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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는 숲》 제1부 — 죽은 친구의 남자 제10화. 문 앞에 남겨진 밤

von SEINE · 2026-10-20

김준은 휴대전화 화면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 사람도 거기 있었습니다.

짧은 문장 하나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연구실 안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창가에는 오후 햇빛이 비스듬히 들어왔고, 복도에서는 대학원생들이 웃으며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프린터를 작동시키는 소리도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런데 준은 마치 자신만 다른 공간에 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

손끝이 차가웠다.

조금 전까지 강태신과 마주 앉아 식사하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가 자신을 바라보며 웃었던 얼굴.

바람에 흩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려다 손끝이 스쳤던 순간.

그리고 그가 했던 말.

오늘은 즐거웠습니다.

준은 천천히 손을 움켜쥐었다.

자신도 그 순간이 싫지 않았다.

그 사실이 지금은 이상할 만큼 불편했다.

준은 휴대전화를 다시 들었다.

그 사람이 누구입니까?

전송.

메시지는 정상적으로 보내졌다.

하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준은 잠시 기다렸다가 다시 입력했다.

강태신 검사입니까?

이번에는 답장이 오기까지 채 일 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 이름을 먼저 말한 건 당신입니다.

준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대답을 피하고 있었다.

준은 그 문장을 몇 번 읽었다.

발신자는 자신이 강태신을 의심하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가 그날 밤 자신의 집 앞에 있었다는 사실은 확인해 주지 않았다.

준은 수첩을 펼쳤다.

그리고 천천히 적었다.

익명 발신자는 유진이 사망 전날 밤 김준의 집에 방문했다고 주장함.

동행인이 있었다고 주장하나 신원은 밝히지 않음.

발신자의 진술은 현재 확인되지 않음.

펜을 내려놓으려던 순간이었다.

휴대전화가 다시 진동했다.

그날 밤 현관문을 열어 봤어야 했어요.

준의 손이 멈췄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가슴 안쪽이 서늘해졌다.

그날 밤.

자신은 분명 집에 있었다.

유진이 보낸 메시지를 읽고도 내일 이야기하자고 했다.

그 뒤에는 논문을 읽었다.

그리고 잠이 들었다.

복도에서 무언가 끌리는 소리가 났던 것도 같았다.

하지만 그 소리가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준은 눈을 감았다.

기억을 되짚으려 할수록 장면이 더 흐려졌다.

그날 밤 현관문을 열었다면.

정말 유진이 서 있었을까.

준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목구멍이 꽉 막힌 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알고 있었다.

죄책감이었다.

그런데 그 죄책감이 실제 사실에 근거한 것인지, 누군가의 말 때문에 새롭게 만들어진 것인지는 구분해야 했다.

준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다시 문자를 보냈다.

증거가 있습니까?

이번에는 아무런 답장이 오지 않았다.

오후 네 시 십 분.

준은 연구실을 나와 복도를 걸었다.

손에는 휴대전화를 쥐고 있었다.

그녀는 한서윤 교수의 연구실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문을 두드리려다 잠시 망설였다.

교수는 이미 여러 번 자신에게 경고했다.

친구의 죽음에 지나치게 몰두하지 말라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혼자 해석하지 말라고.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유진이 자신의 집 앞까지 왔다는 말.

그것이 사실이라면 마지막 행적을 확인할 중요한 단서였다.

준은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

안에서 서윤의 목소리가 들렸다.

준은 문을 열었다.

“교수님, 잠깐 괜찮으세요?”

서윤은 읽고 있던 논문을 내려놓았다.

“응. 들어와.”

준은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서윤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 있어?”

준은 휴대전화를 꺼냈다.

“이상한 문자를 받았습니다.”

서윤은 화면을 받아 들었다.

처음에는 별다른 표정 없이 읽었다.

그러나 마지막 메시지에 이르자 눈썹이 조금 좁혀졌다.

“이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다고?”

