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ließen

4화. 사장님, 저 잘생겼죠?

von 루시엘 · 2026-10-21

## 4화. 사장님, 저 잘생겼죠?

오후 여덟 시 삼십 분.

윤서하는 오늘따라 가게 유리문을 자주 바라봤다.

정확히 말하자면, 유리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는 척하면서 바깥을 살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건 아니었다.

절대로.

그저 골목에 사람이 얼마나 지나다니는지 확인하는 것뿐이었다. 장사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손님이 들어오는지 살피는 것도 사장의 업무 중 하나였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문제는 그녀가 지난 십 분 동안 같은 행동을 일곱 번이나 반복했다는 사실이었다.

“아, 진짜!”

서하는 손에 들고 있던 행주를 테이블 위에 내던졌다.

“내가 미쳤지. 미쳤어.”

“누가 미쳤어요?”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서하가 화들짝 놀랐다.

돌아보니 미자 이모가 서 있었다.

“아, 이모! 언제 왔어요?”

“방금. 그런데 누구 때문에 미쳤다는 거야?”

“아무도 아니에요.”

“아무도 아닌데 혼자 소리 지르니?”

“그냥 장사가 안돼서요.”

“장사가 안된다고 행주를 던져?”

“…….”

미자 이모는 서하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그러더니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혹시 그 총각 기다려?”

“누구요?”

“누구긴 누구야. 강태준 총각!”

“아니거든요?”

“아직 이름도 안 불렀는데 바로 알아듣네?”

“……이모.”

“응?”

“오늘 반찬가게 문 안 열어요?”

“열었지.”

“그럼 가세요.”

“아이고, 쫓겨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그런데 서하야.”

미자 이모가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보기에는 그 총각이 너한테 마음이 있는 것 같아.”

서하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이모, 그 사람 원래 그래요. 말도 많고, 장난도 많고. 사람 놀리는 게 취미인 것 같더라고요.”

“그런 사람이 매일 여기까지 오겠니?”

“두부김치가 맛있으니까요.”

“세상에 두부김치 맛있는 집이 여기 하나뿐이야?”

“제 두부김치는 특별하거든요.”

“그래, 네 음식은 특별하지. 그런데 그 총각이 네 얼굴을 보는 눈빛도 특별하더라.”

서하는 입을 다물었다.

그때였다.

딸랑.

가게 문 위의 종이 울렸다.

“사장님!”

익숙하고도 얄미운 목소리.

서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검은색 셔츠에 어두운 바지. 소매를 살짝 걷어 올린 강태준이 환하게 웃으며 서 있었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미자 이모에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이모님.”

“어머, 총각! 오늘도 왔네?”

“네. 제가 안 오면 사장님이 서운해하실까 봐요.”

“어머나!”

미자 이모가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서하야, 들었지?”

“안 들었어요.”

“방금 들었잖아!”

“귀가 잘못된 것 같아요.”

태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사장님, 귀가 잘못되면 병원에 가셔야 하는데요.”

“강태준 씨.”

“네.”

“입 다무세요.”

“네.”

태준은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정확히 삼 초 동안.

“그런데 사장님.”

“……또 왜요?”

“저 오늘 좀 잘생기지 않았어요?”

서하가 들고 있던 행주를 떨어뜨렸다.

미자 이모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고, 총각! 자신감이 아주 넘치네!”

태준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거울을 보고 왔는데 오늘따라 괜찮더라고요.”

“아이고, 세상에!”

“그래서 사장님 의견도 듣고 싶어서요.”

태준은 서하를 똑바로 바라봤다.

“사장님, 저 잘생겼죠?”

서하는 그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반듯한 이마와 짙은 눈썹, 또렷한 눈매. 웃을 때 살짝 휘어지는 눈꼬리까지.

솔직히 말하면 잘생겼다.

그것도 꽤 많이.

문제는 본인이 그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서하는 차갑게 대답했다.

