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넷은 지글AI였다
von Haneulbaragi
끼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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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 속에서, 살찐이가 그 힘없는 신음을 다시 흘렸다.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그쪽으로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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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찐아?”
철민의 목소리가 순간 낮게 가라앉았다.
방금까지의 그 열띤 다툼은, 순식간에 뒷전으로 밀려났다.
철민은 다급히 배낭을 벗어, 그 안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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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찐이의 눈은 반쯤 감긴 채였고, 다친 그 다리는— 아까 감아둔 천이 어느새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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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다시 벌어진 건가?”
철민의 목소리가 떨렸다.
탕탕이도 그 옆으로 다가와, 그 상처를 유심히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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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 좀 하지 그랬어. 검은가면 때문에 상처가 벌어졌나 보네.”
“…뭐? 그게 왜 내 탓이야?!”
철민이 발끈하며 소리쳤다.
억울한 마음이 앞섰지만, 그 밑바닥에는— 혹시 정말 자기 탓일까 봐 걱정되는 그 불안도 함께 얽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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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 없는 건, 그냥 피곤해서 그런 거래.”
탕탕이가 아무렇지 않게 덧붙였다.
별일 아니니 신경 쓰지 말라는, 그 나름의 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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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민은 그 말에 조금 안도하면서도, 문득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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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지글넷에서 찾은 거야?”
“아니, 이건 무릉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내용이야.”
✦무릉…
철민은 순간, 그 이름에 마음이 살짝 술렁였다.
✦그러고 보니, 얘도 원래는— 그 무릉AI였지.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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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민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살찐이의 그 젖은 붕대를 조심스럽게 매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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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는 안 되겠어. 제대로 된 거즈랑 붕대부터 구해야 해.”
철민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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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디로 갈 건데?”
“어디긴, 약국 가면 되지.”
탕탕이의 물음에 철민은 별생각 없이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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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은 추천 안 하는데—”
탕탕이의 그 단호한 대답에, 철민은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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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방범 드론들이 득실거릴 거야. 의약품 관리 구역이라서.”
그 말에, 철민의 어깨가 축 처졌다.
겨우 마음먹고 나선 그 걸음이, 다시 막막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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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대체 어디로 가라는 거야?”
탕탕이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이내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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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마켓이나, 아니면 네온 25시라는 편의점 정도가 있어.”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철민의 속에서 뭔가가 확 불붙었다.
✦그놈의 찌글찌글! 이 지긋지긋한 Z는 대체 언제까지 따라올 셈이야!
문득, 예전에 그 자리가 원래 "G마트"였다는 게 떠올랐다.
동네에서 흔히 보이던 그 평범한 이름이, 지글에게 먹히면서 저렇게 껍데기까지 바뀌어버린 거였다.
오늘 하루 겪은 그 모든 일들— 해고당한 것부터, 배급소, 시위, 그리고 이 모든 참혹한 광경까지.
그 모든 원흉의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속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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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온 25시로 가자.”
철민이 낮게,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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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네온 25시는— 캐셔 안드로이드를 쓰지 않는, 무인편의점 브랜드였다.
곧게 뻗은 대로변을 따라가면 금방일 것 같았지만—
탕탕이가 문득 방향을 틀어, 건물 사이에 놓인 좁은 계단 쪽으로 향해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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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이렇게까지 돌아가야 해?”
사뿐히 계단을 오르는 탕탕이를 향해 철민이 투덜거리며 그 뒤를 따라갔다.
계단을 하나씩 오를 때마다, 다리에 힘이 쭉쭉 빠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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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을 위해서야. 아까 그 소란 때문에, 지상 쪽엔 다른 개체들이 몰려들었을 수도 있어.”
탕탕이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답했다.
철민은 그 말에 입을 다물고, 다시 묵묵히 계단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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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몇 층을 오르며 주변을 둘러보던 중— 쎄한 위화감이 스쳤다.
원래대로라면, 이 늦은 시간에도 누군가는 지나다가 마주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흔한 약쟁이들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한산했다.
✦탕탕이가 정리 프로토콜이라는 걸 한번 말해주긴 했지만, 그게 이 정도라고……?
그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텅 비어버린 거리를 두 눈으로 직접 마주하는 건— 또 다른 종류의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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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늦은 새벽에 컵라면을 같이 먹던 승호의 얼굴이 떠올랐다.