“네.”

“어제도 같은 번호로 연락이 왔고?”

“네. 경찰에도 알렸습니다. 오늘 받은 메시지는 아직 전달하지 않았고요.”

서윤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준아.”

“네.”

“이 문자를 읽고 가장 먼저 무슨 생각이 들었어?”

준은 잠시 침묵했다.

“유진이가 정말 집 앞까지 왔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다음에는?”

준은 시선을 내렸다.

“제가 문을 열었어야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준은 손끝을 맞잡았다.

“그날 밤에 복도에서 소리가 났던 것 같아요.”

“어떤 소리?”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무언가 끌리는 소리였던 것 같기도 하고요.”

“그 기억은 문자를 받기 전부터 분명했니?”

준은 대답하지 못했다.

서윤은 부드럽게 말했다.

“기억은 녹화 영상이 아니야. 나중에 들은 정보가 이전 기억을 재구성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해.”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서윤은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그런데 준아.”

“네.”

“넌 지금 이 문자를 사실이라고 믿고 싶은 거니, 아니면 사실이 아니길 바라는 거니?”

준은 교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질문에는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유진이 집 앞까지 왔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자신은 마지막으로 친구를 만날 기회를 놓친 사람이 된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라면 누군가가 자신에게 의도적으로 죄책감을 심어 주고 있는 셈이었다.

어느 쪽도 견디기 쉬운 일은 아니었다.

“모르겠습니다.”

준이 조용히 말했다.

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 있어.”

준은 손을 내려다보았다.

“교수님.”

“응.”

“저는 유진이가 죽었다는 게 아직도 이상해요.”

서윤은 기다렸다.

“유진이는 항상 저한테 연락했어요. 제가 전화를 안 받아도 다시 했고, 바쁘다고 하면 메시지를 남겼어요.”

준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그런데 이제는 아무것도 안 와요.”

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게 제일 이상해요.”

서윤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준은 시선을 내린 채 말을 이었다.

“유진이가 죽었다는 건 알고 있는데, 가끔은 제가 답장을 늦게 해서 화가 난 것 같아요.”

말끝이 희미하게 떨렸다.

준은 입술을 다물었다.

그녀는 자신이 울 것 같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게 싫었다.

서윤은 아무 말 없이 책상 위의 휴지를 준 쪽으로 밀어 주었다.

준은 그것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손을 뻗지는 않았다.

잠시 후 서윤이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생각하자.”

준은 고개를 들었다.

“교수님.”

“문자는 경찰에 전달하고, 유진 씨가 실제로 방문했는지는 객관적인 자료로 확인해 보자. 건물 출입 기록이나 CCTV 같은 것들.”

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리고 네가 그날 문을 열지 않았다고 해서, 그 뒤에 일어난 모든 일을 네 책임으로 돌리지는 마.”

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윤은 조용히 덧붙였다.

“너는 그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잖아.”

준은 시선을 내렸다.

맞는 말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이 위로가 되면서 동시에 아팠다.

자신은 몰랐다.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그 사실이 견디기 어려웠다.

같은 시각.

강태신은 검찰청 회의실에서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맞은편에는 박현우가 앉아 있었다.

“강 검사님.”

“네.”

“여기 증거목록 한 번만 더 확인해 주시겠습니까?”

태신은 서류를 넘겼다.

“이 부분이요?”

“네.”

그는 빠르게 내용을 읽었다.

그리고 펜으로 한 줄을 표시했다.

“여기는 진술 시점이 다르네요. 다시 확인해 보세요.”

“아, 그러네요.”

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태신은 서류를 돌려주었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차분하고 정확했다.

하지만 회의가 끝난 뒤 혼자 남자 그는 곧바로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김준에게서 연락은 없었다.

태신은 잠시 화면을 바라보았다.

어제와 오늘.

그는 김준의 작은 변화들을 계속 떠올리고 있었다.

식당에서 처음으로 웃었던 얼굴.

