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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사장님이 예뻐 보이는 밤

von 루시엘 · 2026-10-26

# 《두부참이슬》

## 12화. 사장님이 예뻐 보이는 밤

글 · 루시엘 | 장르 · 현대 로맨스, 로맨틱 코미디

### 1. 두 번째 데이트를 기다리는 남자

강태준은 아침부터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윤서하에게서 메시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 첫 데이트를 마친 뒤 두 사람은 밤늦게까지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서하가 먼저 영화를 보자고 했고, 태준은 그 말 한마디에 잠을 설쳤다.

그런데 아침이 되어도 연락이 없었다.

오전 아홉 시.

태준은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없었다.

오전 아홉 시 십오 분.

다시 확인했다.

없었다.

오전 아홉 시 삼십 분.

태준은 결국 비서실에 전화를 걸었다.

“도윤아.”

\- 네, 대표님.

“오늘 일정 확인해 봐.”

\- 오전 열 시에 임원 회의, 열한 시 반에 외부 미팅, 오후 두 시에 투자 관련 보고가 있습니다.

“다 취소해.”

전화기 너머에서 잠깐 침묵이 흘렀다.

\- ……대표님,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문제는 없어.”

\- 그런데 일정을 왜 전부 취소하십니까?

태준은 휴대전화를 바라봤다.

“오늘 영화 보러 갈 수도 있잖아.”

\- 대표님.

“응.”

\- 아직 윤서하 씨한테 영화 약속 날짜도 안 잡으셨잖습니까.

태준은 입을 다물었다.

도윤의 목소리가 한층 차분해졌다.

\- 대표님, 오늘은 월요일입니다.

“알아.”

\- 월요일에는 회사에 출근하셔야 합니다.

“…….”

\- 그리고 영화 약속은 아직 정해지지도 않았습니다.

태준은 천천히 소파에 등을 기댔다.

“도윤아.”

\- 네.

“사랑이라는 게 원래 이렇게 어려운 거냐?”

도윤은 잠시 침묵했다.

\- 제가 연애 상담까지 해 드려야 하는 날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대답해.”

\- 네. 어려운 것 같습니다.

“왜?”

\- 대표님이 상대방을 너무 좋아하시니까요.

태준은 그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너무 좋아해서.

그 말이 맞았다.

그는 서하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싶었다.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힘들 때는 누구에게 기대는지까지 알고 싶었다.

그녀가 웃으면 기분이 좋았고, 연락이 없으면 괜히 궁금했다.

평소라면 몇 시간씩 휴대전화를 바라볼 일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휴대전화가 울릴 때마다 혹시 서하일까 싶어 바로 화면을 확인했다.

태준은 고개를 저었다.

“나 진짜 큰일 났네.”

### 2. 사장님은 바쁜 사람입니다

같은 시각, 두부참이슬.

서하는 아침부터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전날 시장에서 주문한 식자재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오전 내내 재료를 손질해야 했다. 게다가 단골손님 한 명이 저녁에 회사 회식을 하겠다며 예약까지 해 놓았다.

서하는 앞치마를 두르고 냉장고를 열었다.

“두부는 충분하고…… 김치도 있고…….”

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에는 강태준이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

서하는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느끼고는 얼른 표정을 고쳤다.

‘왜 이렇게 반가워해?’

그녀는 일부러 몇 초 기다렸다가 메시지를 열었다.

강태준: 서하 씨, 좋은 아침입니다.

윤서하: 네. 태준 씨도 좋은 아침이에요.

강태준: 어제 잘 주무셨습니까?

윤서하: 네. 태준 씨는요?

강태준: 저는 잠을 조금 설쳤습니다.

서하는 웃음을 참았다.

윤서하: 왜요? 매운 떡볶이 때문에요?

강태준: 그것도 조금 있지만, 다른 이유가 더 큽니다.

서하의 손가락이 멈췄다.

무슨 이유인지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괜히 자신만 설레는 것 같아 말을 돌렸다.

윤서하: 오늘 영화 보자고 했던 거 기억하죠?

강태준: 물론입니다. 오늘 보러 갈까요?

서하는 입술을 깨물었다.

오늘은 저녁 장사 예약이 있었다. 평소라면 어떻게든 시간을 맞춰 보겠지만, 하필 단체 손님까지 오는 날이었다.

