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회(密會)
von 이광수 · 2026-03-20
“내가 늦었소. 가섬벌에서 사냥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소.”
주몽의 말에 파수 군사들은 횃불을 들고 그의 모습을 살폈다. 안장에 달린 새와 짐승들을 보고 한 군사가 주몽의 말 고삐에 손을 대며 말했다.
“밤 파수를 보며 무료한데, 술을 마시려니 안주가 없으니, 새 한 마리 주지 않겠소?”
주몽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 어렵지 않소.” 그러고는 새 한 마리를 떼어 주었다.
“그런데 오늘 웬일이요? 나는 거의 매일 사냥을 다녀도 이렇게 늦게 이 나루를 건너는 군사를 본 적이 없는데.”
주몽이 고개를 숙여 풀을 뜯으려는 말을 고삐로 당기며 물었다.
“아, 젊은 친구는 모르는구나. 주몽 왕자가 도망쳤다고 나라에서 사방으로 찾고 있다네. 주몽 왕자를 잡기만 하면 상금으로 집 하나에 말 열 필, 그리고 벼슬 두 자리를 준다고 하더군.”
주몽은 소리내어 웃으며 말했다. “집 한 채에 말 열 마리, 그리고 벼슬 두 자리라니, 괜찮군요. 그런데 여기서 파수를 서고 있으니, 도망친 주몽 왕자가 이리로 올 것 같소?”
한 군사가 대답했다. “누가 안 그렇대? 말 타는 주몽 왕자는 벌써 천리를 갔을 거야. 우리는 여기서 웅크리고 무엇하러 서 있는 거지? 자, 술이나 한 잔 하세. 젊은 친구, 잘 가시오.”
주몽은 그들의 작별 인사를 다행으로 여기며 말을 달리려 할 때, 다른 군사 하나가 그의 말 고삐를 잡으며 말했다.
“젊은 친구, 잠깐만 가만히 있어 보시오. 오늘 혹시 주몽 왕자를 보지 못했는가? 오늘 닭이 울 때 이 나루를 건넜다는 소문이 있던데.”
주몽은 대답했다. “해 뜬 뒤에 건넌 내가 달구리에 건넌 사람을 어떻게 보았겠소?”
그 군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도 그럴 게야. 그럼 잘 가시오. 우리는 새 구워 놓고 술이나 마실라네. 가다가 관인이 묻거든, 우리들은 여기서 파수를 잘 보고 있었다고 하시오.”
그렇게 말고삐를 놓았다. 주몽은 채찍을 들어 말을 달렸다. 달은 아직 뜨지 않았다. 그는 달 뜨기 전에 가섬벌을 지나야 했다.
말은 주인의 뜻을 아는 듯이 네 발을 힘차게 내디뎠다. 늘 다니던 평지 길이라 눈을 감아도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있었다. 가섬벌 집들에서 불빛이 보일 즈음, 말은 땀에 젖어 축축해졌다.
주몽은 말을 느리게 하여 버들 숲 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말을 숨길 자리를 찾고 있었다. 주몽은 말을 물가의 버들가지에 매고 손을 들어 등을 두드리며, 오늘 밤의 일이 큰 것임을 알렸다.
주몽은 단신으로 관가 배가 매어 있는 곳까지 걸어갔다. 여기에는 작은 배와 큰 배가 여러 척 매어 있어, 왕자들과 궁중 관원들이 언제나 사용할 수 있었다. 때로는 뱃놀이도 하곤 했다.
주몽은 물빛으로 배를 고를 수 있었다. 그는 혼자 젓기에 힘이 들지 않는 조그마한 배 하나를 끌어내어 젓기를 시작했다. 무엇이든 능한 주몽은 배 젓기에도 능숙하여 배는 그의 뜻대로 잘 움직였다.
며칠 전 비로 인해 강물은 불어 물살이 세졌지만, 주몽은 힘들이지 않고 제 길을 찾았다. 이 강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흘러 발해로 들어가는 강이었지만, 가섬벌에 와서는 둥글게 휘어져 몇 굽이를 지어 흘렀다. 주몽이 목적하는 예랑의 집 후원은 이러한 한 굽이에 갈라진 지류를 잠깐 거슬러 올라간 곳이었다.
강물은 맑은 물은 아니었지만, 별을 비추기에는 맑은 물이나 다름없었다. 부유스러운 수면에 떠 있는 검은 배들이 고요한 밤의 강 위에 있었다. 노젓는 소리와 물가에 축축하게 늘어진 버들가지에 걸려 스치는 물소리만이 들렸다. 지금은 물고기들도 잠들려 할 때, 주몽은 배를 저어 작은 개울 줄기를 찾아 올라갔다.
동편 하늘은 밝아졌지만, 아직 달은 오르지 않았다. 주몽은 노젓는 소리도 내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저어, 급히 저어 하늘과 물 사이에 검은 수풀 그림자를 대중으로 예랑과 약속한 지점을 찾아 배를 갯버들 숲에 숨기고 달 뜨기를 기다렸다.
서늘한 바람이 땀에 젖은 주몽의 몸을 스쳤다. 가만히 바라보니, 수면에서 수증기가 피어올라 물의 흰 것과 육지의 검은 경계가 서로 녹아버렸다. 그래도 맑은 가을 하늘을 흐리게 할 정도는 아니었으니, 대개 수증기는 피어오르지 않고 물과 땅 위에 무겁게 기어 있었다.
반딧불들이 어지럽게 날아다녔다. 껐다 켰다 하는 사랑의 등불이었다. 그들은 제 몸을 태워 빛을 발하며 짝을 부르며 날았다. 날면서도 빛을 발하고 풀잎에 앉아 빛을 발하며, 누구인지 모르지만 그리운 짝을 청하고 있었다. 껐다 켰다, 푸른 사랑의 등불.
동편 하늘은 더욱 밝아졌다. 달은 아직 보이지 않았지만, 달빛은 이미 주몽이 숨은 버들 숲까지 흘러왔다. 달이 뜨기를 기다렸다. 달이 뜨면 예랑이 이곳에 올 것이었다.
주몽은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혹시 발자국 소리, 혹은 목소리, 또 혹은 옷자락 소리가 들릴 것만 같았다. 그의 마음속에는 모든 생각이 사라지고 오직 예랑의 소리를 듣고자 하는 생각만 남았다. 만약 예랑의 소리가 하늘에서 나면 하늘로 날아오르고, 물속에서 나면 물로 뛰어들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