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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 부인전

von 장지연 · 2026-08-25

때는 1430년이었다.

약안은 다시 원수가 되어 대군을 거느리고 파리 성을 되찾고자 북쪽으로 나아갔다.

이때 영국이 다시 군사를 일으켜 프랑스를 평정하려 들었다.

약안은 적장과 맞서 여러 차례 영국군을 깨뜨리며 점점 파리 성 가까이 다가갔다.

마침 강변 네 성의 수장이 사신을 보내어 구원을 청했다.

“지금 영국군 수만이 본성을 철통같이 에워싸고 양식 길을 끊었습니다.”

“성안의 수십만 목숨이 물이 마른 못의 고기와 같으니, 원수께서 급히 구해 주십시오.”

원수는 군사를 몰아 강변성으로 들어가 장졸을 위로하고, 이튿날 싸우기로 했다.

그런데 영국군은 약 원수가 강변 네 성 안으로 들어간 것을 보았다.

각처의 군사를 그러모아 더욱 겹겹이 에워싸고 구원의 길을 끊으려 했다.

이튿날 원수는 날랜 군사 육백 명을 거느리고 성 밖으로 나아가 적군과 맞섰다.

이때 원수의 대군은 모두 멀리 있었다.

원수가 강변 네 성에 데리고 들어온 것은 오직 육백 명뿐이었다.

그 육백으로 영국의 수만을 상대하려 했으니, 적은 군사가 어찌 많은 군사를 당하겠는가.

싸우다가 끝내 원수의 군사가 패하여 달아났다.

원수는 어쩔 수 없이 깃발을 두르며 홀로 뒤에 남아 후미를 막고 쫓아오는 적병을 상대했다.

영국군은 감히 쫓지 못하고 도리어 스스로 물러갔다.

원수는 군사들이 성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서야 말을 달려 성문에 이르렀다.

그런데 성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원수가 크게 소리쳐 문을 열라 했으나 대답하는 자가 없었다.

까닭이 있었다.

영국군은 여러 번 패하여 장졸을 무수히 잃었고, 그 원통함이 뼈에 사무쳤다.

약안을 잡아 죽이고 싶었으나 방도가 없었다.

그리하여 몰래 많은 금과 비단을 내어 강변 네 성의 수장에게 뇌물을 주었다.

거짓으로 위급한 척하여 약안에게 구원을 청하게 한 뒤, 문을 닫아걸게 한 것이다.

미리 힘센 자들을 성 밖에 매복시키고 함정을 놓아 약안을 잡으려는 계략이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약안을 붙잡아, 영국군에게 큰돈을 받고 팔아넘겼다.

영국군은 크게 기뻐하며 약안을 잡아다 높은 누각 위에 가두고, 죄를 얽어 죽이려 했다.

약안은 틈을 타 높은 곳에서 몸을 던져 죽으려 했으나 끝내 죽지 못했다.

도리어 영국인에게 발각되어 로앵 성의 토굴 깊은 곳에 갇혔다.

학대가 날로 심해졌고, 온갖 방법으로 죽일 궁리를 했다.

그러나 아무리 해도 씌울 죄목이 없었다.

결국 그 신통한 능력을 빌미로, 어리석은 백성을 선동한 요망한 사술이라 하여 죽이려 했다.

약안은 끝내 굽히지 않았다.

이에 종교 재판소로 보내어 심판하게 했다.

재판소가 여러 차례 심문했으나 약안은 오히려 당당하여 물러서지 않았다.

“나는 비록 여자이나, 오직 나라를 사랑하는 뜨거운 마음 하나로 나섰다.”

“나라를 위해 부끄러운 욕을 씻고 적군을 물리쳐 백성의 환란을 구하려 했을 뿐이다.”

“국민을 일깨워 충의를 떨치게 하고, 죽기를 무릅써 화살과 돌을 피하지 않고 전장에 나선 것이 곧 국민의 책임이다.”

“그것을 어찌 요술의 죄라 하겠는가. 결단코 따르지 못하겠다.”

영국인들은 그가 굴복하지 않자 어찌할 바를 몰라, 몰래 꾀를 냈다.

약안을 다른 곳으로 옮겨 가두고, 남자 옷을 새로 지어 평소 그가 입던 것처럼 꾸며 앞에 놓아두었다.

약안은 그 새 옷을 보고 지난날을 떠올렸다.

“나도 예전에 보고유 성에서 포다리고 장군과 국왕을 뵈올 때 저러한 옷을 입었지.”

