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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사장님 남자친구입니다

von 루시엘 · 2026-10-26

# 《두부참이슬》

루시엘 지음

## 27화. 사장님 남자친구입니다

“서하 씨, 이번 주 금요일 저녁에 시간 있어요?”

윤서하는 두부를 썰다가 고개를 들었다.

“금요일이요? 왜요?”

강태준은 맞은편 의자에 앉아 물컵을 만지작거렸다.

평소 같으면 먼저 장난부터 쳤을 남자가 오늘은 어딘가 조심스러웠다.

“회사에서 행사가 하나 있어요.”

“회사 행사요?”

“네. 창립 기념 행사인데, 주요 임원들이랑 거래처 관계자들도 참석해요.”

서하는 칼을 내려놓았다.

“그런데요?”

“……같이 가 줄 수 있어요?”

순간 서하의 표정이 굳었다.

회사 행사.

임원들.

거래처 관계자들.

자신과는 전혀 다른 세계의 단어들이었다.

“제가요?”

“네.”

“왜요?”

태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솔직하게 말했다.

“서하 씨를 제 옆에 소개하고 싶어서요.”

서하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태준은 그녀의 표정을 살피며 서둘러 덧붙였다.

“물론 부담스러우면 안 와도 돼요. 꼭 참석해야 하는 자리도 아니고요. 제가 억지로 데려가고 싶은 건 아니에요.”

“…….”

“그냥 서하 씨가 괜찮다면, 제 여자친구라고 정식으로 소개하고 싶어요.”

서하는 한참 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태준의 집에 갔을 때도 긴장했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그때는 태준의 가족을 만나는 자리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는 곳에서 자신이 태준의 여자친구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야 했다.

혹시 자신을 우습게 보는 사람이 있으면 어떡하지?

자신의 옷차림이나 직업을 두고 수군거리면?

태준에게 어울리지 않는 여자라는 말을 들으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태준은 서하가 망설이는 것을 보며 조용히 말했다.

“서하 씨.”

“네.”

“제가 서하 씨를 자랑하고 싶어서 그래요.”

서하가 고개를 들었다.

“자랑이요?”

“네.”

태준은 조금 쑥스러운 듯 웃었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 주고 싶어요.”

서하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태준 씨는 그런 말이 부끄럽지도 않아요?”

“부끄럽죠.”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잘해요?”

“좋아하니까요.”

태준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서하 씨를 좋아하는데 그걸 숨길 이유가 없잖아요.”

서하는 고개를 숙였다.

얼굴이 뜨거워졌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갈게요.”

태준의 눈이 커졌다.

“정말요?”

“네. 대신 조건이 있어요.”

“말씀하세요.”

“너무 비싼 옷은 못 사요. 그리고 제가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으면…… 조금만 도와줘요.”

태준은 환하게 웃었다.

“당연하죠.”

“그리고 저를 혼자 두면 안 돼요.”

“네.”

“진짜예요?”

“네. 약속할게요.”

서하는 작게 웃었다.

“그럼 가 볼게요.”

태준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고마워요.”

“또 고맙대.”

“그럼 사랑한다고 할까요?”

“그건 집에 가서 해요!”

태준은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날 저녁, 서하는 가게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한참 동안 생각했다.

금요일.

태준의 회사 행사.

자신이 그 사람의 세계에 조금 더 가까이 들어가는 날이었다.

무섭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금요일 오후.

윤서하는 침대 위에 옷을 여러 벌 펼쳐 놓고 있었다.

검은색 원피스, 베이지색 블라우스, 평소 입던 단정한 바지.

옷장을 아무리 뒤져도 마음에 드는 옷이 나오지 않았다.

“아…… 어떡하지.”

그녀는 원피스를 들어 올렸다가 내려놓았다.

“너무 평범한가?”

다른 옷을 들어 올렸다.

“이건 너무 편한 옷 같고…….”

휴대전화가 울렸다.

박미자였다.

“서하야! 준비 다 했어?”

“아직이요.”

“뭐가 아직이야? 행사 오늘이잖아!”

“알아요. 그런데 입을 옷이 없어요.”

미자는 한숨을 쉬었다.

“내가 그럴 줄 알았다.”

“사장님은 무슨 옷을 입어야 할지 아세요?”

“당연하지. 단정하게 입으면 돼.”

“그게 뭔데요?”

“너답게 입으라고.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하지 말고.”

서하는 침대 위의 옷들을 바라보았다.

