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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지 못한 뼈

von 나츠하나 · 2026-10-27

모래시계 · 잔량 99시간 00분 · 여행 3일차

강가의 자리는 이틀 만에 '우리 자리'가 되어 있었다. 계단도 강물의 방향도 어제와 같았고, 같은 가게에서 산 와인만 종류가 달랐다. 성하는 자리에 앉기도 전에 수첩부터 펼쳤는데, 어제까지와는 달라진 것이 있었다. 라틴어 문장과 별자리 사본이 적힌 페이지 맞은편에 연필 스케치가 그려지고 있었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작은 아이가 있고, 아이의 손에 들린 둥근 물건에서 점선이 흘러나와 하늘까지 이어졌다.

해가 진 뒤의 강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금색, 장미색, 잉크색의 순서로 색을 바꿨다. 이틀 만에 그 순서를 외운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같은 것을 보았다. 성하가 입을 연 것은 잉크색 차례가 되어서였다.

"별을 읽는 아이." 성하가 제목 후보를 발표했다. "옛날 물건 속에서 사백 년 된 편지를 발견한 아이가, 편지를 쓴 사람을 찾아서 별을 하나씩 따라가는 얘기. 오늘 종일 그 생각만 났어. 이런 건 놓치면 안 되거든. 이야기는 유통기한이 짧아."

성하는 스케치 옆에 적어 둔 첫 문장 후보를 소리 내어 읽었다. "아이에게는 물려받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아이는 사백 년 전 사람의 편지를 물려받기로 했다. 편지에는 받는 사람 자리가 비어 있었고, 아이는 거기에 제 이름을 적어 넣었다." 그런데 결말이 문제라고, 성하는 연필 끝으로 수첩을 톡톡 치며 말했다. 편지를 쓴 사람을 만나야 끝나는데, 사백 년 전 사람을 어떻게 만나게 해 주지? 도윤은 강물을 보며 대답했다. 만나게 될 거야. 이야기가 거기까지 데려왔다면. 성하는 그 대답이 무책임해서 좋다고 웃었고, 도윤은 자신의 대답이 어느 쪽 이야기를 두고 한 것이었는지 굳이 가리지 않았다.

수첩 한 권에 암호와 그림책이 나란히 적히기 시작한 것을 도윤은 잠자코 지켜보았다. 성하는 낮의 허탕까지 벌써 이야기로 만들고 있었다. 같은 하루를 겪고 성하는 이야기를 얻었고 도윤은 초조만 얻었다. 그 생각을 더 하지 않으려고 도윤은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골목 건너편, 셔터를 반쯤 내린 가죽 공방의 이 층 창은 오늘도 불이 꺼져 있었다.

다리오는 어둠에 익은 눈으로 수첩에 시간을 적었다. 19시 40분, 노파 폐점. 20시 15분, 대상 골목 무인. 이런 종류의 창가에 앉아 이런 종류의 골목을 내려다보는 일이 일 년째였다. 초소가 박물관 뒷길에서 경매장 하역구로, 고서점 거리로, 이번에는 점성물품 가게 앞으로 바뀌는 동안에도 골목은 바뀌지 않았다. 무엇을 기다리는지는 위에서 말해 주지 않았고, 다리오는 묻지 않는 것으로 월급을 받았다.

기록할 것은 많지 않았다. 노파, 개점과 폐점. 동양인 여자, 오전과 오후 두 차례 방문. 동양인 남자, 신원 미상. 특이 사항, 개점 전부터 가게 안에 있었음, 숙식하는 것으로 보임. 다리오는 '숙식'이라는 단어 옆에 물음표를 하나 달았다가 지웠다.

창턱에는 비둘기가 두고 간 깃털이 하나 있었고, 기록 노트는 첫날 만에 벌써 두 장이 넘어가 있었다. 그 두 장에서 쓸모 있는 줄이 몇 줄일지는 그가 정할 일이 아니었다. 22시, 교대까지 두 시간. 그 물건이 무엇이든 사백 년을 기다렸다면 두 시간쯤은 아무것도 아닐 터였다. 다리오는 식은 커피를 마셨다.

강가에서는 성하가 그림책 스케치를 덮고 안내 책자를 펼쳐 내일 갈 곳을 고르고 있었다. 아침의 산타 크로체 재방문을 1안, 우피치를 2안으로 놓고 책장을 넘기던 손이 어느 페이지에서 멈추더니, 성하가 소리 내어 읽기 시작했다.

"갈릴레오 박물관. 갈릴레오의 망원경과 과학 기기 소장… 어, 잠깐. 여기 뭐라 그러냐면." 성하의 목소리가 반 옥타브 올라갔다. "갈릴레오의 손가락도 전시되어 있대. 손가락. 진짜 손가락 말이야."

도윤의 손에서 와인 잔이 멈췄다.

손가락이라는 단어가 들어오는 순간, 낮부터 명치에 걸려 있던 것이 내려왔다. 억지로 당기지 않으면 때가 되어 스스로 내려온다던 그것이었다. 도윤은 직업상 알고 있던 것을 떠올렸다. 1737년은 갈릴레오의 유해가 본당의 그 화려한 기념묘로 옮겨지던 해였다. 이장하는 자리에서 숭배자들이 유해의 일부를, 손가락 셋과 이빨 그리고 척추뼈 하나를 잘라 가졌다. 그중 일부는 백 년 남짓 행방이 끊겼다가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에 경매장에 다시 나타나 세상을 놀라게 했다. 업계의 상식이라 기억하던 그 소동이 지금은 전혀 다르게 보였다. 그 박물관은 도윤도 도록과 소장품 목록, 진위 감정의 대조 자료로 종이 위에서는 여러 번 다녀온 곳이었다. 감정사에게 그곳은 진짜들이 모여 있어서 세상의 가짜를 가려내는 기준이 되는 곳이었다. 그곳 어딘가의 유리 안에 뼈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게 무슨 뜻인지는 오늘 처음 알았다.

