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結婚)
von 한용운
난간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풀장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목욕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헤엄을 치는 사람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눈길을 끄는 것은 젊은 남녀들이 짝을 지어 물놀이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얕은 물가에서는 남녀들이 섞여 웃고 떠들며 장난을 쳤고, 아이들은 튜브에 몸을 맡긴 채 놀고 있었다. 여자들은 물장난을 치다가 다시 밖으로 나와 햇볕을 쬐고, 남자들은 아이들을 챙기며 틈틈이 자기 여자를 돌아보았다. 그들은 서로의 몸을 흘끗흘끗 살피며 누가 더 피부가 희고 몸매가 좋은지 은근히 비교하는 듯했다.
순영은 그 풍경을 보며 물었다.
“저 사람들은 아마 부부끼리 아이들 데리고 와서 목욕하는 거겠지?”
정순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아이 없이 둘만 온 사람들 중에는 아직 부부가 아닌 이들도 있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는 눈치를 보아 연애하는 사이 같은 남녀를 하나 짚어 냈다. 순영은 신기해했고, 정순은 부부라면 저렇게 남 눈치 보며 웃지 않을 거라고 설명했다.
그 말을 듣고 순영은 저런 사람들은 정이 있고 살림 걱정도 덜하니 저렇게 함께 놀러 다니겠지 하며 한숨을 쉬었다. 정순은 “그게 그렇게 부러워? 너라고 더 잘살지 말란 법 있니?” 하고 위로했지만, 순영은 지금 자기 꼴을 생각하면 막막할 뿐이었다.
그러자 정순은 슬쩍 물었다.
“너 시집가고 싶어?”
순영은 “망할 것, 누가 시집가고 싶대?” 하고 받아쳤지만, 정순은 부부끼리 놀러 다니는 걸 부러워하는 걸 보면 그렇지 않느냐고 웃었다.
그러다가 정순은 자기가 약혼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상대는 본래 원산 사람인데 인천에 와 오래 살고 있는 남자라고 했다. 원산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순영은 깜짝 놀랐다. 정순은 대수롭지 않게 “요즘 세상에 외국 사람하고도 결혼하는데 원산이 뭐가 머냐”고 넘겼다.
정순은 사랑 없는 결혼은 무덤과 같다고 했다. 중신이 아니라 연애로 맺어진 약혼이라는 말에 순영은 부럽기도 하고 묘한 충동도 받았다. 하지만 정순은 상대도 가난하고 자신도 가난해 아직 결혼 날짜를 못 잡았다고 했다. 조금 더 돈을 벌어 놓고 하자는 쪽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정순은 덧붙였다.
“그 사람은 다른 재주는 몰라도 수영은 아주 잘해. 선수로 뽑혀 다닐 정도라니까.”
그 말에 순영은 또 한 번 마음이 흔들렸다.
둘은 점심으로 라이스카레와 밥을 먹었다. 순영은 처음 듣는 음식 이름을 속으로 몇 번이나 외웠다. 식사를 마친 뒤 바다 쪽을 보던 정순은 물이 들기 시작하면 그이가 해수욕하러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같이 보러 가자고 했다.
밀물이 들어오며 갯벌을 덮고, 물새가 날아오르고, 돛단배가 가까워지는 풍경은 웅장하고도 아름다웠다. 그 사이 순영의 마음도 점점 가라앉지 못한 채 흔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