미자는 말을 이었다.

“너 평소에도 깔끔하게 입잖아. 화려하게 꾸민다고 사람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명품을 입는다고 네 가치가 올라가는 것도 아니야.”

“…….”

“강 사장님이 너를 좋아하는 이유가 뭔데? 네가 다른 사람처럼 꾸며서가 아니잖아.”

서하는 작게 웃었다.

“알겠어요.”

“그리고 혹시 누가 너한테 이상한 소리 하면?”

“하면요?”

“내가 반찬통 들고 간다고 했지?”

“아이고, 또 반찬통이야?”

미자가 호탕하게 웃었다.

“농담이고. 네가 당당하면 돼. 네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부끄러워하지 마. 너는 네 가게를 운영하면서 자기 힘으로 살아가는 사람이야. 그게 얼마나 대단한데.”

서하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조용히 대답했다.

“고마워요, 사장님.”

“고맙긴. 얼른 준비해. 그리고 강 사장님한테 예쁘게 보이려고 너무 애쓰지 마. 걔는 너 보면 어차피 정신 못 차릴 거야.”

서하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건 맞을지도 몰라요.”

“뭐야? 자신감이 생겼네?”

“네. 조금요.”

전화를 끊은 서하는 베이지색 블라우스와 검은색 원피스를 골랐다.

화장은 평소보다 조금 더 신경 썼다.

머리는 깔끔하게 정리하고, 작은 귀걸이를 착용했다.

거울 앞에 선 그녀는 자신을 한참 바라보았다.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다른 사람이 되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의 곁에, 자기 모습 그대로 서 보고 싶었다.

“괜찮아.”

서하는 거울 속 자신에게 말했다.

“윤서하, 너 오늘 잘할 수 있어.”

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태준이었다.

서하 씨, 준비됐어요? 제가 데리러 갈게요.

서하는 답장을 보냈다.

네. 준비됐어요.

잠시 후 메시지가 하나 더 도착했다.

오늘 정말 예쁠 것 같아요.

서하는 웃으며 답했다.

아직 보지도 않았잖아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요.

서하는 휴대전화를 가슴에 안았다.

“……진짜 못 말려.”

오후 여섯 시.

검은색 세단 한 대가 서하의 집 앞에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린 태준은 서하를 발견하자 그대로 걸음을 멈췄다.

베이지색 블라우스와 검은색 원피스.

단정하게 정리한 머리.

평소보다 조금 더 신경 쓴 화장.

태준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서하가 어색하게 웃었다.

“왜요?”

태준은 천천히 다가왔다.

“……너무 예뻐서요.”

서하의 얼굴이 붉어졌다.

“아, 진짜. 그런 말 좀 하지 마요.”

“왜요? 사실인데.”

“부끄럽잖아요.”

태준은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오늘은 제가 더 긴장되네요.”

“태준 씨가요?”

“네.”

“왜요?”

태준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오늘은 회사 사람들 앞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을 소개하는 날이잖아요.”

서하는 순간 말을 잃었다.

태준은 차 문을 열어 주었다.

“타세요, 사장님.”

서하는 웃으며 차에 올랐다.

차가 출발하고 나서도 태준은 몇 번이나 그녀를 바라보았다.

서하가 결국 물었다.

“왜 자꾸 봐요?”

“예뻐서요.”

“……운전이나 잘해요!”

태준은 웃었다.

“네, 여자친구님.”

서하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입가의 미소는 감출 수 없었다.

태성그룹 창립 기념 행사장.

호텔 연회장은 화려한 조명으로 빛나고 있었다.

입구에는 행사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고, 정장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하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긴장했다.

“……사람 많네요.”

태준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괜찮아요?”

“네. 조금 떨리긴 해요.”

“힘들면 언제든 말해요. 밖에 나가 있어도 되고, 먼저 돌아가도 돼요.”

서하는 그를 바라보았다.

“오늘은 끝까지 있어 볼게요.”

태준은 부드럽게 웃었다.

“알겠어요. 제가 옆에 있을게요.”

두 사람은 행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곧 여러 사람이 태준에게 다가왔다.

“대표님, 오셨습니까.”

“대표님, 오랜만입니다.”

태준은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가 인사를 나눴다.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습니까?”

서하는 조금 놀랐다.

