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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AV

von 자유 · 2026-10-27

5화 AV

“여자에게 체중과 나이를 물어보는 건 실례라던데 몇 살인지 물어봐도 될까? 인터넷에 나오는 프로필엔 나이가 없더라고.”

“스물둘.”

내가 예상한 나이대가 맞았다. 나는 안도하는 표정을 짓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이 난관은 어떻게 극복하지?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항상 지켜보고 있어서야 내 마음대로 행동하기가 힘들잖아. 카메라를 통해서 사람들이 뉴츄브 속의 나를 보는 것과 저렇게 직접 와서 웅성거리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다솜이 말했다.

“그냥 당당해져 봐. 용기를 가져. 겁나면 그거 피우면 다 잊을 수 있잖아. 나도 한번 피워보고 싶어.”

그렇다. 답은 어쩌면 당시 사태의 원인이었던 물건 자체가 될지도 몰랐다. 나는 다솜의 말대로 따르기로 했다.

때론 될 대로 돼라지 하면서 대충 사는 게 답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강도라도 들지 몰라서 금고에 보관해 둔 대마초를 꺼냈다. 물론 우리 둘은 텐트 안에 있었다. 하지만 환기를 위해서 문을 열어두지 않을 수는 없었다.

나는 지퍼를 열어 환기시켰다. 텐트 안으로 빛이 새어 들어왔다.

그러고는 갈색 잎을 종이로 만 걸 쭈욱 한 모금 내가 먼저 빨고 연기를 푸 하고 내뱉었다. 그다음 다솜에게 건네줬다. 아직 낮 시간대였으므로 많이 피울 생각이 없어서 한 대만 피울 생각이었다.

다솜도 생애 첫 한 모금을 빨았다. 그러고는 말했다.

“아직은 모르겠어.”

“당연하지. 1분은 있어봐. 바로 반응이 올걸?”

아니나 다를까 1분 정도 후에 다솜은 축 늘어진 상태가 되며 눈까지 풀렸다. 가볍게 미소를 띤 다솜이 말했다.

“아, 이거 진짜 좋은데. 그리 나쁜 것 같지도 않은데 왜 불법인가 몰라. 술보다 훨씬 차분해지는 느낌이고. 운전 같은 걸 하면 안 되겠지만 이걸 피우고 술에 취한 것처럼 난동을 부리거나 싸우는 건 생각할 수도 없어. 아니, 이거 싸우고 있는 사람한테 주면 바로 분노 조절되겠는걸. 이게 왜 불법인 걸까?”

나는 대답했다.

“노동 능력 상실? 사람들이 일을 안 하면 문제겠지. 나야 높은 사람들 생각을 확실히 알 수는 없지.”

웅성웅성, 웅성웅성. 주변은 난리가 났다. 청각이 예민해진 탓인지 그 웅성대는 사이에서도 사람들의 음성들이 더 또렷하게 들렸다.

“완전히 미쳐 돌아가네. 이젠 그냥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피우고 있어. 야, 이 미친 년놈들아!”

“어디 한번 둘이 떡이라도 쳐봐. 마약하는 사람들 약 빨고 떡치는 게 일상이라더만.”

나는 아주 잠깐이지만 진짜 그렇게 해볼까 하다가 사람들이 너무 많은 데서 부끄러운 장면을 보여주는 건 별로일 것 같아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텐트 밖으로 나갔다.

햇빛이 쨍쨍한 날이었다. 촉각마저 예민해져서 햇빛이 더 잘 느껴지는 듯했다.

나는 마치 나무가 된 것 같았다.

“아, 햇빛 진짜 좋다!”

나는 두 팔을 쫙 펼치고 나무인 것처럼 활짝 웃음 지으며 햇빛을 만끽했다.

햇빛이란 게 이렇게나 좋은 거였다니 나는 난생처음으로 햇빛으로 오르가즘을 느끼고 있었다. 다솜의 말이 정답이었다.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못했다. 그리고 기분은 정말 좋아 텐트 주위를 계속 달리고 싶었다.

그래서 두 팔을 흔들며 힘차게 달렸다. 우다다다다다다. 나는 달리고 또 달렸다. 전혀 지치지 않는 기분이었다.

달리다 천천히 걸으면서 스마트폰으로 스테이크와 콜라를 시켰다. 다솜에게 물어보니 똑같은 걸 시켜달라고 했다.

초밥을 먹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식사를 하다니 대마초는 식욕을 자극하는 게 확실했다.

내가 텐트 주변에서 조깅을 하는 동안 스테이크는 도착했고 나는 기분이 좋아 팁으로 5만원을 주었다.

배달기사는 연신 감사하다고 말하며 허리를 굽혔다. 나도 똑같이 멀리서 달려와 준 게 너무 고마워서 허리를 굽혔다. 굽히고 또 굽혔다.

“아니, 뭔 맛있는 음식을 이렇게 빨리 배달해 주시다니 제가 고맙죠.”

모든 게 다 기분 좋은 일이었다. 다솜과 나는 소고기 스테이크를 너무나도 맛있게 먹었다. 푸짐하게 주문했기에 먹고도 남을 양이었지만 거의 다 먹어버렸다.

먹고 나니 잠이 왔다. 우리는 가볍게 키스를 하고 드러누웠다. 나는 다솜의 가슴을 만지면서 잠을 청하려 했다.

그렇게 우리는 텐트 안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는 내 머리에 빅뱅이 펼쳐지는 듯한 쾌감을 느꼈다.

온 우주가 폭발하는 순간을 느끼며 나와 같은 기분을 그녀도 느끼길 바랐다. 그래야 그녀가 다시 찾아와 줄 테니까.