“아니요.”

태준의 미소가 멈췄다.

“……네?”

“안 잘생겼다고요.”

“사장님.”

“네.”

“혹시 안경 바꾸셨어요?”

“아니요.”

“그럼 시력 검사를 받아 보시는 게 좋겠는데요.”

“강태준 씨.”

“네.”

“오늘부터 두부김치 가격 세 배입니다.”

태준은 입을 다물었다.

미자 이모는 배를 잡고 웃었다.

“아이고, 서하야! 너도 만만치 않다!”

태준은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 앉았다.

“알겠습니다. 오늘은 제가 졌습니다.”

“잘 생각하셨어요.”

“그런데 사장님.”

“또요!”

태준은 턱을 괴고 씩 웃었다.

“저 못생겼다고 하셨으니까 앞으로 매일 와서 확인받아야겠네요.”

서하의 눈이 커졌다.

“뭐라고요?”

“제가 정말 못생겼는지요.”

“강태준 씨!”

“네, 사장님.”

“제발 집에 가세요!”

“아직 주문도 안 했는데요?”

“주문하지 말고 가시라고요!”

태준은 웃음을 참으며 손을 들었다.

“두부김치 하나, 참이슬 하나 주세요.”

“안 팔아요!”

“그럼 두부김치만 주세요.”

“그것도 안 팔아요!”

“사장님, 장사 이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

“누구 때문인데요!”

결국 미자 이모가 태준의 어깨를 두드렸다.

“총각, 오늘은 그냥 조용히 먹어. 서하가 진짜 화나겠다.”

“네, 이모님.”

태준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서하를 향해 아주 작게 덧붙였다.

“그래도 저 잘생겼죠?”

“나가!”

가게 안에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녁 아홉 시.

두부김치가 태준의 테이블 위에 놓였다.

“여기요.”

“감사합니다.”

태준은 평소처럼 젓가락을 들었다.

한 점을 입에 넣고 천천히 씹었다.

“음.”

서하는 주방에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왜요? 맛없어요?”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태준이 고개를 들었다.

“네?”

“아니, 왜 그렇게 먹어요?”

“맛있어서요.”

“그럼 그냥 맛있게 먹으면 되지, 왜 그렇게 한숨을 쉬어요?”

“한숨이 아니라 감탄인데요.”

“감탄을 그렇게 해요?”

“네. 사장님 음식 앞에서는 저도 모르게 진지해집니다.”

서하는 어색하게 시선을 피했다.

이 남자는 정말 사람을 이상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잘생겼냐고 물으며 사람을 놀리더니,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음식이 맛있다고 칭찬했다.

게다가 그 말이 거짓말처럼 들리지 않았다.

태준은 두부김치를 한 점 더 먹었다.

“사장님.”

“왜요?”

“이거 어떻게 만드세요?”

“그냥 만들어요.”

“김치가 특별히 맛있는데요.”

“좋은 김치 써서 그래요.”

“두부도 부드럽고요.”

“좋은 두부 써서 그래요.”

“그럼 사장님은 하는 게 뭐예요?”

서하가 눈을 가늘게 떴다.

“……뭐라고요?”

태준은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농담이에요. 사장님이 잘하시니까 이렇게 맛있는 거겠죠.”

서하는 잠깐 말이 없었다.

누군가 자신의 음식에 대해 이렇게 진지하게 칭찬해 준 게 얼마 만인지 기억나지 않았다.

손님들은 대부분 맛있다는 말 한마디를 하고 술을 마셨다. 어떤 사람들은 가격을 깎아 달라고 했고, 어떤 사람들은 반찬이 부족하다고 불평했다.

그런데 태준은 달랐다.

음식을 대하는 태도부터 달랐다.

그녀가 만든 음식을 대충 먹지 않았다. 한입 한입 맛을 음미했고, 맛있으면 정말 맛있다고 말해 줬다.