가게에서 장난을 치던 남자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표정은 차분했고, 목소리는 낮고 안정적이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필요한 질문을 던졌고, 업무에 관한 대화에서는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그는 자신이 책임져야 할 사람들을 알고 있었고, 그들에게 신뢰를 주는 방법도 알고 있었다.

서하는 문득 생각했다.

아, 이게 강태준의 세상이구나.

태준은 대화를 마친 뒤 서하에게 돌아왔다.

“기다렸어요?”

“아니요.”

“불편하지는 않아요?”

“괜찮아요. 태준 씨가 일하는 모습 보는 것도 재미있어요.”

태준은 웃었다.

“그럼 다행이네요.”

그는 그녀를 조금 더 가까이 이끌었다.

“서하 씨, 인사할 분들이 몇 분 계세요. 괜찮죠?”

“네.”

태준은 그녀의 손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소개했다.

“제 여자친구 윤서하 씨입니다.”

서하는 허리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윤서하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의 있게 인사를 건넸다.

“반갑습니다.”

“대표님께서 좋은 분을 만나셨네요.”

“두 분 잘 어울리십니다.”

그럴 때마다 서하는 긴장이 조금씩 풀렸다.

그런데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다가왔을 때였다.

그중 한 여성이 서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어머, 대표님께서 여자친구를 데려오셨네요?”

“네. 제 여자친구입니다.”

태준은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여성은 미소를 지었지만, 그 눈빛에는 묘한 호기심이 담겨 있었다.

“어디서 만나셨어요? 같은 업계에 계신 분인가요?”

서하가 대답하려는 순간, 여성이 말을 이었다.

“아, 혹시 태성그룹에서 근무하시는 분은 아니시죠?”

“아니요. 저는 제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요.”

“가게요?”

여성의 표정이 아주 조금 달라졌다.

“어떤 가게인데요?”

“작은 술집이에요. 두부김치랑 술을 팔아요.”

서하는 최대한 차분하게 대답했다.

여성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아…… 그러시구나.”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대표님께서는 늘 바쁘시잖아요. 이런 자리에 함께 오실 분이라면 아무래도 비슷한 환경에서 일하시는 분일 줄 알았어요.”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 담긴 뜻은 분명했다.

서하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여성은 말을 덧붙였다.

“물론 사랑에는 조건이 없다고들 하죠. 그런데 대표님처럼 책임이 큰 분은 배우자를 선택할 때도 고려해야 할 게 많을 테니까요.”

서하는 가슴이 서늘해졌다.

그 말은 며칠 전 회장에게 들었던 이야기와 비슷했다.

태준의 책임.

서로 다른 환경.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질문.

그녀는 자신이 다시 작아지는 것을 느꼈다.

그때 태준이 입을 열었다.

“실례지만.”

여성이 태준을 바라보았다.

“네, 대표님?”

“제 여자친구의 직업을 왜 그렇게 자세히 확인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여성의 미소가 굳었다.

“아,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 그냥 궁금해서…….”

“궁금하실 수는 있죠.”

태준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서하 씨가 어떤 일을 하는지는 제가 소개한 그대로입니다. 자신의 가게를 운영하고 있고, 자기 삶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그는 서하의 손을 꼭 잡았다.

“저는 그런 서하 씨를 좋아합니다.”

주변의 대화가 조금씩 잦아들었다.

태준은 여성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저희가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떻게 살아갈지는 저와 서하 씨가 함께 결정할 일입니다. 다른 사람이 직업이나 배경만으로 판단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성은 당황한 표정으로 웃었다.

“대표님, 제가 오해를 살 만한 말을 했네요. 죄송합니다.”

태준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네. 앞으로는 조심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여성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자리를 옮겼다.

서하는 태준을 바라보았다.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녀에게 물었다.

“괜찮아요?”

서하는 잠시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다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하지만 태준은 그녀의 표정에서 괜찮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조용한 테라스로 그녀를 안내했다.

테라스에는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행사장의 음악 소리가 유리문 너머로 희미하게 들렸다.

서하는 난간 옆에 서서 한동안 말이 없었다.

태준은 그녀를 재촉하지 않았다.

잠시 후 서하가 입을 열었다.

“태준 씨.”

“네.”

“아까 고마웠어요.”

태준은 고개를 저었다.

“고마워할 일 아니에요.”

“아니에요. 그래도 고마워요.”

서하는 손끝을 만지작거렸다.

“그런데 조금 무서웠어요.”

태준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어떤 게요?”

“저런 말을 앞으로도 많이 듣게 될까 봐요.”

