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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 부인전

von 장지연 · 2026-08-25

1429년 4월이었다.

약안은 황금 갑옷을 입고 흰 말에 올라 은빛 창을 들고, 한 중대를 거느려 수십 리를 갔다.

마침내 시룡촌에 이르러 국왕을 뵙기를 청했다.

샤를 칠세는 이미 소문을 듣고 있었다.

어떤 영웅 같은 여자가 군사를 일으켜 나라를 구하려 한다는 이야기였다.

왕은 무척 기뻐하던 참이었는데, 바로 그날 그 여자가 뵙기를 청해 온 것이다.

다만 하늘의 뜻을 받들었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혹 요망한 술법으로 세상을 속이는 자는 아닐까.’

왕은 그 진위를 가려 보기로 했다.

자신의 옷을 벗어 다른 신하에게 입히고 왕의 자리에 앉혀 가짜 왕을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은 신하의 옷을 입고 여러 신하들 사이에 섞여 섰다.

누가 왕인지 분간할 수 없게 해 놓고 약안을 불러들였다.

약안은 들어서자마자 대청 위에 앉은 가짜 왕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곧장 신하들이 늘어선 줄로 걸어 들어가 진짜 왕 앞에 두 번 절했다.

왕은 짐짓 놀란 체하며 말했다.

“낭자가 잘못 찾아왔소.”

그리고 대청 위를 가리켰다.

“저 위에 용포를 입고 앉으신 분이 국왕 폐하시오. 나는 아니오.”

약안은 엎드려 아뢰었다.

“천한 여자가 감히 하늘의 명을 받들고 왔사옵니다.”

“폐하께서 아무리 옷을 바꾸어 입으셨다 한들, 어찌 몰라볼 까닭이 있겠습니까.”

왕은 그제야 이름과 사는 곳을 묻고, 무슨 뜻으로 왔는지 물었다.

약안이 대답했다.

“저는 동이미 마을 농가의 여자로, 이름은 약안아이격이라 하옵고 나이는 열아홉입니다.”

“어려서부터 하늘의 명을 받아, 프랑스의 재앙을 구하고 대왕을 위해 적국을 쓸어내려 하옵니다.”

“리목 땅을 되찾아 폐하를 받들고 즉위식을 올리고자 합니다.”

그러고는 포다리고 장군의 공문을 올렸다.

왕은 그제야 그 마음이 참되다는 것을 알고 약안의 손을 잡았다.

“프랑스 사람이 모두 낭자와 같다면, 어찌 나라를 되찾는 일을 근심하겠는가.”

왕은 감탄해 마지않았다.

본디 프랑스의 법에는 왕이 즉위하면 반드시 대관식을 올리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예식은 대대로 리목 땅에서만 치러 왔다.

그 땅이 영국의 손에 넘어간 탓에 왕은 대관식을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약안이 그 일을 짚어 아뢴 것이었다.

좌우의 신하들이 서로 말했다.

“하느님께서 프랑스를 위해 이 여자를 보내시어 나라를 다시 일으키게 하시는 것이다.”

그보다 앞서 왕은 남쪽으로 피난하여 각처에서 패한 군사를 그러모으고 있었다.

그 수가 대략 삼천여 명이었다.

이날 왕은 그 패잔병 삼천을 모두 약안의 아래에 붙였다.

그리고 약안을 대원수 여장군으로 봉했다.

황금 갑옷과 비단 국기, 그리고 깃발 하나를 내렸다.

그 깃발에는 하느님의 모습이 그려져 있어, 싸움터에 나설 때마다 손에 드는 것이었다.

약안은 원수의 단에 올랐다.

황금 갑옷에 흰 은빛 겉옷을 걸치고, 오른손에 긴 칼을, 왼손에 깃발을 잡았다.

대장기 앞에 엄연히 앉으니, 그 깃발에는 황금빛 큰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대프랑스 대원수 여장군 약안’

연약한 여자의 몸이었으나 무기와 군장을 갖추고 장군의 단에 오르자,

위엄은 서릿발 같고 풍채는 늠름하여 참으로 여장부의 기상이 있었다.

이날 약안은 장수와 군졸을 불러 일제히 점검하고 무기를 조련했다.

군사들은 모두 원수의 신통한 지략에 감복하여 용맹이 백 배로 떨쳤다.

보는 사람마다 칭찬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원수의 마음에는 나라를 평안케 하려는 뜻이 간절했고,

여러 장수의 마음에는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