서하는 괜히 앞치마 끈을 만지작거렸다.

“……그냥 먹어요.”

“네.”

“칭찬한다고 서비스 안 줘요.”

“알아요.”

“단골 할인도 없고요.”

“그것도 알아요.”

“그럼 왜 자꾸 칭찬해요?”

태준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좋으니까요.”

서하는 다시 그를 바라봤다.

“뭐가요?”

“사장님이 만든 음식을 먹는 것도 좋고, 사장님이랑 이야기하는 것도 좋고.”

태준은 잠시 말을 멈췄다.

“그냥 여기가 좋아요.”

서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태준은 더 이상 장난을 치지 않았다.

그저 웃으며 다시 젓가락을 들었다.

“아, 참. 사장님.”

“……네.”

“오늘은 서비스 안 주셔도 됩니다.”

“당연하죠.”

“대신 내일도 와도 되죠?”

서하는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대로 하세요.”

태준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네. 그럴게요.”

밤 열 시 삼십 분.

태준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에는 최도윤이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

태준은 전화를 받았다.

“왜?”

수화기 너머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대표님, 지금 어디십니까?”

“밖.”

“밖인 거 저도 압니다! 회의 자료는 확인하셨습니까?”

“확인했어.”

“내일 오전 회의에 들어갈 수정안은요?”

“메일로 보냈잖아.”

“그건 봤는데요. 대표님이 직접 검토하셔야 할 자료가 아직 남았습니다.”

태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도윤아.”

“네.”

“나 지금 밥 먹고 있거든.”

“밥이요?”

도윤의 목소리가 한층 커졌다.

“대표님, 그 시간에 밥을 먹습니까?”

“먹을 수도 있지.”

“혹시 또 그 술집입니까?”

태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대답이었다.

도윤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표님, 정말 진심으로 궁금해서 묻는 건데요.”

“뭔데?”

“그 사장님이 대표님한테 뭘 해 주셨습니까?”

태준은 서하를 바라봤다.

그녀는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긴 머리를 대충 묶고, 앞치마를 두른 채 물에 젖은 접시를 닦고 있었다.

누군가 보기에는 평범한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태준에게는 이상하게 눈을 뗄 수 없는 장면이었다.

“아무것도.”

“네?”

“아무것도 안 해 줬어.”

“그런데 왜 그렇게 좋아하십니까?”

태준은 잠시 생각했다.

“그러니까 좋은 거지.”

“……예?”

“내가 뭘 해 주길 바라지도 않고, 내가 누군지 궁금해하지도 않고. 그냥 나를 나로 대하잖아.”

태준은 웃었다.

“그게 편해.”

도윤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표님, 혹시 그 사장님한테 정체를 말씀하실 생각은 있으십니까?”

태준의 미소가 조금 옅어졌다.

아직은 아니었다.

그녀가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받아들일지 알 수 없었다.

돈도, 지위도, 회사 이름도 없이 그저 강태준이라는 남자로 다가가고 싶었다.

“언젠가는.”

“너무 늦지는 마십시오. 나중에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알아.”

전화를 끊은 태준은 휴대전화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때 서하가 다가왔다.

“회사에서 전화 왔어요?”

태준이 고개를 들었다.

“네.”

“바쁜 사람인가 보네.”

“조금요.”

“그런데 맨날 여기 와도 괜찮아요?”

태준은 그녀의 질문에 잠시 멈칫했다.

“……제가 오는 게 싫으세요?”

서하는 당황했다.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그럼요?”

“그냥…… 회사 일도 있고, 바쁠 텐데 매일 여기 오는 게 신기해서요.”

태준은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조용히 웃었다.

“바빠도 하고 싶은 일은 하게 되더라고요.”

서하는 그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태준은 더 묻지 않고 술잔을 들었다.

하지만 서하는 그 말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바빠도 하고 싶은 일은 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남자는 정말로 매일 이곳에 오고 싶은 걸까?