그녀와 내가 너무 밀착해서 끌어안고 있었기에 밖에 있는 사람들이 실루엣만으로 우리의 행동을 다 짐작할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끄응 끄응 하는 소리와 나의 마지막 탄식으로 분명 주변의 많은 사람들도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너무나도 마음이 편했다. 그래서 5분 만에 잠들어버렸다.

정오쯤이었을까.

“똑똑. 코오 얏테 놋쿠 스레바 이인데스요네?”

일본어가 들렸다. 나는 잠에서 깨서 텐트 문을 열었다. 그러고는 어설픈 일본어를 섞어서 말했다.

“누구세요? 니혼진데스까?”

상대는 세 명의 일본인이었다. 한 명은 다솜만큼 몸매가 좋은 여자, 한 명은 잘생긴 남자, 마지막 한 명은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여자였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일본에서 왔습니다. 저는 카메라맨이자 통역이고 두 분은 AV배우이자 제작자예요. 같이 일을 할 수 있을까 해서 왔어요.”

“일이요?”

“기획물이죠. 이 텐트가 있으면 우리가 좀 더 쉽게 일을 할 수 있거든요.”

“자세히 말해주세요.”

“그러니까 우리는 원래 캐나다에서 일을 하곤 했어요. 이렇게 우리 셋이서 팀을 짜서 말이죠. 물론 일본 내에선 제법 큰 회사를 운영하지만 스태프가 많으면 체류비 등으로 너무 많은 돈이 들어서요. 하지만 한국에서 촬영을 하면 비용을 훨씬 절약할 수 있죠. 거기다 이 텐트는 특별하잖아요.”

“아, 그렇군요.”

“촬영 콘셉트는 기본적으로 노모자이크에 함께 도박을 하던 남녀가 빚을 해결하기 위하여 대마초를 피우고 하룻밤을 보낸 뒤 빚을 탕감해 준다는 단순한 내용입니다.”

통역 겸 카메라맨인 여자는 아무렇지 않게도 노모자이크라는 국내에서 흔히 쓰는 음지의 단어를 쓰면서 유창한 한국어로 말했다.

“저희가 캐나다에서 촬영을 한 이유는 일본에서도 모자이크가 없는 AV는 불법이거든요. 캐나다에서 수출용이라는 명분으로 촬영을 하면 일본 내에서는 암암리에 봐주는 문화가 있습니다.”

중요한 이야기를 할 차례였다.

“그렇군요. 그런데 저희는 어떤 보상을 얻죠? 이 텐트가 좀 비싸요. 제가 지나치게 돈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텐트를 빌려드리려면 꽤 많은 돈이 필요할지도 몰라요. 솔직히 제 공간을 남에게 내준다는 게 좀 복잡한 문제이기도 해서요.”

일본인 여자는 내게 명함을 건넸다. S2 AV. 하트가 그려져 있는 명함이었다.

S2라면 일본 내에서 손꼽히는 AV회사이자 조금은 야한 일반 영화들을 찍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유명했다.

“1천만입니다.”

나는 좀 적지만 새로운 걸 경험하기에는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응하려고 했다. 그때 상대가 뭔가 빠뜨렸다는 듯 다시 말했다.

“원이 아니라 엔이요. 1천만 엔. 한화로 약 1억 원입니다.”

나는 잠깐 마음속으로 놀랐지만 이내 놀란 기운을 떨쳐내고 1억원이요, 하면서 되뇌었다.

나는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겐 다솜이라는 친구가 있으니 상담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두 명이 생각하면 더 도움이 될 것이고 분야가 분야이니만큼 다른 성별의 의견도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의견은 당연히 오케이지. 1억원 받으면 나한테 얼마 줄 거야? 아니면 뭐 사줄 거야?”

그녀는 영국산 소형차를 원하는 듯했다. 사실 난 면허증만 있을 뿐 운전을 거의 못했으므로 차가 있다면 마트 등에 다녀올 때 편할 것 같았다.

영국산 소형차의 가격과 옵션을 그녀가 스마트폰으로 찾아보고 있을 때 나는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있었다. S2라면 사실 계약서를 자세히 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유명하고 큰 기업이었다.

그리고 계약서를 읽으며 떠올린 한 가지 좋은 기회는 어쩌면 일본 AV업계 사람들과 안면을 틀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내가 관심이 있었던 건 S2에서 유명한 AV배우들이었다.

그때 찾아온 배우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지만 엄청나게 예뻤다. 다솜보다는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계약서에 사인을 한 다음 통역사가 말을 했다.

“혹시 배우가 되는 것에도 관심이 있으면 말해줘요. 우리 입장에선 한번 물꼬를 튼 곳에서 계속 작업을 하면 비용 절약도 되고 당신은 배우들과 즐기면서 돈도 벌 수 있고 모두에게 좋은 일일 수 있으니까요. 아, 물론 저 여자분도 원한다면 배우로 쓸 수 있습니다. 업계 최고 대우를 해드리죠.”

통역사는 다솜에게도 명함을 건넸다. 그러고 보니 통역사도 원래 AV배우 출신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예뻤고 엄청난 몸매를 지녔었다.

돈 때문이 아니라 내 욕구를 채운다는 다른 목적으로, AV업계 일본인들이 자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AV배우가 되는 걸 승낙하고 싶은 기분까지 들었다.

그러면 통역사 겸 카메라맨을 포함한 다수와의 기획물을 찍을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내가 계약을 끝내고 일본인들이 숙소로 돌아갔을 때 다솜이 스마트폰을 보여줬다.

“짠! 나 이거 갖고 싶어.”

핑크색 미니 카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