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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 부인전

von 장지연 · 2026-03-20

오백여 년 전, 유럽의 한 작은 마을, 아리안 성 근처의 동이미라라는 곳이 있었다. 그곳은 외진 시골로, 사람의 발길이 드물고 농사짓는 집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중 한 농부가 있었는데, 그는 아내와 두 사람의 소박한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가난한 살림 속에서도 그들은 양을 기르며 생계를 꾸려갔고, 그러던 어느 날, 그들에게 한 딸이 태어났다. 그 아이는 단아한 외모와 뛰어난 지혜를 지니고 있었고, 부모는 그녀를 사랑스럽게 ‘약안’이라 불렀다.

약안은 자라면서 부모에게 효도하며, 한 번만 가르쳐도 모든 것을 잘 배웠다. 그녀는 또한 신을 믿고 성경을 읽으며 학문에 능통했다. 열세 살이 되었을 때, 부모의 양치는 일을 도와주었고, 부모는 그녀의 영리함에 크게 기뻐했다. 마을 사람들은 약안의 총명함을 칭찬하며 그녀를 ‘정덕’이라 부르며 말했다.

“아깝다. 정덕이 남자로 태어났다면 나라를 위해 큰 일을 이룰 수 있었을 텐데, 불행히도 여자로 태어났다.”

약안은 이런 칭찬을 듣고 마음속으로 불만을 품었다.

“어찌 남자만이 나라를 위해 일을 하고, 여자는 그럴 수 없단 말인가? 하늘이 남녀를 나누었으니, 외모와 몸은 모두 같으니 남녀가 평등해야 하지 않겠는가? 왜 여자는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며 약안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여장부가 되리라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어느 날, 무더운 날씨에 양을 먹이다가 더위를 피하기 위해 나무 그늘과 시냇물가를 거닐던 약안은, 갑자기 영국 군대가 마을을 침범해 불을 지르고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녀는 급히 수풀로 숨었고, 그곳에 있던 오래된 절에 숨어 기도를 올렸다.

“부디 신의 힘으로 나라의 재난을 구해주시고, 적국의 원수를 갚아주소서.”

그렇게 기도하던 중 영국 군대는 이미 떠났고, 마을은 다시 평온을 찾았다. 약안은 절에서 나와 길을 찾다가, 뒤편에 있는 화원에 들어갔다. 꽃들이 만개하고 꾀꼬리가 노래하는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약안은 잠시 마음을 놓았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약안아, 너무 흥청망청 놀지 마라.”

약안은 깜짝 놀라 주위를 살폈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의아해하며 고개를 들어보니, 하늘에 황금빛이 찬란하게 빛나고, 수많은 천신들이 구름 속에 둘러서 있었다. 그 중 세 명의 천신이 약안을 향해 엄숙하게 말했다.

“법국에 큰 재난이 닥칠 것이다. 너가 반드시 구원해야 한다.”

약안은 엎드려 대답했다.

“저는 촌의 여자일 뿐입니다. 어떻게 군사를 모아 전장에 나아갈 수 있겠습니까? 법국의 재난이 언제 평정될지 알 수 없습니다. 저는 백성을 구하고 나라의 원수를 갚고자 하니, 부디 구체적으로 알려주시고 도와주십시오.”

천신은 말했다.

“걱정하지 말라. 곧 알게 될 날이 올 것이니, 그때 라비로 장군의 휘하에 들어가면 좋은 기회가 생길 것이다.”

말이 끝나자, 갑자기 금빛이 반짝이며 천신들은 사라졌다. 법국은 영국과 매년 전쟁을 벌이고 있었고, 농부들조차 영국의 적임을 알고 있었다. 약안은 어릴 적부터 부모가 항상 하던 말을 기억하며, 마음속으로 나라의 부끄러움을 씻고자 매일 기도했다.

“장차 나라를 위해 원수를 갚고 백성을 구해주소서.”

칠팔 년 동안 간절히 기도한 덕분에 하늘은 약안의 정성을 감동받아 천신을 보내주었다. 약안은 황홀한 마음으로 생각했다.

“이게 꿈인가?”

그 후에도 여러 번 천신이 나타나 부탁하였고, 약안은 결심했다.

“천신이 이렇게 여러 번 말씀하셨으니, 분명 나라에 큰 재난이 있을 것이다. 내가 반드시 구해야겠다.”

그녀는 스스로 나라의 원수를 갚겠다고 결심하며 군사 훈련을 시작했고, 목장에 나가 말을 타고 총과 활을 배우기 시작했다. 부모는 딸의 이러한 행동을 보고 매우 걱정했지만, 이미 그녀의 마음은 굳어져 있었기에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약안을 미친 여자라고 불렀지만, 그녀는 조금도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나는 이미 상제의 명을 받았다.”

그 말을 듣고 사람들은 웃으며 이상하게 여겼다.

오늘 그녀가 문무를 배우는 것은 분명히 다른 때와는 다르게, 국민의 재난을 구하기 위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