자신을 보러?

서하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그런 생각은 하지 말자.

괜한 기대는 언제나 사람을 아프게 만드는 법이었다.

밤 열한 시 오십 분.

마지막 손님이 나가고 가게가 조용해졌다.

서하는 계산대를 정리했다.

태준은 여전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강태준 씨.”

“네.”

“이제 가세요.”

“벌써요?”

“벌써가 아니라 열한 시 오십 분이에요.”

태준은 시계를 확인했다.

“와, 시간이 정말 빠르네요.”

“여기서 하루 종일 사실 기세네요.”

“사장님이 저를 너무 좋아하셔서 시간이 빨리 가나 봅니다.”

서하는 계산기를 내려놓았다.

“제가 언제 좋아한다고 했어요?”

“오늘은 안 했죠.”

“오늘만이 아니라 한 번도 안 했거든요.”

“그럼 앞으로 해 주실 건가요?”

“무슨 소리예요?”

태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계산대 앞으로 다가왔다.

서하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왜요?”

“계산하려고요.”

“아.”

괜히 긴장했던 자신이 민망해졌다.

서하는 재빨리 계산기를 두드렸다.

“두부김치 하나, 참이슬 하나. 만오천 원입니다.”

태준은 지갑에서 돈을 꺼냈다.

그리고 계산대 위에 올려놓았다.

“여기요.”

“감사합니다.”

서하는 돈을 받아 계산대에 넣었다.

태준은 바로 돌아가지 않았다.

“사장님.”

“네?”

“저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서하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뭔데요?”

“사장님은 어떤 남자가 좋아요?”

서하의 손이 멈췄다.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다.

“……그걸 왜 물어봐요?”

“궁금해서요.”

“강태준 씨가 알 필요 없잖아요.”

“알 필요는 없지만 알고 싶기는 하죠.”

서하는 잠깐 입술을 깨물었다.

“저는요.”

태준이 조용히 그녀를 바라봤다.

“말만 번지르르한 사람 싫어해요. 장난으로 사람 마음 가지고 노는 것도 싫고요.”

태준의 표정이 조금 진지해졌다.

서하는 시선을 내린 채 말을 이었다.

“자기 기분 좋을 때만 잘해 주고, 필요 없으면 모른 척하는 사람도 싫어요. 사람을 좋아한다고 말했으면 그 말에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 좋아요.”

말을 끝낸 서하는 자신이 너무 많은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아무튼 그런 거예요. 됐죠?”

태준은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를 바라봤다.

평소 같았으면 장난을 쳤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그녀가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상처를 남기고 떠났는지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서하는 사랑을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했다.

자신의 마음을 장난처럼 던져 놓고 그녀가 받아 주길 기다려서는 안 됐다.

태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서하는 의외라는 듯 그를 바라봤다.

“……뭐가요?”

“사장님이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요.”

태준은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다 문 앞에서 한 번 더 돌아봤다.

“그런데 사장님.”

“또 왜요?”

그가 부드럽게 웃었다.

“저는 장난으로 말한 거 아니에요.”

서하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뭘요?”

태준은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평소처럼 능글맞은 미소를 지었다.

“제가 잘생겼다는 거요.”

“…….”

“그건 진심입니다.”

“강태준 씨!”

태준은 웃으며 문을 열었다.

딸랑.

그가 사라진 뒤에도 서하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방금 전까지 진지했던 그의 눈빛이 자꾸 떠올랐다.

저는 장난으로 말한 거 아니에요.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물을 수 없었다.

자신이 먼저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같았으니까.

서하는 천천히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잘생기긴 했지.”

잠시 침묵.

“아니,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가게 안에 서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날 밤, 윤서하는 평소보다 한 시간이나 늦게 잠들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자꾸만 한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남자는 다음 날, 서하가 예상하지 못한 모습으로 다시 그녀 앞에 나타날 예정이었다.