“이제는 그 옛 모습이 한 조각도 남지 않았구나.”

그렇게 홀로 탄식했다.

곁에서 시중들던 계집아이가 간절히 청했다.

“낭자께서 저런 옷을 입고 국왕을 뵈러 가실 때, 그 웅장한 풍채를 세상이 모두 감탄하며 한번 보기를 원했다 합니다.”

“원컨대 낭자께서 저 옷을 한번 입어 주시면, 제가 그 옛 모습을 뵙고 싶습니다.”

두 번 세 번 간청하자, 약안은 그것이 계략인 줄도 모르고 그 옷을 갖추어 입었다.

그림자를 돌아보며 스스로 애틋해하여 노래하고 춤추며 제 신세를 슬퍼했다.

영국인들이 곁에서 그것을 엿보고 있었다.

그들은 이를 요술의 증거로 삼았다.

마침내 사악한 술법으로 사람을 홀리고 종교를 어지럽혔다는 죄를 씌워, 로앙 시로 보내 화형에 처했다.

1431년 구월의 일이었다.

그 뒤 프랑스 왕은 약안의 죽음을 듣고 슬퍼하기를 그치지 않았다.

그 가족을 불러 벼슬을 내려 귀족이 되게 하고 위로금을 주었다.

프랑스 사람들도 저마다 재물을 내어, 그가 죽은 땅에 빛나고 웅장한 비석을 세워 공덕을 기렸다.

프랑스 백성은 지금까지도 약안을 높이고 부모처럼 사모하기를 그치지 않는다.

가련하다.

장대한 영웅의 여자가 옥처럼 부서지고 구슬처럼 잠긴 것은 오직 국민을 위함이었다.

붉은 분 냄새 나는 규방 가운데서 이 같은 일을 이루었으니,

그 꽃다운 이름이 몇 봄을 두고 전해질 것인가.

무릇 약안은 프랑스 농가의 여자였다.

어려서부터 타고난 총명함으로 나라를 사랑하는 충의를 알았고, 늘 스스로 떨쳐 일어나 나라 구하기를 소원했다.

그러나 그때의 프랑스는 인심이 어리석고 비루하여, 풍속이 신앙을 떠받들고 미혹함이 깊었다.

열여섯 열일곱의 여자가 나랏일을 맡으려 한들, 인심을 모으고 위엄을 세워 온 세상 사람을 움직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국권을 되찾으려면 부득이 신통한 신의 뜻에 기대는 수밖에 없었다.

황당한 말과 신기한 술법이 아니고서는 그 백성을 두드릴 수 없었기에,

하느님의 명령이라 하고 하늘의 신이 분부했다고 일컬은 것이다.

실로 하느님의 명령이 어디 있으며 하늘의 신의 분부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니 약안의 총명하고 영민함은 참으로 천고에 드문 영웅이라 할 것이다.

그 무렵 프랑스는 온 나라가 영국 군대에 눌려 도성을 빼앗기고 임금은 달아났다.

정부와 지방의 관리들은 모두 영국에 붙어 항복하고 머리를 숙였다.

백성들은 기운이 꺾이고 마음이 재가 되어, 애국이 무엇인지 충의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그저 목숨을 부지하는 것을 상책으로 삼아, 부끄러운 욕을 무릅쓰고 남의 종과 소와 말이 되기를 달갑게 여겼다.

그렇게 나라가 점점 멸망하여 이제는 다시 약이 없다고들 하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에 약안이 홀로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떨쳐 일어나, 제 몸을 제물로 삼고 나라 구할 책임을 스스로 짊어졌다.

한번 두드리자 온 나라가 위아래 없이 불처럼 일어났다.

백성의 기운이 다시 떨치고, 다 망한 나라가 다시 일어섰다.

비록 그 한 몸은 적국에 붙잡히고 말았으나,

이때부터 인심이 한층 더 떨쳐 일어나 마침내 강한 영국을 물리치고 나라를 다시 일으켰다.

민권이 크게 펼쳐져 지금은 지구상 으뜸가는 강국이 되었으니, 그 공이 모두 약안의 것이다.

오륙백 년을 내려오며 프랑스 사람이 남녀 없이 약안의 거룩한 업적을 기념하고 우러르는 것이 어찌 마땅하지 않겠는가.

슬프다.

우리나라에도 약안 같은 영웅호걸과 나라를 사랑하는 충의로운 여자가 혹시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