윤서하: 미안해요. 오늘은 가게가 바쁠 것 같아요. 영화는 다른 날 봐야 할 것 같아요.

메시지를 보내고 나자 괜히 미안해졌다.

잠시 후 답장이 왔다.

강태준: 괜찮습니다. 가게 일이 먼저죠.

윤서하: 다음에는 꼭 같이 봐요.

강태준: 약속입니다.

서하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으며 미소 지었다.

“말은 예쁘게 해요, 진짜.”

그녀는 다시 재료 손질을 시작했다.

그런데 잠시 후 또 메시지가 도착했다.

강태준: 혹시 오늘 저녁에 도와드릴 일은 없습니까?

서하는 눈을 크게 떴다.

윤서하: 네?

강태준: 바쁘시다고 하셔서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서하는 피식 웃었다.

윤서하: 대표님이요?

강태준: 네. 강태준입니다.

윤서하: 회사는 어떡하고요?

강태준: 퇴근하고 가겠습니다.

서하는 잠시 고민하다 답장을 보냈다.

윤서하: 설거지밖에 없는데요.

강태준: 자신 있습니다.

윤서하: 지난번에 그릇 깨뜨릴 뻔했잖아요.

강태준: 이번에는 깨뜨리지 않겠습니다.

서하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윤서하: 그럼 와요. 대신 월급은 없습니다.

강태준: 사장님과 함께 일할 수 있다면 괜찮습니다.

서하는 휴대전화를 가슴에 가져다 댔다가 황급히 내려놓았다.

“아, 진짜! 내가 왜 이러냐고!”

그런데도 입가에 번진 웃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 3. 퇴근 후 나타난 손님

저녁 일곱 시.

두부참이슬은 이미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사장님! 여기 소주 하나 더요!”

“네! 잠시만요!”

“여기 두부김치 추가요!”

“네, 금방 나갑니다!”

서하는 주방과 홀을 정신없이 오갔다.

예약 손님들까지 도착하자 가게 안은 더욱 시끄러워졌다.

그때 문이 열렸다.

딸랑.

“어서 오세요!”

서하는 습관처럼 인사하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멈췄다.

검은색 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태준이 서 있었다.

한 손에는 작은 종이봉투가 들려 있었다.

“……왔어요?”

태준이 환하게 웃었다.

“네. 저 왔습니다.”

“진짜 왔네.”

“오지 말라고 하신 건 아니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서하는 손에 들고 있던 주문서를 내려놓았다.

태준은 주변을 둘러봤다.

빈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많이 바쁘시네요.”

“보면 모르겠어요?”

“네. 그래서 왔습니다.”

태준은 종이봉투를 계산대 위에 올려놓았다.

“이건 뭐예요?”

“간식입니다. 일하다가 드세요.”

봉투 안에는 작은 빵과 음료가 들어 있었다.

서하는 그를 바라봤다.

“이런 거 안 사 와도 되는데.”

“오늘은 꽃이 아닙니다.”

“…….”

“부담스러우실까 봐요.”

서하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건 또 기억하네.”

“서하 씨가 하신 말씀은 잘 기억합니다.”

그 말에 서하의 심장이 조용히 내려앉았다.

하지만 손님이 서하를 불렀다.

“사장님! 주문이요!”

“네! 갑니다!”

서하는 태준에게 앞치마 하나를 건넸다.

“그럼 손님, 일하실까요?”

태준은 앞치마를 받아 들었다.

“네, 사장님.”

그가 앞치마를 두르는 모습에 서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대한민국 태성그룹 대표가 작은 술집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누가 보면 믿지 못할 광경이었다.

그런데 서하는 이상하게 그 모습이 좋았다.

화려한 정장보다 편한 셔츠가 잘 어울렸고, 회의실에서 지시를 내리는 모습보다 주방에서 접시를 나르는 모습이 더 친근했다.

무엇보다 자신을 도와주려고 이곳에 왔다는 사실이 고마웠다.

“태준 씨.”

“네?”

“무리하지 말아요.”

태준은 웃었다.

“걱정하십니까?”

“아니요. 그릇 깨뜨릴까 봐요.”

“……사장님.”

“왜요?”

“저 상처받았습니다.”

서하는 웃으며 그의 등을 가볍게 밀었다.

“어서 가요. 접시부터 치워요!”

“네, 사장님!”

### 4. 대표님의 설거지 실력

태준은 처음에는 자신만만했다.