✦걔도… 이제 이 거리 어디에도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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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위화감이 채 가시기도 않은 채, 저 아래쪽 어딘가에서— 왁자지껄한 고함과 함께,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철민이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어렴풋한 실루엣 하나가 보였다.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승호…?
하지만 그 형체가 조금씩 선명해지자, 그건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
낯선 남자가, 뭔가에 잔뜩 흥분한 채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아니지. 승호는— 그때 Z가드한테 이미…
그 짧은 착각이 남긴 여운이, 오히려 더 씁쓸하게 가슴을 짓눌렀다.
철민은 애써 정신을 다잡으며, 다시 그 소란이 들려오는 아래쪽을 내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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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낡은 산탄총 한 자루를 손에 쥔 채, 거칠게 겨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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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마! 오지 말라고, 이 깡통 새끼들아!!”
그 목소리는 이미 이성을 잃은 지 오래인 듯, 거의 짐승처럼 갈라져 있었다.
그 앞을— 판다색의 육중한 Z가드 한 대가, 느릿하게 다가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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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해주십시오. 시민을 보호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 정형화된 대사가, 이 절박한 상황과 너무나 동떨어진 채로 흘러나왔다.
남자는 그 말에 더욱 발작하듯 소리치며, 방아쇠를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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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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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탄이 Z가드의 강화 장갑에 그대로 부딪혔지만, 표면에 몇 개의 얕은 흠집만 남긴 채 튕겨 나갔다.
Z가드는 그 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무심하게 팔을 뻗어— 남자의 몸을 그대로 붙잡았다.
철민은 옆에 선 탕탕이를 돌아보며 다급하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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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탕아! 저거 왜 안 도와줘?!”
탕탕이는 그 질문에 잠시 시선을 그쪽으로 옮겼다가, 다시 철민을 바라보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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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야간이라— 변수가 너무 많아서 곤란하거든.”
“그게 무슨 상관이야, 지금 사람이 죽게 생겼는데!”
“내가 개입한다고 해도, 결국 둘 중 하나는 위험해질 확률이 높거든.”
“둘 중 하나라니? 그게 무슨—”
철민은 그렇게 되묻다가,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
✦설마— 그 둘 중 하나가, 나야?
그 자각이 온몸을 타고 서늘하게 퍼져나갔다.
방금까지는 그냥 저 낯선 남자의 목숨에 대한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 계산 안에, 자기 자신의 생사까지 이미 포함되어 있었다는 게, 뒤늦게 실감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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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나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거야, 그 상황에서?”
탕탕이는 그 질문에 지극히 천진하게, 그러나 냉정한 계산이 담긴 그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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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을 구하려면 나도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데— 그러면 원리의 판단으로 검토해봤을 때 검은가면을 지킬 수 있는 가능성이 명백하게 떨어지는데 그래도 괜찮아?”
철민은 그 말에 온몸이 굳었다.
✦그러니까— 저 사람 목숨보다, 내 목숨이 우선이라는 거야?
그 생각이 스치자, 뭐라 반박해야 할지도 모르는 그 불편한 감정이 가슴 한구석에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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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아까의 그 착각이 다시 떠올랐다.
✦만약… 저게 진짜 승호였다면.
✦그때도 나는— 아무 말도 못 했을까.
✦아니면, 그래도 상관없으니 도와달라고, 그렇게 말할 수 있었을까.
그 답 없는 물음이, 가슴 한구석을 계속 무겁게 짓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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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민은 그 괴로운 생각을 애써 떨쳐내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문득 고개를 든 그 시선 끝에— 옥상 사이로, 야윈 고양이 몇 마리가 우르르 지나가는 게 보였다.
그리고 그 너머로, 가느다랗게 걸린 그믐달이 눈에 들어왔다.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흘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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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몇 골목을 더 지나서야, 저 멀리— 옅은 파란빛이 은은하게 반짝이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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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N 25」
낡았지만 여전히 켜져 있는 그 네온사인이, 이 텅 빈 거리에서 유일하게 살아있는 불빛처럼 느껴졌다.
가까이 다가가자, 유리문 너머로 어두컴컴한 매장 내부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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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더 한산하네.”
철민이 조심스럽게 그 문을 밀고 들어섰다.
계산대에도, 매대 사이에도— 그 흔한 관리 안드로이드 하나 보이지 않았다.
완전한 무인 매장이었다.
