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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結婚)

von 한용운 · 2026-03-20

순영은 잊을 수 없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원산에서 물에 빠졌을 때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다. 만약 그 사람이 아니었다면, 자신은 영원히 수중의 고혼이 되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잊을 수 없었다. 고통스러운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차라리 그때 구해준 사람이 없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심리일 뿐이었다. 설령 그때 죽었다면 자신의 신세가 나았을지도 모르지만, 그 사람이 자신을 살려준 은혜는 결코 잊을 수 없었다.

그 당시에도 그 사람의 은혜를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 나이가 들고 철이 들면서 그 사람의 의협심과 용기 있는 모습이 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 그래서 어딘가 모르게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생겼다. 순영은 점점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면서 이성에 대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고, 그럴수록 그 사람을 더욱 생각하게 되었다.

술집에서 일하는 동안 여러 남자에게 유혹을 받고 위협을 당하며 정조에 대한 위기를 겪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지키고 조촐한 몸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사람과 다시 만날 수 있는 날을 꿈꾸며 자신의 몸을 깨끗하게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 사람을 다시 만난다면, 자신의 몸을 모두 바쳐서라도 그 은혜를 갚고 싶다는 깊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때 그 사람의 얼굴만을 기억하고 있었을 뿐, 그 외의 정보는 전혀 알지 못했다. 주소도, 이름도 모르기에 그를 찾을 방법이 없었다. 혹시 그를 만난다 해도, 그가 자신의 마음을 받아줄지 의문이었고, 그로 인해 괜히 혼자 고민하는 날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 사람에 관한 모든 것은 하늘에 맡기기로 했지만, 언제든지 뜻밖의 행운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 해수욕장에서 남녀들이 물놀이를 하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그 사람을 떠올렸다. 만약 그와 결혼하게 된다면, 행복하게 살아가며 저 사람들처럼 함께 해수욕을 즐길 수 있을까 상상해보았다. 그러던 중, 정순이 약혼했다는 소식에 마음이 흔들렸다. 그 약혼자가 원산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순간 그 사람의 생각이 떠올랐다. 자신이 빠졌던 곳이 원산이었기에, 원산이라는 소리만 들어도 그 사람을 떠올리게 되었다. 정순의 말을 들으며 혹시 그 사람이 정순과 약혼한 것이 아닐까 하는 기상천외한 생각에 놀랐다.

정순과 함께 해수욕장에 가는 길,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일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가고 싶으면서도 두려운 마음이 교차했다. 만약 정순의 약혼자가 자신이 기다리던 사람이라면, 한 번이라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지만, 동시에 그 사람이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정순이 가리키는 사람을 주의 깊게 보다가, 갑자기 다른 사람들을 보며 누구를 찾는 듯했다. 그러다 정순이 가리키는 두 사람 중 키가 작은 남자가 그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서야 마음이 놓였다.

첫 번째로, 자신이 기다리던 사람은 그렇게 작지도 않았고, 낯선 모습으로 보아 비슷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순영의 눈은 그 사람과 함께 서 있는 다른 한 사람에게서 떠나지 않았다. 발이 돌에 걸려 넘어질 뻔하고, 치마자락이 나뭇가지에 걸리는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가다가, 가까이 가서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알아볼 수 있는 거리까지 이르렀을 때, 자신도 모르게 놀라게 되었다.

"너 왜 그렇게 놀라니?" 정순이 순영을 보며 놀란 듯 물었다.

"..... 아니야, 그냥 그랬어." 순영은 주저하며 대답했지만, 어느새 이마에 땀이 흐르고 있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너 정말 놀란 것 같아. 이마에 땀이 다 나잖아. 나는 어디 뱀을 보았다구, 왜 그렇게 놀라니? 나는 그냥 놀랐어." 정순은 순영의 이마를 보며 말했다.

"나는 뱀을 보지는 못했지만, 물속에서 뭔가가 꿈틀거리는 걸 보고 뱀인 줄 알았어." 순영은 정순의 말에 핑계를 대며 대답했다. 그리고 다시 그 사람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저기 같이 있는 사람은 누구야?"

순영은 침착한 척 물었지만, 목소리는 조금 떨렸다.

"저 사람도 원산 근처에 사는 사람인데, 둘이 수영 동무란다. 그 사람도 수영을 잘한대. 물에 빠진 사람을 여러 번 구해줬다고 하더라."

"어쩌면, 이름은 뭐야?" 순영의 가슴이 더욱 뛰었다.

"이름은 김대철이라고 하던데, 남의 이름을 알아서 뭐 하겠어?" 정순은 대답하며 몸을 돌렸다.

"아니, 수영을 잘해서 물에 빠진 사람을 많이 구해줬다니." 순영은 마음이 두근거렸다.

"응, 그런 것도 쉽지 않지, 나하고 약혼한 그 사람도 그랬어. 수영을 잘하면 좋겠지." 정순은 말하며 순영을 재촉했다.

"어서 가자."

"나는 안 가." 순영은 발로 물을 밟으며 고개를 숙였다.

"왜 또 안 간다고 그러니? 여기까지 와서." 정순이 물었다.

"낯선 남자들 있는 데 가서 뭐 하니? 부끄럽잖아."

"부끄럽긴 무슨 부끄러워. 너 그렇게 남자들이 부끄럽다면 술은 어떻게 팔아?" 정순의 말에 순영은 마음이 찔렸다.

"술은 어쩔 수 없이 팔지만, 술 파는 사람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걸까?" 순영의 얼굴은 붉어지며 조금 새침해졌다.

"그렇게 할 말이 아니야. 사람을 많이 만나면서 뭐가 부끄러워?" 정순은 순영의 어깨를 툭 치며 끌어당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