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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密會)

von 이광수 · 2026-03-20

굿터 나루를 건널 때, 이미 동이 트고 있었다.

그들은 종적을 감추기 위해 큰길을 벗어나 소로로 들어섰다. 해가 뜨기 전에 인적 없는 수풀 속에 몸을 숨기려 했다. 나뭇잎이 아직 떨어지지 않아 숨을 곳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곳은 높은 산이 아니라 축축한 벌판이었고, 민첩한 높이의 작은 언덕들만이 있었다. 그곳에는 버드나무와 느릅나무, 그리고 가끔씩 들배나무가 자생하고 있었다.

주몽은 사냥을 다닐 때 보았던 아늑하고 으슥한 곳을 찾아 하루를 쉬기로 했다. 해가 지고 달이 뜨기를 기다려 다시 달릴 작정이었다.

새벽의 평원은 물보다도 무거운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 은빛 안개가 널리 깔려 마치 호수처럼 보였다. 안개 위로 쑥쑥 솟은 키 큰 나무들은 허깨비처럼 보였다. 말발굽이 헤치는 이슬에 젖은 풀잎 소리에 놀란 새와 짐승들이 허겁지겁 날아다녔다. 주몽은 어느새 사슴 한 마리와 뜸부기 한 마리를 맞혔다.

일행은 이로써 좋은 아침을 먹고, 말을 먹음직한 풀밭에 놓은 뒤 곤한 잠에 빠졌다.

주몽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 이미 해는 낮이 기울고 있었다.

그는 문득 오늘 밤의 약속을 떠올렸다. 오늘 밤, 주몽은 배를 타고 그 집 후원에 있는 버들 숲까지 가기로 어젯밤 예랑과 약속했던 것이다. 예랑이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밤버들 숲에서 기다리다가 그를 만나지 못할 슬픔을 생각하니, 주몽의 마음은 불안해졌다. 더구나 예랑은 태자 대소의 사랑을 물리치고 주몽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주몽은 예랑과의 약속을 지키기로 결심했다.

그는 뒤에 따르는 자가 있는지, 있다면 어떤 방향으로 따르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시종자 한 사람과 옷을 바꾸어 입고 단신으로 염탐의 길을 떠나겠다고 주장했다.

오이, 마리, 합보 세 사람은 주몽의 뜻이 부당하다고 번갈아 말하며 만류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지금 가섬벌에서는 도련님을 찾느라 혼란스러울 것이고, 도련님 한 분을 놓는 것은 호랑이를 들에 내놓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왕이나 태자가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습니다. 도련님께서 세상에 나가신다면 반드시 많은 호걸과 백성이 따를 것이고, 그렇게 되면 동부여와 북부여가 모두 도련님의 것이 될 것입니다. 눈 있는 자라면 다 알 것입니다. 그러니 아직 날개가 돋고 톱이 자라기 전에 도련님을 없애려는 음모가 있었던 터인데, 혹시나 도련님이 가섬벌을 떠나지 않고 태자의 충성된 신하가 되실까 하는 요행을 바라며 지금까지 머뭇거렸던 것입니다. 그런데 한번 가섬벌을 떠나셔서 왕과 태자를 배반하실 뜻을 보이신다면, 이제 잡히게 되는 날에는 화를 면하시기 어려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