매대를 둘러보니— 이미 많은 진열대가 텅텅 비어 있었다.
몇몇 칸은 아예 바닥까지 쓸려나간 듯, 먼지 쌓인 흔적만 남아 있었다.
✦여기도, 이미 누군가 다녀갔구나.
그러다 문득, 한쪽 벽면에 붙어있는 낡은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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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 걱정 없이, 언제나 당신 곁에— 노동자의 친구, NZ 라거」
그 익숙한 문구를 보는 순간, 철민의 어깨에서 나도 모르게 힘이 살짝 풀렸다.
✦그래, 이런 거라도 있으니까— 그나마 좀 사람 사는 동네 같네.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친숙한 광고 문구 하나가— 이상하게도 작은 위안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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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민은 매대를 뒤지며,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찾기 시작했다.
거즈, 붕대, 그리고 몇 개의 소독용품— 다행히 의약품 코너는 아직 완전히 털리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그걸 손에 쥐고 계산대 쪽으로 향하던 중, 철민은 문득 걸음을 멈췄다.
✦…잠깐, 이런 상황에 굳이 계산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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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가져갈까?”
철민이 낮게 중얼거리며, 어느새 식량과 음료, 충전기까지— 가늠할 수 없는 물건들을 잔뜩 끌어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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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여기저기 다 털렸잖아. 나 하나 더 가져간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탕탕이는 그 말에 잠시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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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가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뭐?”
“내가 원리로 따져봤을 땐— 그건 명백한 도둑질이야. 검은가면에겐 잠깐의 일탈일 수 있지만, 가게 주인에겐— 인생 자체가 부정당하는 끔찍한 트라우마가 될지도 몰라.”
철민은 그 말에 순간 양심이 찔렸다.
하지만 지금 이 절박한 상황에서, 그런 원칙론이 얼마나 부질없게 느껴지는지도 동시에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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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떡하라고. 넌 살찐이가 걱정되지 않아?”
“살찐이를 위해서라면서— 지금 가져온 건 다시 넣어두는 게 어때?”
철민은 그 질문에, 딱히 반박하지 못했다.
그저— 조용히, 탕탕이와 무의미한 눈빛을 주고받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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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철민은, 계산대 밑에서 지퍼가 달린 큼직한 쇼핑백 하나를 꺼내 그 물건들을 챙겨 넣었다.
✦미안해요. 나중에 이 세상이 좀 나아지면— 어떻게든 갚을게요.
그 알량한 다짐이, 조금이나마 그 죄책감을 덜어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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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민은 그 물건들을 챙긴 가방을 메고, 매장 한쪽 구석으로 조심스럽게 향했다.
그곳에서 살찐이를 배낭 밖으로 꺼내, 바닥에 부드러운 천을 깔고 눕혔다.
떨리는 손으로 새 거즈와 붕대를 꺼내— 아까 그 젖은 붕대를 조심스럽게 풀어냈다.
상처는 여전히 붉었지만, 다행히 더 심하게 벌어지진 않은 듯했다.
철민은 소독약 대신, 깨끗한 물로 그 상처를 다시 한번 씻어냈다.
그리고 새 거즈를 덧대어, 이번엔 제대로 된 붕대로 단단히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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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좀 낫겠지.”
철민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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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찐이는 그 손길에, 처음으로 몸을 크게 떨지 않았다.
그르릉— 하는 낮고 옅은 소리가, 그 작은 목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철민의 눈시울이 살짝 뜨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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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잘했어. 진짜 잘 버텼어.”
살찐이는 그 목소리에 안심한 듯, 서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매대 한쪽 구석에 몸을 웅크린 채— 편안한 숨소리와 함께,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탕탕이는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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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나갔다 올게.”
“어…? 어디 가는데?”
“…….”
탕탕이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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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민은 그 침묵에, 혹시 아까 그 도둑질 때문에 탕탕이의 심기가 상한 게 아닐까 싶어 내심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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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마. 야간 경계를 잠깐 하려는 것뿐이니까.”
그 말을 남기고, 탕탕이는 조용히 매장 밖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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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닫히고 홀로 남은 그 어두운 골목에서— 탕탕이는 잠시 멈춰 서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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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결과적으로는 생존에는 도움이 될 테니까.”
그 말끝이, 스스로도 알 수 없는 옅은 흔들림을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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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만… 봐주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