접시를 정리하고, 테이블을 닦고, 손님이 비운 소주병을 모으는 일쯤은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손님, 이거 빈 병 맞으세요?”

“아니요! 그건 아직 마시는 중인데요!”

“아, 죄송합니다!”

“저기요! 여기 물 좀 주세요!”

“네! 잠시만요!”

태준은 물병을 들고 움직이다가 다른 손님과 부딪힐 뻔했다.

서하가 재빨리 다가와 그를 잡아당겼다.

“조심해요!”

태준은 서하의 손에 팔이 잡힌 채 멈췄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서하는 곧바로 손을 놓았다.

“……다치면 어떡하려고 그래요?”

태준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웃었다.

“걱정해 주시는 거네요.”

“아니라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그가 너무 순순히 대답하자 서하는 오히려 민망해졌다.

“아무튼 조심해요. 여기는 회사가 아니에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손님한테 대표님처럼 말하지 말고요.”

“제가 어떻게 말했는데요?”

서하는 그의 말투를 흉내 냈다.

“‘고객님, 해당 요청은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제가 정말 그렇게 말했습니까?”

“네! 방금 물 달라는 손님한테 그랬잖아요!”

“……습관이 무섭네요.”

서하는 웃으며 주방으로 돌아갔다.

태준은 다시 접시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한참 뒤, 그는 설거지대 앞에 섰다.

서하가 옆에서 두부김치를 볶고 있었다.

“태준 씨, 그릇은 물에 오래 담가 두지 말고 바로 씻어요.”

“네.”

“세제는 조금만 쓰고요.”

“네.”

“그리고 그릇은 조심해서…….”

쨍그랑!

작은 소리가 울렸다.

서하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태준도 굳어 있었다.

싱크대 안에 접시 하나가 비스듬히 놓여 있었다.

다행히 깨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태준은 마치 회사 전체가 무너진 사람처럼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죄송합니다.”

서하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푸흡……!”

태준이 고개를 들었다.

“웃으십니까?”

“아니요!”

“웃고 계시는데요.”

서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하! 아니, 진짜!”

태준은 민망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제가 생각보다 설거지에 소질이 없나 봅니다.”

“그런 것 같네요.”

“……사장님.”

“네?”

“제가 대표라는 사실은 잊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서하는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웃었다.

“이미 잊었어요.”

그 말에 태준은 그녀를 바라봤다.

서하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자신 때문에.

그 순간 태준은 마음이 따뜻해졌다.

자신이 무언가를 잘해서가 아니라, 서하를 웃게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기뻤다.

그는 다시 설거지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접시를 아주 조심스럽게 들었다.

서하는 그 모습을 보고 작게 중얼거렸다.

“……귀엽네.”

태준은 못 들은 척했지만, 입가에 번진 웃음은 숨길 수 없었다.

### 5. 질투라는 감정

밤 아홉 시가 조금 넘었을 때였다.

단체 손님 중 한 남자가 서하를 불렀다.

“사장님.”

“네, 손님.”

“혹시 사장님 남자친구 없어요?”

서하가 당황했다.

“네?”

“아니, 제가 자주 오는데 사장님이 너무 예쁘셔서요.”

주변 사람들이 웃었다.

“야, 너 또 시작이냐?”

“아니, 물어볼 수도 있지!”

남자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서하를 바라봤다.

“진짜 없으시면 제가 소개팅이라도…….”

“죄송하지만 남자친구는 없습니다.”

서하가 웃으며 대답했다.

태준의 손이 멈췄다.

남자친구는 없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두 사람은 아직 사귀는 사이가 아니니까.

그런데 그 말을 듣는 순간 태준의 가슴 한구석이 묘하게 불편해졌다.

남자는 다시 물었다.

“그럼 제가 번호라도 받아도 될까요?”

서하가 난처하게 웃었다.

“죄송해요. 손님 번호는 안 받아요.”

“아, 아쉽네.”

남자는 더는 밀어붙이지 않았다.

태준은 다시 설거지를 시작했지만, 아까보다 손놀림이 느려졌다.

서하는 그 모습을 눈치챘다.

“태준 씨.”

“네.”

“왜 그래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거짓말.”

태준은 입을 다물었다.

서하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주변에 손님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작게 물었다.

“……질투해요?”

태준의 손이 멈췄다.

