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梅月)
von 최서해 · 2026-03-20
서울을 떠나 영남 본가까지 오는 데 닷새가 걸렸다. 육 년 만에 주인을 맞은 박생의 집은 마치 잔칫집처럼 떠들썩했다. 떡방아를 찧고, 술을 걸러내고, 소를 잡아야 한다며 손님이 오신다고 난리가 났다. 사랑방에 불을 지피고, 온 집안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비둘기처럼 조용히 사당에 갇혀 있던 신주들은 육 년 만에 손자의 절을 받고, 손자가 부어주는 석 잔의 술에 취해 잠잠해졌다. 사례를 배운 박생은 겉으로는 진심 어린 모습으로 행동했지만, 그의 마음과 눈은 처음 보는 방년의 아내, 매월에게만 가 있었다.
박생은 팔자에 없어서인지, 때가 안 맞아서인지 벼슬은 하지 못했지만, 한양에서 여러 해를 보냈기에 남자든 여자든 괜찮은 인물은 거의 다 보았다. 그러나 자기 집의 아내인 매월과 같은 자색은 본 적이 없었다. 어제 황혼 무렵, 방으로 들어오던 중 문간에서 선녀 같은 매월의 모습을 보고는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오늘 아침, 박생은 매월을 자기 방으로 불러들여 첫 시험으로 율을 지켰다. 달빛처럼 맑고 포르스름한 살결은 차가운 표정이 없지 않았지만, 이슬처럼 맑은 눈과 둥글고 붉은 입술, 우뚝한 콧날 위에 넓지 않은 이마는 모두 완벽했다. 박생은 황홀해졌다.
더욱이 매월이 조심스럽게 앉아 교수의 목소리로 낭랑하게 율을 읊는 모습은 마치 어떤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비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녀의 문필과 용모는 탁문군이나 최앵앵과도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박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 박생의 마음이 어찌 평온할 수 있었겠는가? 음풍영월에 주색을 사랑하는 것이 이때 선비의 행사가 아닌가? 삼십이 못 된 박생의 가슴은 번민으로 끓어올랐다. “그녀는 천비다. 나는 양반이다. 양반이 종년을 생각하고 심려를 하다니? 세상이 알면 얼마나 비웃겠는가? 버리자, 이 심려를 버리자. 하지만 그녀를 잊을 수가 없다! 그 꽃을 꺾지 않고는 못 견디겠다! 그러나 양반으로서 종년에게 어떻게 말을 내밀 수 있을까?”
박생은 이러한 생각에 괴로워했다. 하지만 그는 어떻게든 사람 없는 유한한 틈을 찾아 정화의 불을 끄려 애썼다. 가비는 상전의 고민을 몰랐다. 어떻게 알겠는가, 아직 말이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