뼈가 잠들지 못한 것이다.

묘가 비어 있던 것은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완전하지 않았다. 뼈의 몸통은 대리석 아래에서 자고 있지만 잘려 나간 조각들은 사백 년, 아니 삼백 년을 떠돌다가 유리 진열장 안에 놓였고, 거기서 불빛 아래 사람들의 눈길을 받으며 깨어 있다. 뼈가 잠든 곳에서 빛이 깨어 있다는 문장이 뒤집혔다. 잠든 뼈가 아니라 깨어 있는 뼈를 찾아야 했던 것이다.

"성하야." 도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박물관. 내일 아침, 거기부터 가자."

성하는 도윤의 얼굴을 보더니 책자와 도윤을 번갈아 보았고, 그림책 작가답게 같은 자리에 도착했다.

"빛이 깨어 있다… 전시등이구나. 미쳤다. 뼈가 잠든 곳에 없는 거야, 뼈가 깨어 있는 거야. 그런데 사백 년 전에 쓴 문장이 그걸 어떻게 알아…"

성하의 팔에 두 번째 소름이 돋았고, 이번에는 만져 보라고 내밀지도 못한 채 성하는 제 팔을 제가 쓸어내렸다.

어떻게 아느냐는 그 질문의 답이 도윤에게는 없었다. 사백 년 전의 문장이 삼백 년 전의 이장을 내다봤을 리는 없으니, 문장이 옮겨 다녔거나 문장을 옮긴 손들이 있었을 것이다. 생각은 거기서 막혔고, 도윤은 더 파고들지 않고 내일 확인할 수 있는 것부터 차례로 확인하기로 했다.

호텔 앞 배웅은 짧고 소란스러웠다. 성하는 내일 시간표를 세 번이나 고쳐 말하면서 그때마다 더 들떴다. 개관 시간에 맞춰 입장하고, 점심은 박물관 근처에서 먹고, 오후는 결과에 따라 정한다는 시간표였다. 보물찾기 이틀째, 내일은 진짜 뭔가 나온다. 계단을 반쯤 오르다 돌아선 성하는 도윤에게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였다. 무슨 뜻이냐고 도윤이 묻자 성하는 비밀이라고 했고, 힌트를 달라고 하자 셋 다 좋은 일이라고만 했다. 사흘 뒤와 닷새 뒤와 한 달 뒤의 무언가쯤일 그 셋 가운데 도윤은 둘을 짐작할 수 있었고, 그 둘보다 먼저 올 하나의 밤을 알고 있었다. 성하의 달력에는 없는, 나흘 뒤의 밤이었다. 성하는 웃으며 유리문 안으로 사라졌다.

도윤은 밤의 골목을 혼자 걸어 가게로 돌아갔다. 덧창이 닫히고 간판 불이 꺼진 밤의 도시에서는 돌바닥 소리가 또렷했다. 구두 소리가 골목에 혼자 울리자 그는 소리를 죽이려다가 그만두었다. 나흘 뒤의 밤에 이 도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는 그에게는 오늘 밤의 골목도 그저 골목으로 보이지 않았다. 걸음이 어느 모퉁이에서 느려졌다. 이 모퉁이에서 왼쪽으로 꺾어 세 블록을 가면 경찰 서류의 도면에서 백 번은 들여다본 좌표, 나흘 뒤의 골목이 있었다. 보지 않는 것도 계획의 일부여서 도윤은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 골목은 나흘 뒤에도 성하의 동선에 없을 것이다. 지도에서뿐 아니라 성하의 삶에서 그 골목을 지울 생각이었다. 그래도 오늘은 사흘째의 밤이고 오늘의 골목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도윤은 그렇게 생각하며 가게의 뒷문을 열었다.

뒷방의 루틴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래시계의 잔량을 눈으로 재 보니 위 유리구의 모래는 이제 처음의 삼분의 이 언저리였다. 도윤은 회중시계의 태엽을 세 바퀴 반 감았다. 탁자 위의 두 물건은 사흘 만에 낡은 부부처럼 서로에게 익숙해 보였다. 하나는 줄어드는 것으로, 하나는 멈춰 있는 것으로 각자의 시간을 살았다. 계획에 한 줄이 더해졌다. 내일: 박물관, 깨어 있는 뼈. 개관 시간에 맞춰 들어가 유해가 전시된 방을 찾고, 빛이 깨어 있다는 문장이 그 유리 앞에서 무엇을 더 말하는지 듣는다. 문장이 여기까지 데려왔다면 다음 문장도 있을 것이다. 근거 없는 그 믿음은 강가에서 자신이 성하에게 해 준 대답에서 왔다. 만나게 될 거야. 이야기가 거기까지 데려왔다면. 불을 끄고 눕자 천장의 어둠 위로 오늘의 문장이 떠올랐다. 뼈가 잠들지 못했다. 도윤은 그 문장 곁에 잠들지 못하는 것들의 목록을 나란히 적었다. 삼백 년째 유리 안에서 깨어 있는 뼈와 밤마다 조금씩 줄어드는 모래, 그리고 일 년째 같은 밤을 되감아 오다가 이제는 그 밤의 나흘 앞까지 돌아와 누운 남자였다. 목록의 셋은 서로 닮아 있어서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다. 깨어 있는 것들끼리는 서로를 알아보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