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 부인전
von 장지연 · 2026-08-25
그때의 프랑스는 아직 중세였다.
사람마다 하늘의 신을 받들고 종교에 깊이 빠져 있었으니, 문명이 열리기 전 시대에는 흔한 일이었다.
약안의 이름은 온 세상에 울려 아이들과 심부름꾼까지도 모르는 이가 없었다.
어떤 이는 하늘의 신이 세상에 내려와 프랑스를 구한다고 했다.
또 어떤 이는 요망한 마귀가 사악한 술법으로 사람을 홀린다고 했다.
이런저런 말이 사방에 어지러이 떠돌았다.
원수는 인심이 이러한 것을 알고 생각했다.
‘의로움으로 인심을 흔들고, 어지러운 말들을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되겠다.’
그리하여 한 장의 격문을 지어 마을 어귀 큰길에 내걸고 각 지방에 퍼뜨렸다.
그 격문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슬프다. 프랑스가 불행하여 종사가 끊기고 백성이 떠돌며, 도성이 함락되고 임금이 피난하셨다.’
‘참으로 우리 백성이 섶에 눕고 쓸개를 씹으며 원수를 갚아야 할 때다.’
‘나는 어려서부터 하늘의 명을 받들고 충의의 마음을 품어 왔다.’
‘감히 의병을 모아 고국을 되찾고, 강한 적국에게 진 부끄러움을 씻으며, 동포의 환란을 구하고자 한다.’
‘우리 프랑스의 모든 백성은 나라를 사랑할 의무를 짊어지고, 도적을 물리칠 정신을 떨쳐 일어나라.’
‘소문을 듣거든 일어서고, 격문을 보거든 소리로 답하라.’
‘미친 물결을 되돌리고 거룩한 일을 이루자. 슬프다, 우리 동포여.’
각처의 백성들이 남녀 없이 이 격문을 보았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솟구쳐 통곡하는 이가 많았고,
한 번이라도 약 원수를 뵙기를 하늘의 신을 뵙듯이 바랐다.
원수는 그 소문을 듣고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또 한 가지 방책을 생각했다.
‘오늘날 인심이 저렇듯 들끓으니 나라를 되찾을 기틀이 있겠구나.’
‘다만 사람의 속은 알 수 없는 것이다.’
‘인심이란 늘 이해와 세력을 따라 기울어, 나라가 욕을 당하는 줄도 모르고 적국에 항복하여 붙는 자가 많다.’
‘내 마땅히 군사의 위엄이 떨치고 기세가 오른 지금을 타야 한다.’
‘한바탕 연설로 인심을 두드리고 군사의 충의를 일으키리라.’
‘한편으로는 백성으로 하여금 염치를 알아 남의 종이 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게 하고,’
‘또 한편으로는 적국으로 하여금 프랑스에도 사람이 있음을 알아, 우리를 개돼지처럼 보지 못하게 하리라.’
원수는 곧 군정관을 불러 각처에 방을 붙이고 사방에 글을 내려 알렸다.
올해 오월 초하루에 시룡촌 들판에서 연설회를 연다는 것이었다.
이 군령이 한번 내리자 소문이 퍼졌다.
각 도와 각 군에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무리를 지어 모여들었다.
모두가 약 원수의 연설을 듣고자 했다.
한편 영국에 항복한 프랑스의 관리들은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지방의 관찰사며 군수며 일반 관원들을 하나도 갈지 않고 그대로 두었으므로,
그들은 영국의 명령을 받아 정탐 노릇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별안간 비상한 여장군이 나타나 기묘한 일과 신통한 술법을 부린다는 말이 돌자,
저마다 사람을 하나씩 몰래 보내어 그 거동을 살피게 했다.
영국 진영에서도 이미 약 원수의 신기한 소문을 들었을 것이었다.
다만 아리안 성이 굳게 버텨 좀처럼 함락되지 않았으므로,
각처의 군사를 한데 모아 아리안 성을 총공격하는 데만 매달려 있었다.
그러니 다른 데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게다가 약 원수는 한낱 연약한 여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겨 조금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
그 행동을 자유로이 내버려 두고 방비하지 않았던 것이다.
바로 그 틈에 약 원수는 마침내 큰 공을 이루게 되었으니, 어찌 하늘의 뜻이 아니라 하겠는가.
창자에 가득한 뜨거운 피가 눈물이 되어 흐르는데,
한 폭의 강산을 어찌 차마 남의 손에 넘기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