그녀는 애써 웃었다.

“태준 씨 옆에 있으면 제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거잖아요. 저를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제가 어떤 사람인지 평가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요.”

“…….”

“그때마다 태준 씨가 저를 지켜 줄 수는 없잖아요. 태준 씨가 없는 자리에서도 그런 말을 들을 수 있을 테니까요.”

태준은 그녀의 말을 조용히 들었다.

서하는 솔직하게 덧붙였다.

“그리고 사실…… 아까 그분이 하신 말이 완전히 틀렸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태준의 눈썹이 살짝 움직였다.

“서하 씨.”

“저는 태준 씨와 같은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아니잖아요. 태준 씨가 가진 책임을 전부 이해하지도 못하고요.”

서하는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 더 잘하고 싶어요. 태준 씨 옆에 서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태준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그녀의 앞에 섰다.

“서하 씨.”

“네.”

“저는 서하 씨가 저 때문에 다른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서하가 고개를 들었다.

“……네?”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건 좋아요. 저도 서하 씨한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으니까요. 그런데 저한테 어울리는 사람이 되려고 서하 씨 자신을 바꾸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태준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저는 서하 씨가 가게에서 일하는 모습이 좋아요. 손님들한테 잔소리하면서도 결국 더 챙겨 주는 것도 좋고, 힘들어도 자기 일을 포기하지 않는 것도 좋아요.”

그는 작게 웃었다.

“그리고 저한테 매일 잔소리하는 것도 좋아요.”

서하가 울다가 웃었다.

“그건 왜 좋아해요?”

“서하 씨가 저한테 관심이 많다는 뜻이니까요.”

“진짜 이상한 사람이네.”

“알아요.”

태준은 그녀의 손을 조금 더 꼭 잡았다.

“저는 서하 씨가 제 옆에 있기 위해 더 높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미 충분히 좋은 사람이니까요.”

서하는 눈물을 참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태준 씨.”

“네.”

“나 정말 괜찮은 사람이에요?”

태준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네.”

“정말요?”

“네.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요.”

서하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그건 너무 주관적인 거 아니에요?”

“맞아요. 아주 주관적이에요.”

태준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하지만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을 고르는 기준이 객관적일 필요는 없잖아요.”

서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태준은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오늘 와 줘서 고마워요.”

“저도 오길 잘한 것 같아요.”

“정말요?”

“네. 태준 씨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됐어요.”

태준이 웃었다.

“어떤 사람인데요?”

서하는 잠시 생각했다.

“회사에서는 조금 무섭고…….”

“네.”

“저한테는 엄청 귀찮고…….”

“네?”

“그래도 좋은 사람이요.”

태준은 웃음을 터뜨렸다.

“마지막에 좋은 사람이 들어갔으니까 오늘은 넘어갈게요.”

서하는 웃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고마워요, 남자친구님.”

태준의 얼굴이 환해졌다.

“한 번만 더 불러 주세요.”

“싫어요.”

“왜요?”

“부끄러우니까요.”

“저는 좋은데.”

“강태준!”

두 사람은 한참 동안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이 끝난 뒤에도 서하는 태준의 손을 놓지 않았다.

오늘 자신이 느낀 두려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이 생길 수 있었다.

그래도 한 가지는 알았다.

태준은 자신의 직업을 숨기라고 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이 되라고 요구하지도 않았다.

그는 오히려 자신이 누구인지 당당하게 말해 주었다.

그 사실이 서하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

행사가 끝나 갈 무렵.

태준은 서하를 데리고 행사장 안으로 다시 들어왔다.

그때 최도윤이 다가왔다.

“대표님, 여기 계셨습니까?”

“무슨 일이야?”

“회장님께서 잠시 뵙자고 하십니다.”

태준의 표정이 굳었다.

“지금?”

“네. 서재 쪽 별도 공간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태준은 서하를 돌아보았다.

“서하 씨, 잠깐만 기다려 줄래요?”

서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괜찮아요.”

태준은 그녀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가 놓았다.

“금방 올게요.”

“천천히 다녀와요.”

태준이 자리를 떠나자 서하는 행사장 한쪽에서 음료를 받아 들었다.

조금 전보다는 긴장이 풀렸지만, 여전히 낯선 사람들 사이에 혼자 서 있는 것은 어색했다.

그때 한 중년 남성이 다가왔다.

“윤서하 씨 맞으시죠?”

서하는 고개를 들었다.

“네. 안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