로 만든 것이었고 처음 것보다 훨씬 굵었다.
머리에 맞았다.
거미가 뒤집혔다.
기훈은 몽둥이를 두 손으로 잡고 내려찍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째는 필요 없었다.
기훈은 그 자리에 서서 자기 몸을 확인했다.
멀쩡했다.
'.......'
멀쩡했다.
한 대도 안 맞았다.
기훈은 몽둥이를 어깨에 걸치고 잠깐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거미에서 흘러나온 것이 신발에 묻어 있었다. 냄새가 지독했다.
그런데도 기분이 좋았다.
'.......'
기훈은 그 기분을 잠깐 들여다보다가 조금 놀랐다.
자기가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가에서 씻었다.
거미에서 나온 것이 옷에 배어서 그냥은 못 입을 지경이었다.
기훈은 옷을 빨고 몸을 씻으면서 물에 비친 자기를 봤다.
한 달 전과 달랐다.
머리가 길었고 얼굴이 탔다. 광대뼈가 드러났고 눈이 좀 더 깊어졌다. 어깨에 선이 생겼다.
여전히 잘생겼다.
'.......'
기훈은 그게 좀 이상했다.
한 달을 굴렀는데도 얼굴이 안 상했다. 상처는 나는 족족 아물었다. 왼팔에 늑대가 낸 구멍도 자국만 희미하게 남았다.
기훈은 손바닥을 봤다.
굳은살이 잡히기 시작했다.
'.......'
그게 제일 마음에 들었다.
마을을 발견한 것은 41일째였다.
정확히는 마을이었던 것이다.
기훈은 숲을 빠져나오다가 그것을 봤다. 처음에는 그냥 빈터인 줄 알았다. 그런데 나무 사이로 지붕이 보였다.
집이 열두 채였다.
기훈은 그쪽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면서 걸음이 느려졌다.
냄새 때문이었다.
문이 부서져 있었다.
전부 안쪽으로 부서져 있었다. 밖에서 밀고 들어왔다는 뜻이다.
기훈은 첫 번째 집 앞에 서서 안을 봤다.
그리고 눈을 돌렸다.
두 번째 집도 봤다.
세 번째 집도 봤다.
네 번째부터는 안 봤다.
마을 한가운데에 우물이 있었다. 그 옆에 뭔가가 웅크리고 있었다.
기훈이 다가가자 그것이 고개를 들었다.
작았다. 개만 했다. 주둥이가 붉었다.
그것은 무언가를 먹고 있었다.
기훈은 그것을 봤다.
그리고 몽둥이를 들었다.
기훈은 그날 그 마을에 있던 것들을 전부 죽였다.
여섯 마리였다.
두 마리는 도망치려 했는데 못 갔다.
그리고 마을에 있던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전부는 모으지 못했다. 어떤 것은 사람 형태가 아니었다. 그런 것도 옮겼다. 옮기면서 손이 계속 떨렸는데 기훈은 그냥 계속 옮겼다.
하나는 못 옮겼다.
여자였다.
아이를 안고 있었는데 팔이 굳어 있었다.
기훈이 떼어내려고 했다.
두 번 해보고 그만뒀다.
기훈은 둘을 같이 들었다.
그게 제일 가벼웠다.
세어보니 서른일곱이었다.
아이가 아홉이었다.
기훈은 그것들을 마을 한가운데에 눕히고 그 위에 나무를 쌓았다.
나무를 하는 데 반나절이 걸렸다.
불을 붙이는 데는 십 분이 걸렸다.
불은 밤새 탔다.
기훈은 그 앞에 앉아 있었다.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
이상한 것은 슬프지 않다는 것이었다.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른다. 슬퍼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손이 계속 떨렸다.
기훈은 그 손을 무릎 사이에 끼웠다.
불이 탁, 하고 튀었다.
기훈은 오랫동안 아무 생각도 안 하려고 했다.
그런데 자꾸 생각이 났다.
이 사람들은 어제까지 살아 있었을 것이다. 밥을 먹고 물을 긷고 애들을 야단쳤을 것이다. 누구는 오늘 뭘 하려고 했을 것이고 누구는 내일 뭘 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게 다 끝났다.
기훈은 스물두 해를 살면서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아무한테도 기대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것도 잃지 않았다. 그게 편했다.
지금도 편해야 했다.
모르는 사람들이니까.
아론: ......하.
기훈은 하늘을 봤다.
달이 두 개 떠 있었다.
아론: ......왜 저를 살리셨어요.
목소리가 나왔다.
기훈은 그 말을 하고 나서 좀 놀랐다. 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답은 없었다.
당연했다.
물어본 상대가 없었으니까.
새벽에 기훈은 재를 흙으로 덮었다.
그리고 마을을 뒤졌다.
죄책감은 들지 않았다. 죽은 사람은 물건이 필요 없다.
부싯돌 하나. 마른 고기 조금. 낡은 가죽 자루. 소금이 조금 남은 항아리.
그리고 벽에 걸려 있던 종이 한 장.
지도였다.
손으로 그린 것이었고 반쯤 찢어져 있었다. 기훈은 그것을 펴서 아론의 기억과 맞춰봤다.
산 하나. 강 하나. 그리고 동쪽에 점 하나.
점 옆에 글씨가 있었다.
쎄톤.
기훈은 그것을 접어서 자루에 넣었다.
그리고 마을을 나섰다.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