자신의 손이 가까워지자 잠시 멈췄던 움직임.

그리고 헤어질 때의 표정.

그녀는 분명 당황했다.

태신은 그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상한 조바심도 느꼈다.

그녀가 다음에는 자신을 거절할 수도 있다는 생각.

조금 전의 웃음이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

그는 그런 가능성이 불쾌했다.

휴대전화를 들었다.

오늘 저녁에는 뭐 하세요?

메시지를 입력했다가 지웠다.

너무 자주 연락하는 것 같았다.

태신은 자신이 그런 계산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웃음이 나왔다.

그동안 여자들은 대개 먼저 연락했다.

만나고 싶다고 했고, 서운하다고 했고, 왜 연락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그때마다 적당히 대답했다.

하지만 김준은 달랐다.

그녀는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

자신의 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가끔 아주 작은 틈을 보였다.

그 틈이 태신을 더 궁금하게 만들었다.

그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짧은 메시지 하나를 보냈다.

오늘 날씨가 많이 쌀쌀하네요.

태신은 전송된 문장을 바라보았다.

그저 날씨 이야기였다.

그녀가 답장하지 않아도 이상하지 않을 말.

그런데도 그는 화면을 끄지 못했다.

오후 여섯 시 사십 분.

준은 학교 도서관을 나왔다.

해가 빠르게 지고 있었다.

바람이 불자 코트 자락이 흔들렸다.

그녀는 목도리를 조금 더 여몄다.

휴대전화에는 강태신의 메시지가 와 있었다.

오늘 날씨가 많이 쌀쌀하네요.

준은 그 문장을 바라보았다.

평범한 안부였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메시지조차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누군가는 그를 믿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정작 강태신은 자신에게 다정했다.

그는 식사 자리에서 유진의 이야기를 피하지 않았다.

자신이 불편해하면 물러났고, 거절하면 더 강요하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까지 자신이 직접 경험한 그는 그랬다.

그렇다고 익명의 경고를 무시할 수도 없었다.

준은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었다.

학교 정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때 다시 진동이 울렸다.

강태신이었다.

저녁은 드셨어요?

준은 걸음을 멈췄다.

잠시 망설이다가 답장을 보냈다.

아직입니다.

곧바로 답장이 왔다.

오늘도 안 드셨네요.

준은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를 아주 조금 올렸다.

그는 자신이 식사를 자주 거른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다.

별것 아닌 일이었다.

그런데 그런 사소한 기억이 사람을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준은 새삼 깨달았다.

그녀는 답장을 보냈다.

이제 먹으려고 합니다.

태신의 답장이 왔다.

잘하셨습니다.

준은 그 문장을 읽다가 잠시 웃었다.

마치 어린아이에게 칭찬하듯 말하는 것이 조금 우스웠다.

그녀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으려 했다.

그때 또 메시지가 도착했다.

혹시 혼자 드시나요?

준은 잠시 생각했다.

네.

잠시 뒤.

그럼 같이 드실래요?

준은 화면을 바라보았다.

또다시 만남을 제안하는 말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지금은 그를 만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마음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준은 답장을 입력했다.

오늘은 혼자 먹겠습니다.

전송.

잠시 후 답장이 왔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그럼 다음에요.

준은 그 문장을 바라보았다.

다음에.

그는 언제나 다음을 이야기했다.

준은 문득 궁금해졌다.

강태신에게 다음이라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단순한 인사일까.

아니면 정말 다시 만나고 싶다는 뜻일까.

그녀는 그 생각을 지우려는 듯 휴대전화를 가방에 넣었다.

저녁 일곱 시 십오 분.

준은 학교 근처의 작은 식당에 들어갔다.

혼자 앉을 수 있는 창가 자리를 골랐다.

따뜻한 국물이 있는 음식을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기 전, 그녀는 유진과 찍은 사진을 열었다.

몇 년 전 겨울이었다.

