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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梅月)

von 최서해 · 2026-04-08

박생 일행은 육십 리를 달려, 마침내 낙동강 가에 다다랐다.

늦가을의 기울어 가는 햇빛이 강가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강가 마을 위로는 비단결처럼 얇은 저녁 연기가 부드럽게 흘렀고,

집을 찾아가는 까마귀 한 마리는 높다란 절벽 쪽으로 날아들었다.

강을 건너야 주막이 있었기에, 나룻배 사공을 불렀다.

교군에서 내려 배에 오르던 순간,

매월의 눈에 들어온 것은 깊고 고요하게 흐르는 푸른 물결이었다.

그 물은… 묘하게도 그녀에게 어떤 신호처럼 느껴졌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서산 너머로 해가 지는 방향에서 흘러와

세류촌을 지나 끝없이 이어지는 강물.

하늘의 흰 구름을 그대로 담고 있는 수면.

강바람에 옷자락이 흔들리는 가운데,

그 광활한 자연을 멍하니 바라보던 찰나—

매월은 잠시, 이 세상의 모든 고통을 잊었다.

그녀는 그 깊은 물결 속에서 용궁을 떠올렸고,

흘러가는 물소리 속에서는 마치 용녀의 맑은 노래를 들은 듯했다.

그 순간, 매월은 깨달았다.

‘아… 알겠다.

이 몸 때문에, 이 마음까지 함께 고통받고 있었던 거구나.’

그녀의 가늘던 어깨가 미묘하게 떨렸다.

창백하던 얼굴에는 오히려 또렷한 결의가 떠올랐다.

배가 강 한가운데에 이르렀을 때였다.

매월은 조용히 몸을 돌려 박생을 바라보며 말했다.

“서방님, 시 한 수 읊어도 되겠습니까?”

꾹 다물려 있던 입술이 살짝 풀렸다.

박생은 순간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기뻤다.

배 안의 사람들도 여자가 시를 읊겠다는 말에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그래, 읊어라. 나도 답시 한 수 하겠다.”

박생의 시선이 매월에게 향했다.

매월은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또렷하게 시를 읊기 시작했다.

“위엄은 서리와 눈 같고 은혜는 산과 같아

가지 않기도 어렵고, 가기도 어렵습니다.

돌아보니 낙동강 물은 푸르고,

이 몸은 위태로운 곳에 있으나, 이 마음은 평안합니다.”

마지막 구절—

‘이 몸은 위태로우나, 이 마음은 평안하다’는 말을 내뱉는 순간,

박생은 무언가 깨달은 듯, 크게 놀라며 소리쳤다.

“……!”

그는 다급히 매월의 치맛자락을 붙잡으려 손을 뻗었다.

하지만—

매월의 몸은 이미,

그 손보다 더 빠르게.

차가운 바람 속에서 흔들리던 그 가녀린 몸은

그대로 푸른 강물 속으로—

풍덩, 하고 사라졌다.

물방울이 튀고, 거품이 이는 사이로

그녀의 모습은 점점 아래로, 더 아래로 가라앉았다.

배 안의 사람들은 모두 얼어붙은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조차 이해하지 못한 얼굴들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은, 오직 박생 하나뿐이었다.

박생은 다급히 사공에게 소리쳤다.

“배를 돌려라! 빨리—!”

배는 강 한가운데서 방향을 바꾸며,

흐르는 물살을 따라 매월을 찾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해는 이미 서산 너머로 완전히 기울었고,

강가에는 점점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강 위는

이내 깊은 어둠 속으로 잠겨 갔다.

끝내,

매월의 시신은 찾지 못했다.

그녀는…

바다로 흘러간 것일까.

아니면, 정말 용궁으로 간 것일까.

그날 밤, 박생은

달빛이 처연하게 내려앉은 낙동강 가에 홀로 앉아,

매월이 남긴 시를 되뇌며

자신의 가슴을 붙잡고 있었다.

그로부터 백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낙동강을 건너는 사람들 중 뜻 있는 이들은

매월의 시를 조용히 읊으며,

소리치듯 흐르는 강물을 다시 한 번 돌아본다.

“위엄은 서리와 눈 같고, 은혜는 산과 같아

가지 않기도 어렵고, 가기도 어렵다.

돌아보니 낙동강 물은 푸르고,

이 몸은 위태로우나, 이 마음은 평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