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ließen

매월(梅月)

von 최서해 · 2026-03-20

백 년이 넘는 옛 이야기입니다.

영남의 박생은 그의 하녀 매월의 뛰어난 글재주와 빼어난 미모로 한양까지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고을 사람들은 조상들이 힘들게 모은 재산을 털어 조정에 유세력 있는 대감님들의 배를 불리며, 매월이 경국지색이라는 말을 입에 담곤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는 많은 사람들이 침을 꿀꺽 삼켰습니다. 하지만 박생은 자신이 그런 절세미인을 집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박생은 영남에서 양반의 자손으로, 가세도 넉넉했습니다. 그는 벼슬을 얻기 위해 상경했지만, 이미 돈은 다 써버렸고 여름이면 빈대와 벼룩이 득실대고, 겨울에는 벽에 서리가 내리는 사랑방에서 6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생은 그것이 심려가 될 정도로 갑갑하거나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매일 기생들의 가무 속에서 술을 마시고, 풍류를 즐기며, 담배를 피우고 낮잠을 자는 일상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박생은 고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때는 찬비가 내리고 오동잎이 몇 장 떨어진 시점이었습니다. 들판에는 향기로운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산에는 신나무가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짐을 가득 실은 말에 올라탄 박생의 가슴은 복잡한 감정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는 흐릿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앞날과 과거를 꿈꾸듯 생각했습니다. 바람 한 점 없는 날, 따뜻한 가을볕 아래에서 잠이 들기에도 좋고, 무언가를 생각하기에도 알맞은 날이었습니다.

유경에서 6년을 보내며 천석의 논은 거의 빚으로 들어가고, 벼슬은 하지 못한 이 상황이 어찌 기막힌 일이겠습니까? 박생은 번민 끝에 이대감을 은근히 원망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이대감의 영이 있다면 슬슬 기어가며 기회를 노릴 것입니다. “언제 좋은 운수가 돌아와서 벼슬을 하게 해줄까? 나졸을 거느리고 어느 고을로 가서 많은 기생들이 춤을 추고, 돈도 쏟아질 텐데, 예쁜 하녀 매월이까지…” 박생의 공상이 깊어질 무렵, 말이 돌에 채여서 깡총 뛰었습니다. 그 순간, 박생은 그 달콤한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현실은 그를 가시밭길로 이끌고 있었습니다.

박생은 힘없는 목소리로 “이놈, 말을 잘 몰아라.”라고 중얼거리며 다시 눈을 감았습니다. 마부는 허리를 굽히며 “황송합니다.”라고 말하며 말을 길 가운데로 인도했습니다. 말은 머리를 번쩍 들고 방울 소리를 내며 걸어갔습니다. 눈을 감은 박생은 다시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겼습니다. “이렇게 멀쩡한 모습으로 사당에 어떻게 보일까? 더구나 이웃 유판서의 소리까지 듣기 싫은데…” 그러면서도 매월의 미모를 보지 못하고 돌아갈 수는 없었습니다. 박생의 마음은 복잡했습니다. 실로 이번 고향행은 매월을 보려는 것이었습니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매월의 모습을 상상하며 박생은 한양을 떠났습니다. 그의 마음은 초조했습니다. 일각이 삼추같이 느껴졌고, 마부를 재촉했습니다. 새벽의 찬바람이나 민촌의 저녁비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자고 깨며 말을 몰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