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
von 한용운
순영은 거의 숨도 쉬지 못한 채 편지를 뜯었다.
대철의 글씨였다.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먼저 뜨거워졌다.
편지 첫머리에는 미안하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그동안 너무 바빠 편지조차 보내지 못했다는 이야기.
순영은 그 문장만 읽고도 괜히 마음이 풀어졌다.
‘역시…’
자기를 잊은 건 아니었다.
대철은 편지에 금광 이야기를 자세히 적어 두었다.
출원은 무사히 끝났다고 했다.
그리고 직접 광산 있는 곳까지 내려가 조사해 본 결과—
광맥 상태도 상당히 좋다고 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본격적으로 시굴을 시작하려면 적어도 백 원 정도는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
대철은 지금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함흥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생각처럼 돈 구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편지 마지막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언제 다시 찾아갈 수 있을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순영 얼굴의 미소가 천천히 사라졌다.
“또… 돈이구나…”
그녀는 편지를 천천히 접었다.
사실 순영은 그동안 틈만 나면 손님들에게 금광 이야기를 물어보고 다녔다.
그러면서 알게 된 건 하나였다.
광산 일이라는 건 결코 쉽게 끝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
몇 달이 아니라 몇 년씩 걸리는 경우도 흔하다고 했다.
그 말을 떠올리는 순간 순영의 마음이 갑자기 조급해졌다.
‘몇 년…?’
그건 너무 길었다.
순영이 하루라도 빨리 결혼하고 싶어 하는 건 단순히 남자가 그리워서만은 아니었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하루라도 빨리 이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더는 손님 앞에서 웃고 싶지 않았다.
더는 술 따르는 여자 취급받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대철 사정이 끝나기만 기다리고 있다가는—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었다.
순영은 편지를 내려놓고 한참 생각했다.
‘백 원을 그냥 보내 버릴까…’
그 생각도 했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아니었다.
지금 필요한 건 단순히 돈이 아니었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야 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결혼은 언제쯤 할 건지.
자기는 언제 이 생활에서 나올 수 있는지.
그 모든 걸.
순영은 자기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가 문득 또 다른 현실이 떠올랐다.
숙자.
지금까지는 막연히—
남은 기한 값을 돈으로 계산해 주면 끝날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기 생각이었다.
정작 숙자가 그걸 받아들일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혹시 돈을 더 요구할 수도 있었다.
아니면—
아예 사람을 놓아주지 않으려 할 수도 있었다.
그 생각이 들자 순영은 갑자기 불안해졌다.
결국 숙자 의중을 먼저 확인하지 않고서는—
결혼 날짜도, 대철과 만날 시기도, 아무것도 정할 수 없었다.
순영은 천천히 편지를 다시 펼쳐 보았다.
그리고 대철 이름 위를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쓸었다.
“선생님…”
그녀는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우리 정말… 같이 살 수 있는 거 맞죠…”
방 안에는 대답 대신 조용한 바람 소리만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