유진은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고 있었다.

준은 그 옆에서 무표정하게 서 있었다.

사진 속 유진은 준의 팔을 꼭 붙잡고 있었다.

그날 유진은 한참 동안 사진을 보며 웃었다.

“준아, 너는 왜 사진 찍을 때도 안 웃어?”

“웃어야 해?”

“당연하지!”

“왜?”

“행복한 날이잖아.”

준은 그때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진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팔을 더 세게 붙잡고 웃었다.

준은 사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유진과 함께 있을 때 자신은 굳이 웃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됐다.

유진은 준이 무표정해도 좋아했다.

말수가 적어도, 연락이 늦어도, 혼자 있고 싶다고 해도.

가끔 서운해했지만 결국 다시 찾아왔다.

준은 사진 속 유진의 얼굴을 손끝으로 쓸었다.

“……유진아.”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너 그날 왜 왔어?”

대답은 없었다.

준은 화면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그때 음식이 나왔다.

따뜻한 김이 올라왔다.

준은 숟가락을 들었다.

하지만 첫 숟가락을 입에 넣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밤 아홉 시 이십 분.

강태신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차량 안에는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그는 신호등 앞에서 잠시 멈췄다.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김준에게서 새로운 메시지는 없었다.

그는 화면을 바라보다가 짧게 웃었다.

“오늘도 혼자 먹겠다고.”

그녀는 정말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같았다.

그런데 태신은 문득 궁금해졌다.

그녀가 혼자 있고 싶지 않은 날도 있을까.

누군가 옆에 있어 주길 바라는 순간도 있을까.

그때 자신을 떠올리게 만들 수 있다면.

태신은 그 생각이 마음에 들었다.

그는 천천히 차를 출발시켰다.

잠시 후 휴대전화가 울렸다.

서민혁이었다.

태신은 차량의 통화 버튼을 눌렀다.

“왜.”

“너 지금 어디야?”

“집 가는 길.”

“잠깐 만날 수 있어?”

“무슨 일인데.”

민혁은 잠시 침묵했다.

“유진이 일 때문에.”

태신의 표정이 굳었다.

“전화로 해.”

“전화로 할 얘기가 아니야.”

“그럼 내일.”

“태신아.”

민혁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날 집에 있었던 사람들 중에 누가 말을 하고 다니는 것 같아.”

태신은 운전대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무슨 말.”

“유진이 얘기.”

잠시 정적이 흘렀다.

태신은 앞을 바라보았다.

“누가.”

“아직 몰라.”

“확인도 안 된 얘기를 왜 나한테 해.”

민혁은 짧게 숨을 내쉬었다.

“김준한테 누가 연락하는 것 같아서.”

태신의 손이 멈췄다.

“뭐?”

“정확한 건 아닌데…….”

“민혁아.”

태신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네가 김준한테 누가 연락하는지 어떻게 알아?”

상대방은 대답하지 않았다.

태신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

“너 김준을 지켜보고 있어?”

“아니야.”

“그럼 어떻게 아는데.”

긴 침묵.

민혁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누가 그러더라.”

“누가.”

“그건…….”

태신은 웃었다.

하지만 눈은 차가웠다.

“너 요즘 자꾸 말을 하다 마네.”

민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태신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직접 알아볼게.”

“태신아, 그러지 마.”

“왜?”

“괜히 일 커질 수 있어.”

태신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이미 커진 것 같은데.”

통화가 끊겼다.

태신은 휴대전화를 내려다보았다.

김준.

누군가 그녀에게 연락하고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유진의 죽음에 관해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태신은 입술을 다물었다.

그녀가 자신을 경계하는 이유가 그것 때문일까.

그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김준에게 메시지를 보내려다가 멈췄다.

지금 연락하면 오히려 이상하게 보일 수 있었다.

그는 화면을 껐다.

하지만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밤 열 시 사십 분.

준은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익숙한 냄새가 났다.

작은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