“네?”

“아까 그 손님이 저한테 번호 달라고 해서요.”

“…….”

태준은 한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했다.

“네. 조금요.”

서하는 눈을 크게 떴다.

“진짜요?”

“네.”

“왜요?”

태준은 젖은 손을 닦고 그녀를 바라봤다.

“서하 씨가 다른 사람과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건 괜찮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서하 씨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마음이 조금 불편합니다.”

서하는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

태준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그렇다고 서하 씨가 누구와 이야기할지 제가 정할 수는 없죠. 아직 제가 그런 사람이 될 자격도 없고요.”

그 말에 서하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태준 씨.”

“네.”

“저는 아무한테나 번호 안 줘요.”

태준의 눈이 커졌다.

서하는 부끄러운 듯 시선을 돌렸다.

“그러니까 그렇게 신경 쓰지 말라고요.”

태준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웃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네?”

“저한테 잘 보이려고 설거지하다가 그릇 깨뜨리면 안 돼요.”

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정말 명심하겠습니다.”

두 사람은 동시에 웃었다.

하지만 태준은 알고 있었다.

자신이 서하를 좋아하는 마음은 생각보다 훨씬 깊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 6. 가게 문이 닫힌 뒤

밤 열한 시 반.

마지막 손님이 계산을 마치고 나갔다.

서하는 가게 문을 잠그고 돌아섰다.

“아…… 죽겠다.”

의자에 털썩 앉자 태준이 물 한 잔을 가져왔다.

“수고하셨습니다.”

서하는 물을 받아 들었다.

“태준 씨도요.”

“저는 별로 한 게 없습니다.”

“무슨 소리예요. 오늘 엄청 도와줬는데.”

“그릇도 깨뜨릴 뻔했고, 물도 잘못 가져다 드렸습니다.”

“그래도요.”

서하는 물을 마신 뒤 그를 바라봤다.

“고마워요.”

태준은 조용히 웃었다.

“제가 더 고맙습니다. 서하 씨가 일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일하는 모습이 뭐가 좋아요?”

“열심히 사는 모습이요.”

서하는 잠시 말이 없었다.

태준은 빈 테이블을 바라보며 말했다.

“가게를 혼자 운영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재료 준비부터 손님 응대까지…….”

“뭐, 익숙해지면 괜찮아요.”

“그래도 힘드시겠어요.”

서하는 웃었다.

“힘들죠. 그래도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요.”

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점이 좋습니다.”

“뭐가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 점이요.”

서하는 그를 바라봤다.

그의 눈빛에는 장난기가 없었다.

“……태준 씨는요?”

“네?”

“대표라는 일, 좋아해요?”

태준은 잠시 생각했다.

“좋아한다기보다는 책임감이 큽니다. 제가 결정한 일 때문에 많은 사람이 영향을 받으니까요.”

“힘들겠네요.”

“힘들죠. 가끔은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서하는 조용히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서하 씨 가게에 오면 잠깐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됐습니다. 그냥 배고픈 손님으로 앉아 있어도 됐으니까요.”

그는 서하를 바라봤다.

“그래서 더 자주 오고 싶었나 봅니다.”

서하는 가슴 한쪽이 저릿해졌다.

태준이 왜 그토록 평범한 손님으로 남고 싶어 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앞으로도 오세요.”

태준의 눈이 커졌다.

“정말요?”

“네. 단, 손님으로요.”

“설거지는요?”

“그건 선택 사항이에요.”

“그럼 저는 매번 설거지하겠습니다.”

“누가 하래요?”

두 사람은 웃었다.

잠시 후 서하는 주방으로 들어가 냉장고에서 두부를 꺼냈다.

“태준 씨.”

“네?”

“배고프죠?”

태준은 웃었다.

“조금요.”

“오늘 고생했으니까 제가 두부김치 해 줄게요.”

“……정말입니까?”

“네. 오늘은 서비스예요.”

태준은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그럼 소주도 한 병…….”

“안 돼요.”

“왜요?”

“오늘은 제가 술 마시기 싫어요.”

태준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물로 주세요.”

서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진짜 말 잘 듣네.”

“서하 씨가 좋으니까요.”

서하는 뒤돌아선 채 잠시 멈췄다.

“……그런 말은 아무렇지 않게 하지 마요.”

“아무렇지 않지 않습니다.”

태준의 목소리가 조용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