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結婚)
von 한용운 · 2026-03-20
순영은 정순의 시선을 피하며 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봐도 그 사람은, 그녀가 간절히 기다리던 그 사람이었다. 기쁜 마음은 밀려오는 조수처럼 걷잡을 수 없었지만, 세상에는 비슷한 사람이 많기도 하고, 혹시 너무 보고 싶었던 나머지 착각하는 것일까 의심이 들었다. 그래서 마음이 서먹서먹해져서 다가가고 싶은 용기도 없었다. 그러나 이런 기회를 놓치면 평생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순영은 한 걸음, 두 걸음 나아가며 행복한 마음으로 그를 한 번, 두 번 바라보았다. 그녀가 가장 걱정한 것은 그 사람이 자신을 알아보고 먼저 인사를 하거나, 물에 빠진 것을 건져주었던 일을 이야기할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순영은 턱과 입을 가리고 정순의 뒤를 따라가며 어수선한 생각에 빠져, 가슴에 넘치는 감정을 깨닫지 못했다.
"아! 정순씨, 웬 일이세요?"
키 작은 남자가 얼굴에 웃음을 가득 담고 마주 다가왔다.
"선생님이 오신 걸 보고 쫓아왔어요. 동무와 함께 조탕에 가다가요."
정순도 기쁘게 대답했다.
"그렇잖아도 정순씨가 혹시 나오셨나 하고 살펴보았어요. 지금 이 친구와 정순씨 이야기를 하고 있었거든요. 참 잘 오셨어요."
그가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이 선생님 모르세요? 제가 한 번 인사 소개를 한 것 같은데, 김 대철 선생님이라고, 아주 유명한 수영 선수세요."
정순과 대철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예, 전에 한 번 인사했습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정순은 공손히 머리를 숙였다.
"예, 서 정식 군의 소개로 한 번 뵈었어요. 안녕히 오셨어요?"
인사가 대강 끝나자, 정순이 말했다.
"두 분 선생님께 인사 소개하겠습니다."
정순은 순영에게 인사를 원했고, 순영은 전체 사람에게 인사를 한 뒤 대철과 인사를 나누었다. 순영은 전기가 흐르는 듯한 감정에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대철이 자신을 알아보는지, 알아보지 않는지에 신경을 썼지만, 대철은 한두 번 눈길을 줄 뿐, 알아보는 듯한 눈치는 보이지 않았다. 순영은 대철이 자신을 알아보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닐지 걱정했지만, 여러 사람이 있는 중에 그가 먼저 말을 건네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그 사람의 존재가 확실한지 아닌지는 문제가 아니었다. 이제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살펴보게 되었다. 그의 외모는 어떠하며, 건강 상태는 어떤지, 가능하다면 성격까지도 알고 싶었다. 그러나 그의 외모는 이전에 본 것과 특별히 다르지 않았고, 성격은 얼핏 알 수 없었다. 지금 와서 그 사람에 대해 논의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때의 은혜와 그리움에 잠기며 온몸이 그 사람의 품에 포근하게 감싸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자, 이제 만조가 되었으니 나갑시다. 해수욕장으로 가면 규칙이 있으니 테 밖으로 나갈 수 없으니, 우리는 다른 바다로 나갑시다."
정식이 말했다.
"우리 수영하는 것도 구경하시고 같이 가시죠."
정순과 순영을 돌아보며 덧붙였다.
"우리도 가서 구경하자."
정순의 말에 순영은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태도로 순종하는 의사를 보였다. 두 청년의 뒤를 따르는 두 처녀의 심리 상태는 아까보다 엉뚱하게 달라졌다. 서먹서먹한 기분은 거의 사라지고, 기쁘고 반갑고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여전히 걱정되는 것은 대철의 상황이었다. 그 사람이 아직 미혼인지 아닌지가 자신의 미래 행복에 대한 열쇠라고 생각했지만, 그걸 갑자기 물어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얘, 저 서 선생은 나이가 얼마나 되었니?" 하고 물었다.
"지금 스물 일곱이란다."
정순이 거침없이 대답했다.
"너보다 여덟 살 위로구나."
"여덟 살 위면 적당하지, 여남은 살 더 위라도 관계없다."
"그런데 스물 일곱이 되도록 어찌 장가를 안 들었을까?"
"운동 선수들은 보통 장가를 일찍 안 든단다. 스물 일곱이면 운동 선수로는 한창 나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결혼을 하겠다고 하겠지."
"어쩌면, 그러면 운동 선수는 다 그럴까?"
"다 그렇진 않겠지만, 장가 안 드는 사람이 많단다. 장가 가면 기운이 빠진다고."
정순은 옆눈으로 순영을 보며 입을 가리고 웃었다. 순영도 앞서가는 남자들이 정순의 말을 듣고 돌아보지 않을까 흘끔 보더니,
"망할 것, 별소리를 다 하네."
하고 웃었다.
"망하기는 왜 망할 것이냐. 일찍 장가 들면 기운이 빠지지 않겠니?"
정순은 순영의 귀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
"계집애가 부전부전하게 그게 다 무슨 소리냐?"
순영은 손가락으로 정순의 옆구리를 꾹 찔렀다.
"그런데, 너 그전에도 저 두 사람이 헤엄치는 거 보았니?"
"보지는 못했어도 둘이 똑같이 잘 친단다."
"그럼 저 김 선생님이라는 분도 헤엄치는 선수라지?"
"그럼, 그분도 아주 잘하는 선수란다."
"그럼 그분도 장가를 안 들었겠네?"
순영은 심상히 묻는 듯이 말했지만,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 걱정되어 수건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그래, 그분도 아직 장가 안 갔단다. 그래서 그분도 색시를 고르는 중이란다."
정순은 담담하게 대답하고 순영을 보며 물었다.
"왜, 너 그분하고 연애하고 싶으냐?"
하고 씩 웃었다.
"망할 것, 그런 소리나 하라면 잘하지."
순영은 정순이 혹시 자신의 마음을 알고 하는 말이 아닐까 하여 얼굴이 화끈해졌다.
"너는 툭하면 망할 것이로구나. 연애하고 싶으냐는 말이 그른 말이냐? 네가 생각만 있으면 내가 중매를 서 줄게."
중매는 잘하면 술이 석 잔이고 못하면 뺨이 세 대라던가, 하지만, 내가 뺨이야 맞게 할라고."
정순은 남자들과 떨어지기 위해 걸음을 천천히 옮기며 수선을 떨었다.
"듣기 싫다, 너는 어서 시집이나 가거라. 잔치 떡이나 좀 얻어먹게."
순영은 이런 말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여간 즐겁지 않았다. 대철이 나중에 자신의 소원을 따라 결혼을 하게 될지 아닐지는 별개의 문제였지만, 적어도 장가를 들지 않은 사실만으로도, 전날 물에 빠졌다가 살아난 것만큼이나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