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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2-1

von 한용운 · 2026-08-25

“모르지요. 그거야 알 수가 있나요?”

“모르시겠지요. 아실 수가 있나요.”

“에구, 이런 몹쓸 년이 어디 있을까. 진작 죽었어야 할 것이 여태 살았지요.”

그러고는 조금 진정하더니 말을 이었다.

“그전에 우리가 처음 이사 갔을 때, 당신이 한 번 우리 집에 온 일이 있지요? 생각나시오?”

“네, 그런 일이 있지요.”

“그때 나하고 싸운 일이 있지요?”

“그런 일이 있지요.”

“그때 왜 싸웠는지 자세히 아시겠소?”

“어째서 싸웠는지는 자세히 모르겠어요. 그저 싸운 것만 생각나는군요.”

순영은 옛일을 떠올렸다.

“나는 지금까지도 그때 일을 조금도 잊지 못했어요.”

“그날 당신이 놀러 와 있을 때, 우리 어머니가 나를 나무라고 때리셨어요.”

“학교 공부를 하다 말고 소리를 배운다고요.”

“그때 나는 서울에 가서 학교를 다니다 말고 바람이 나서 가무를 배웠거든요.”

“집에서 그걸 알고, 내가 다니러 간 참에 어머니가 야단을 치며 때리셨지요.”

“그런데 그때 당신이 창남이와 같이 놀면서 내 흉을 보았어요.”

“왜, 우리 동네에 창남이라고 같이 놀던 아이가 있었잖아요.”

“그 아이하고 내 흉을 보니까 어머니가 사설을 늘어놓으며 나를 더 때렸어요.”

“저 순영이같이 얌전한 애를 본받으라고 하면서 자꾸 때렸지요.”

“나는 부끄럽고 아파서 자꾸 우는데, 당신은 창남이와 픽픽 웃어 가며 흉을 보았어요.”

“그때 나는 당신이 얼마나 미웠는지 몰라요. 아무도 없었으면 죽이고 싶었어요.”

“그래서 나중에 당신이 집으로 갈 때 동네 앞 고개까지 쫓아가서 싸웠지요.”

“그때 나는 조금 나이가 위였으니까 내가 당신을 때렸지요.”

“당신은 옷을 찢기고 얻어맞고서 울며 가지 않았어요?”

“그 뒤로도 앙심이 풀리지 않아, 언제든 당신을 꾀어다가 나와 같은 신세로 만들려 했어요.”

“에구, 숨이 가빠 죽겠네.”

“그러다 송씨에게 여러 번 말을 넣어 당신을 데리러 갔던 것이에요.”

“내가 처음 당신을 꾀러 갔던 때가 바로 그래서 간 것이에요.”

“그리고 서울에 와서도, 송씨가 당신을 기생으로 넣으려는 것을 내가 못 넣게 막았어요.”

“기생은 색주가보다 나으니까요.”

“나는 아무쪼록 당신을 나와 똑같은 색주가로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기생으로 못 넣도록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청을 넣고 다녔지요.”

“그렇게 해서 당신이 사숙으로 가무를 배우러 다니게 된 거예요.”

“그러니 그런 몹쓸 년이 어디 있어요? 아마 당신은 그렇게 된 줄 모르시겠지요?”

그러고는 가쁜 숨을 돌렸다.

“나는 그런 줄은 꿈에도 몰랐지요. 그저 당신하고 서울로 함께 온 줄만 알지요.”

“그런 속내야 어찌 알겠어요. 그렇지만 그때 당신이 아무리 꾀었어도 내 마음에 없었으면 갔겠어요?”

“내가 즐겨서 간 것이니 그 역시 내 팔자지요. 누구를 원망하고 탓하겠어요.”

“그러나저러나 그때 일을 이제 와서 생각한들 무엇 하겠어요?”

순영은 도리어 운옥을 위로했다.

“당신은 말하는 것도 참 착하십니다.”

“나는 당신에게 한 일이 하늘에 사무치는 한이 됩니다.”

“당신은 나 때문에 저런 고생을 하고, 나는 당신에게 잘못한 죄로 이렇게 되었습니다.”

그러고는 콜록콜록 기침을 했다.

“그런데 어쩌다 몸이 저렇게까지 되었어요?”

순영이 얼굴을 찡그렸다.

“네, 차차 말씀드리지요. 내가 당신에게 지은 죄가 그뿐이 아닙니다.”

“정말 더 큰 죄를 지었어요. 다 말씀드리지요.”

“아이, 주사 기운이 다하기 전에 말을 해야 할 텐데, 다 못 하고 죽으면 어쩌나.”

“숨을 돌려 가면서라도 해야겠습니다.”

그러더니 순영을 보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나 물 한 모금만 더 주세요.”

순영은 그릇을 씻고 또 씻어 맑은 물을 한 그릇 가득 떠다 주었다.

“저이가 바깥양반이지요?”

그 여자는 물을 마시고 나서, 세상모르고 누운 대철을 턱으로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네,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은 남편이 아니세요? 그전에는 내외간이었지요?”

“네, 그전에는 내외간이었지요.”

“지금은 아무 관계도 없어요?”

“얼마 전부터는 남남이지요.”

“그러시겠지요. 말하자면 저이가 내 남편이지요.”

“당신의 남편이라니요?”

순영은 놀라며 무슨 영문인지 몰라 물었다.

“네, 법률로 말하면 내 남편이지요. 나하고 호적이 같으니까요.”

“아, 그래요? 어쩌다 그렇게 되었어요?”

순영이 그렇게 말하자, 대철이 간신히 머리를 들어 말하는 사람을 보려 했다.

그러나 눈이 어두워진 지 오래라 볼 수는 없었다.

“그게 누구요?”

대철이 목 안으로 잠긴 소리로 물었다.

“네, 나는 난향이오. 당신의 마누라요.”

“무슨 말이든 가만히 계시오. 나는 당신과는 말하기도 싫소.”

그러고는 다시 순영을 보며 말했다.

“내가 앞뒤 사연을 자세히 말씀드리지요.”

“아까 당신을 꾀어낸 것도 죄라고 했지만, 저이에게 한 일은 차마 당신께 말할 수 없는 죄악입니다.”

“내가 목포에 있다가 얼마 안 되어 함흥으로 가서 지내게 되었는데, 우연히 저이를 알게 되었지요.”

“차차 가까워져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 당신의 남편인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저이가 원산 바다에서 당신이 빠졌을 때 건져 준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자세히 보니 틀림없이 그 사람이더군요.”

“그때 당신은 물에 빠져 죽을 지경이었으니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할지 몰라도, 나는 당신보다 자세히 보았거든요.”

“처음에는 그 사람인지 아닌지 몰랐지만, 그 말을 듣고 보니 알 수 있었어요.”

“그런데 그건 그것대로 두고, 그때 저이를 보니 외양도 괜찮고 금광을 한다는데,”

“어디로 보나 그만하면 그럴듯해 보인단 말이지요.”

“그런 사내가 당신의 남편이 되어 재미있게 산다는 데는 어쩐지 시기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나는 당신이 색주가 노릇을 하다가 타락해서 아주 어렵고 고생스럽게 되기를 바라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색주가를 그만두고 번듯한 남편을 얻어 깨끗한 살림을 행복하게 산다는 말을 들으니,”

“공연히 가슴에서 불덩이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었어요. 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