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ließen

매월(梅月)

von 최서해 · 2026-04-08

박생은 병을 치료한다며 동래 범어사로 갈 준비를 이미 다 끝내 놓은 상태였다.

말도 준비했고, 교군까지 마련해 두었다.

내일 아침이면 떠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말은 박생이 탄다 쳐도, 교군에는 대체 누구를 태우려는 걸까.

병이 ‘여자를 가까이하지 말라’는 의원의 말을 들을 정도였으니, 당연히 아내가 함께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날 밤, 박생의 아내는 매월을 불러 조용히 말을 꺼냈다.

“얘, 매월아. 서방님께서 절에 가시는데 너를 데리고 가신다더라. 네 생각은 어떠냐?”

남편의 병세가 걱정되는지, 아내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매월은 가슴속에서 무거운 납덩이 하나가 툭 떨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고개를 숙인 채 머뭇거리기만 할 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아마 네가 가야 서방님도 편하실 게다. 박돌이를 보내면 좋겠지만 지금은 추수철이기도 하고…… 또 네가 가면 음식이며 시중드는 일도 훨씬 수월하겠지. 내가 직접 못 가더라도 마음이 놓일 것 같구나. 서방님도 네가 가는 게 좋다고 하시고…….”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르는 아내는, 마치 당장 길을 떠나는 사람을 부탁하듯 간절하게 말했다.

매월은 이미 이 모든 일이 박생이 꾸민 계책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도 그런 기색은 내비치지 않았다.

그날 밤, 달은 유난히도 밝았다.

어찌 그리 밝은지, 꼭 매월의 마음 깊숙이 가라앉아 있는 슬픔까지 환히 비춰 주는 것만 같았다.

깊은 밤, 고요한 우물가에 선 매월은 고향이 있는 쪽을 바라보며 소리 없는 눈물을 흘렸다.

뜨거운 눈물은 차가운 달빛과 뒤섞여, 마치 진주 방울처럼 검은 땅 위로 또르르 떨어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